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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블러드머니

[도서] 닥터 블러드머니

필립 K. 딕 저/고호관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폴라북스에서 출간한 필립 K.딕 걸작선 시리즈 3번째 책인 <닥터 블러드머니>. SF소설 분야에서는 손꼽히는 작가이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읽어보면 우리가 극장에서 접한 헐리우드의 SF와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이전의 첫번째와 두번째 시리즈는 그러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의 소재는 핵폭탄으로 인하여 거의 붕괴된 지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에 전작과는 다른 느낌을 갖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생각은 조금씩 빗나가기 시작하였다. 


 1981년은 물리학자인 브루노 블루스겔드의 계산 착오로 인하여 폭발 실험이 실패하여 지구에 대규모의 방사능 낙진이 일어난지 몇년 지난 상태였다. 어느날 지구에서는 최초로 화성으로 첫 정착민으로 데인저필드 부부를 우주선에 탑승시켜 보내게 되는데, 그날 지구에서는 대규모 핵폭탄의 폭발이라는 대재앙을 맞이한다. 아수라장이 같은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되며 일부 사람들은 지하 대피호로 피신을 하게 되고, 얼마후 사태는 조금 진정이 된다. 이 책의 본격적인 이야기의 배경은 이 폭발이 일어난지 대략 7년 후의 상황에서 시작된다.


 방사능으로 불구가 된 사람과 오염된 토지, 사람과 동물에게 발생한 돌연변이 현상등이 나타나며 지구는 절망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다시 예전의 생활을 되찾기 위하여 노력하기 시작한다. 이들의 유일한 위안은 바로 데인저필드의 라디오 방송이었다. 화성으로 탐사를 떠났으나, 지구에서의 핵폭발로 인하여 인공위성처럼 지구 둘레를 돌게 된 데인저필드는 우주선 안에서 홀로 살아남아 지구로 라디오 방송을 송출한다. 이미 모든 문명이 파괴된 상황에서 데인저필드의 방송을 수신하는 것이 지구의 생존자들의 유일한 기쁨이었던 것이었다.


 한편 웨스트 마린 카운티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정착하여 살아가는 보금자리였는데, 책의 등장인물들이 모여서 살게되는 지역이다. 자신의 실수로 인하여 지구에 파멸적인 상황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브루노 블루스겔드는 사람들이 자신을 원망한다는 피해의식으로 인하여 신분을 속이며 마을 외곽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를 잘 알고 있던 보니 켈러는 그에 대하여 동정을 하면서 그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 이 마을에는 수리공인 하피 해링턴이 있었는데, 원래 해표지증(팔다리가 거의 없이 몸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에 걸렸으나, 전자제품에 기술이 뛰어나서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카트를 만들어서 마을 사람들의 제품을 수리해주고 있었다. 하피는 핵폭발 이후로 염력으로 멀리 떨어진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비밀스러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핵폭발 이전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하피는 핵폭발 이후 수리공으로서의 유능함으로 인하여 점점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로부터 더욱 큰 존경과 관심을 받기 위하여 사람들의 유일한 즐거움인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데인저필드를 제거하려고 계획한다. 그가 가진 염력과 전자제품에 대한 뛰어난 기술로 우주선에 있는 데인저필드를 제거하려고 서서히 계획을 진행시키게 된다. 그러나, 그의 야심과 음모를 눈치챈 보니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하피를 막으려고 하지만, 그의 염력으로 인하여 브루노 블루스겔드가 살해되는 사실을 알고 선뜻 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그러나, 의외의 인물인 에디 켈러와 빌 켈러가 하피를 저지하기 위하여 작전을 세우게 된다.


 사실 에디 켈러는 보니 켈러가 핵폭발이 있던 날, 우연히 길을 지나가던 담배제조업자인 앤드류 길과 관계를 맺어서 임신을 하였는데, 방사능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뱃속에 남동생이 있다고 주장을 한다. 엄마인 보니 켈러조차 믿지 않지만, 사실 에디 켈러의 뱃속에는 쌍둥이 남동생인 빌 켈러가 있었으며, 빌 켈러는 에디의 뱃속에서 성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특히, 빌은 죽은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여 망자와의 대화를 통하여 하피의 음모를 간파하게 된다. 과연 데인저필드를 제거하려는 하피의 계획은 어떻게 될 것이며, 에디의 뱃속에 있는 빌이 어떻게 하피와 맞서게 되는 장면이 책의 마지막에 펼쳐지게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조는 위와 같이 아주 단순하다. 심지어 불명확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브루노 블루스겔드가 어떤 실수로 인하여 폭탄 실험에 실패하였고, 그 실패로 인하여 어떻게 지구에 방사능 낙진이 발생하였는지와 이 책의 전체적인 배경을 만들어낸 1981년의 지구의 핵폭발에 대한 설명도 전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핵폭발의 원인이 곧 나타나겠지라는 생각으로 읽었지만, 끝내 자세한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라 결혼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남자를 만나는 보니 켈러가 과거에 브루노 클루스겔드와 어떤 관계로 인하여 그를 도와주려고 하는지, 하피 해링턴은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능력을 어떻게 얻었는지. 이 모든 것들이 책에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책의 전체적인 느낌은 모호함의 자욱한 안개로 인하여 공허함마저 느끼게 된다. 우리가 과거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의 원폭투하를 역사로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두려워하고 있는 핵공포를 직접 경험하지 못하였기에 막연하게 느끼거나 추측하는 공포를 이러한 설명이 없는 모호함으로 표현을 하고자함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또한 필립 K.딕이 실제 경험하였던 태어나자마자 얼마되지 않아서 사망한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의 이야기를 누나인 에디 켈러의 뱃속에서 살아가는 빌 켈러로 묘사한 것으로 보이며, 심지어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삶에서 항상 고민을 하는 보니 켈러는 실제 결혼을 5번이나 한 작가의 모습을 형상화한 느낌이 들 정도로 책의 곳곳에서 작가의 자전적인 모습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SF소설은 단순히 SF가 아닌 작가가 실제 인생에서 느꼈던 고뇌들이 드러나는 작품인 것 같다. <닥터 블러드머니>에서도 SF소설이라면 집중적으로 다루어야할 핵폭발이나 화성으로 발사한 우주선, 하피 해링턴의 신기한 능력 등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으나, 블루스겔드, 보니 켈러, 하피 해링턴, 에디 켈러 등과 같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불안감과 고뇌를 자세히 묘사하여 새로운 세계를 맞이한 인간의 정신세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책의 제목인 블러드머니는 살인자에게 주는 돈을 의미하는데, 물리학자인 브루노 블루스겔드를 지칭하고 있다.(물론 책에서는 블러드머니에 대한 표현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하피 해링턴에 의하여 죽은 블루스겔드를 마을 사람이 블러드머니라고 언급하는 장면에서 한번 등장한다.) 왜 그를 블러드머니라고 하였을까? 단순히 그의 실수로 인하여 벌어진 일이 지금의 대재앙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그를 살인의 댓가인 블러드머니라고 한 것이었을까? 이 부분도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필립 K. 딕은 따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분명 무슨 의미가 있을텐데,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 상으로는 지구의 재앙을 가져온 그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 SF소설이 아닌 것 같은데도 SF소설의 대가의 반열에 오른 딕. 그의 작품은 흔히 알고 있는 정통 SF와는 분명 무언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을 덮고도 그가 남긴 모호함이라는 숙제로 인하여 다시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되뇔 수 있어서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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