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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 강의

[도서] 항우 강의

왕리췬 저/홍순도,홍광훈 공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力拔山 氣蓋世(역발산 기개세)

時不利 騶不逝(시불리 추불서)

騶不逝 可奈何(추불서 가내하)

虞美也 奈若何(우미야 내약하) 

 

힘은 산을 뽑아낼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한데

형편이 불리하니 오추마도 나아가질 않는구나

오추마가 나아가질 않으니 내 어찌할 것인가

우미이나 우미인아 너를 어찌할거나

- 해하가 -

 

 31세의 나이에 해하에서 생을 마감하는 항우가 남긴 '해하가'는 비운의 삶을 마감하는 한 인물의 회한을 담은 시라 할 수 있다. 초한지의 주인공인 항우는 그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해하가의 시구중 '역발산'이라는 단어는 어느 정도 들어보았으리라 생각된다. 후에 한고조가 되는 유방과 천하를 다툰 항우는 우리에게 잘 아는 듯 모르는 듯한 존재가 아닐까라고 생각을 한다. 사실 초한지가 삼국지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초한지의 주인공은 그저 어렴풋이 짧막하게 인식되고 있는 존재로 보여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왕리췬의 <항우강의>는 항우라는 인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인 왕리췬은 사마천의 <사기> 연구의 권위자로서 중국 CCTV의 백가강단에서 <사기>를 강의하였다. 백가강단은 중국 CCTV에서 2001년부터 제작된 프로그램으로서 명사들이 중국 인민에게 중국의 고전을 강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민중에게 좀더 쉽게 중국의 고전을 설명하기 위함이고, <삼국지>를 강의한 이중톈이라든지 <노자>를 강의한 위단과 같은 인물을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왕리췬 역시 <사기>를 통하여 한무제를 시작으로 진시황, 항우, 유방에 대한 강의를 백가강단을 통하여 시작하였으며, 그의 해박한 지식과 분석으로 하여금 대중들의 큰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항우강의>는 왕리췬의 백가강단의 강의 내용 중 항우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펴낸 작품이다.

 

 우선 책의 구성은 항우의 생애와 관련한 시대순으로 흐름이 진행이 된다. 다만, 이 책이 항우에 대한 전기라든지 역사서라기 보다는 <사기>를 비롯한 옛 문헌을 토대로 하여 그의 행적을 강의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좀더 해설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항우에 대한 실제 역사와 관련된 내용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한 바탕을 토대로 하여 그의 행적을 왕리췬의 입장에서 분석한 내용을 들려주고 있다. 사실 항우가 사망하는 31세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짧은 인생에서 파란만장한 그의 삶은 많은 관심을 이끌어낸다. 인물이라고 하면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진시황에 의하여 초나라가 멸망하였고, 자신의 숙부와 함께 진의 폭정에 대하여 궐기하고,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여 서초패왕이라는 자리에 오르며 패도의 길을 걷다가 허무하게 유방에게 천하의 패권을 넘겨주는 그의 삶은 여러모로 분석할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결국 유방에게 패한 항우여서 그랬을까? 사실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전체적으로 항우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어린 나이에 거병에 참여하여 매우 짧은 시기에 성공을 거두었던 반면, 순식간에 유방에게 유리한 위치를 내주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리는 과정이 그의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왕리췬은 항우의 행적에서 그의 패착 요인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항우의 실패 요인은 책에서 각종 문헌을 통하여 저자가 꼼꼼하게 짚어냈기 때문에 그가 주장하는 내용을 정리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크게 느껴졌던 부분을 꼽아본다면 바로 자신의 경쟁 상대가 정확히 누구였는지 몰랐다는 점이 항우의 패착 요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초한지도 그렇고 역사서를 통해서 우리는 '항우vs유방'이라는 그들의 경쟁 구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항우강의>를 통하여 왕리췬이 분석한 내용을 읽어 본다면 정작 항우는 유방이 자신의 경쟁 상대로 인식하지 못하였음을 깨닫게 된다. 제나라에서 반란을 일으킨 전영을 제압하고자 항우가 제나라로 출전하였을 때, 유방이 궐기하여 초나라의 수도인 팽성을 급습할 때에서야 비로소 유방과의 싸움을 시작한 항우의 모습은 그 이전까지 전혀 유방을 자신의 적수라고 생각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진의 수도인 함양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항우보다 앞서 함양에 입성한 유방의 태도를 본다면 항우는 유방의 야심을 읽고, 미리 싹을 제거했어야 했다. 심지어 그러한 기회도 존재했다. 함양에 먼저 입성하면 관중왕에 봉한다는 초 의제의 약속대로 유방은 항우가 진나라의 강력한 부대들과 교전을하는 틈을 타 쉽사리 함양을 점령하였으며, 뒤늦게 입성하려는 항우의 군대를 함곡관에서 저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여주었다. 이 시점에서 항우는 유방이 자신보다 함양에 먼저 입성하였다는 점에서 분노를 느끼게 된다. 자신이 교전을 하는 틈을 타서 쉽사리 점령을 하였기에 더욱더 화가 치민 항우. 그는 결국 유방의 부대를 공격하기 위하여 작전을 세우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유방이 장량의 조언으로 항우에게 고개를 조아리게 만든다. 단순히 자존심의 상처로 인하여 유방을 멸하려고 하였던 것이었을까? 항우는 곧바로 유방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자신이 과격한 처사를 취하려고 하였다는 점에서 부끄러워하기까지 하였던 것이었다.

