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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미로

[도서] 죽음의 미로

필립 K. 딕 저/김상훈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폴라북스의 필립 K.딕 걸작선 시리즈 두번째 책인 <죽음의 미로>. SF 소설에 신이라는 세계가 추가된 작품이 이번 작품인듯하다. 실제 작가는 책의 첫장에서 자신이 언급한 신에 대하여 자세히 언급을 하고 있는데, 미국 작가이므로 기독교적인 종교관에 따른 신의 개념을 추가하였으리라 생각을 하였지만, 동서양 모든 종교들에서 언급되는 신과 다양한 신화의 내용들을 참조하여 구성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SF 소설임에도 구성은 오히려 추리물과 같은 스릴러처럼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다.


 미개척 행성인 델맥-O에 14명의 사람들이 모인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그 행성에 온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각각 자신들이 지내던 환경에서 더이상 미련이 없어서 전근을 신청한 사람도 있고, 신에게 기도를 하여 그것이 받아들여져서 온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행성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고장난 통신 장치로 인하여 외부와 연락을 할 수도 없고, 심지어 그들이 타고온 우주선도 편도로만 운행되는 것이므로 모두들 외딴 행성의 거주지에 고립된 처지에 처하게 된다. 이들은 누구에 의해서 이 행성에 모였으며, 앞으로 고립된 행성에서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되지만, 딱히 방향을 잡지 못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갑자기 한명씩 살해되는 의문의 연쇄 살인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거주지 곳곳에서는 이상한 기계 생명체들이 존재함을 알게 되고, 멀리 떨어진 곳에 도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인원을 나누어 도시로 탐사를 나서지만, 오히려 그곳에서도 환상에 의한 자살 사건으로 피해자가 발생하며 남은 사람들도 서로 살해를 하면서 점점 생존자가 줄어든다. 이들을 이렇게 만드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무슨 일 때문에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한 것일까?


 책의 초반부에는 SF라기 보다는 신에 대한 고찰을 하는 듯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특정 종교의 신이 아니라 여러 종교와 신화로부타 작가가 만들어낸 신의 개념이 등장하고, 이러한 개념 속에서 책속의 주인공의 유신론적인 입장과 무신론적인 입장의 갈등을 보여주기도 한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기발한 신의 개념에서 조로아스터와 같은 생소한 종교의 개념과 함께 지그프리드의 반지와 같은 신화속의 분위기도 물씬 풍기게 된다. 


 또한 앞서 밝힌 스토리처럼 이야기는 이제 추리물로 다가온다. 누가 이러한 계획을 세웠으며, 고립되어 있는 사람중에 범인이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으로 점차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거기에서 더욱 심화되는 갈등은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살해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과연 최후에 남는 사람은 누구이고,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작품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충격적인 결말이 등장한다. SF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결말을 언급할 수 없음은 정말 이 작품이 SF 소설인지 의아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사건들의 실제 진상은 무엇일까? 고립된 사람들은 모두 심신상실자들로서 정신 병원에 수감되어 있다가 정부 또는 병원에 의하여 실험으로 심신상실자들이 모여 있는 사람들끼리 있을 때, 과연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를 실험하는 것으로 추측을 하였으나, 책의 결말은 이러한 추측을 완전히 뒤엎어 버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 신에 관한 철학서에서 추리소설, 이후 SF적 요소를 반영한 반전소설로 느껴졌다.


 우주선과 외계인들의 등장과 같은 통상적인 SF적 요소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는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는 SF적인 요소는 우선 현실에서 당장 적용할 수 없는 작가의 상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소재 정도로만 쓰인 것으로 생각된다. 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간과 신의 존재에 대하여 작가 스스로 재창조한 신과 인간의 관계가 이 책에서 등장하고, 거기에 고립된 인간끼리 있을 때의 심리적인 갈등과 이에 따른 끔찍한 결말은 기존의 SF와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에 쓰여진 작품이면서도 <스타워즈>, <스타트랙>과 같은 대하 우주 서사시가 아니라 인간의 불신과 불안에서 비롯된 미로와 같은 현실을 SF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 필립 K.딕의 책은 이 책을 포함하여 2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SF라는 첨단 기술이나 과학에 가려진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성찰하고 다루는 책이라 감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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