 범증은 유방이 항우에게 반드시 해가 될 것을 우려하여 홍문연의 연회 장소에서 유방을 암살하려고 하지만, 항우의 소극적인 대응과 유방쪽의 적극적인 회피로 인하여 결국 유유히 목숨을 건져서 빠져나가게 된다. 왕리췬은 이 시점에서 정치적으로 얼마나 항우가 미숙하였는지를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있다. 결국 항우는 그때까지도 유방이 자신의 라이벌이라는 생각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그러한 우를 범하였고, 이것은 후에 항우의 패착으로 귀결이 된다.

 

 이 밖에도 중국 영토를 분봉하는 과정에서의 항우의 실수와 초 의제의 살해로 인한 대의명분 상실, 참모의 인선 실패등을 열거하면서 항우가 결국에는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조목조목 설명을 해주고 있다. 심지어 진의 대군을 격파한 거록 전투, 3만의 대군으로 50만의 한나라를 물리치는 팽성 전투에서 보여준 항우의 업적도 결과적으로는 그가 실패하는 운명의 한 갈래였음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겉으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팽성 전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행운(모래바람)이 뒤따른 유방이 무사히 탈출함에 따라 항우는 결국 근본적으로 한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다. 이후 유방은 참모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결국 천하 패권을 쥐는 길을 걷게 된다.

 

 이 책을 통하여 개인적으로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초나라의 모사 범증의 행적이다. 사실 초한지를 통하여 나타나는 범증의 존재는 항우에게 있어서 장량 그 이상의 존재였다. 얼마전 개봉한 영화 <초한지>에서도 범증은 장량을 압도하며 모든 수를 꿰뚫는 도인의 풍모를 풍기는 인물로도 묘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왕리췬은 범증이 홍문연에서 유방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비판할 요소가 많다라고 주장을 한다. 우선 초 의제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점도 이견이 엇갈리지만, 항우가 패자의 길을 걷게 됨을 감안한다면 쓸데없는 주장이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항우가 분봉을 하는 과정이라든지 제나라의 반란을 제압하려고 출정을 할 때라든지 중요한 순간에 그의 행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음을 들면서 그의 업적이 상대적으로 과대포장된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홍문연에서 항우의 소극적인 유방 암살 태도를 대놓고 비판을 한 점이라든지, 진평의 반간계에 의하여 곧바로 항우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은퇴를 한 점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새롭게 느껴진 사실이라 할 수 있겠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도올의 논어에 대한 TV강의로 인하여 그 수준을 떠나서 당시 선풍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냈으며, 최근에도 인문학 열풍이라는 이름으로 인문하게 대한 붐이 일고 있다. 그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의 CCTV가 2001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백가강단은 꽤 지속적으로 중국의 고전과 인문학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는 것은 부러워할만한 요소라 생각된다. <항우강의>도 이러한 백가강단의 강연 내용을 토대로 하였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상당히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다. 수준을 논하려고 하는 비판적인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아직까지 항우에 대한 인식이 깊지 않은 우리의 상황에서는 한번 읽어보기에 적당한 책이라 생각된다. <사기>를 중심으로 문헌을 객관적으로 해석하면서 적절한 주관적인 분석을 추가로 하였기에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책이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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