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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의 집

[도서] 소원의 집

러디어드 키플링 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해제/하창수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어렸을 적, 그림책으로 모글리라는 소년이 두 맹수와 함께 정글에서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본 적이 있다. 최근 애니메이션으로도 상영된 이 작품은 바로 <정글북>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의 20번째 작가로 선정된 인물이 바로 <정글북>의 저자인 러디어드 키플링이다. 환상문학과 관련된 저자들을 소개하는 보르헤스의 취향을 감안한다면 왠지 러디어드 키플링이 소개가 되는 것이 다소 의문이 든다. 이러한 의문은 그의 대표작인 <정글북>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작품이 환상 문학이라고는 전혀 관련이 없기에 키플링의 문학을 그러한 식으로 한정지어서 그런 것이리라.


 키플링은 대영제국을 로마제국의 연장이라 생각했고

 나중에는 두 제국을 동일시했다.

 중요한 사실은 키플링이 제국의 승리를 노래한 것이 아니라

 그 험난한 운명, 노력, 의무를 노래했다는 점이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키플링에 대한 보르헤스의 평을 곱씹어 본다면 이 글에서 잘 알지 못했던 키플링의 생애를 조금씩 알게 된다. 키플링은 영국인이지만, 영국 본토가 아닌 1865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났다. 당시 인도는 대영제국의 식민지였기에 거기에서 태어난 키플링은 정글을 무대로 한 <정글북>과 함께 <킴>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그는 제국주의를 옹호하였지만, 말년에는 자신의 아들이 1차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전장에서 전사한 비극적인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어느 각하의 전쟁>, <전장의 성모>, <정원사>는 바로 그의 삶의 전반을 나름의 환상과 곁들여서 쓰인 작품이라 보여진다. 키플링의 생애를 몰랐다면 전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의하여 탄생한 작품이라 볼 수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키플링의 삶을 떠올려 본다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 작품들을 이해하게 된다.


 <어느 각하의 전쟁>은 한 노병의 회고 형식으로 남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영국의 보어인과의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인도 출신의 이 노병의 회고는 사적으로는 아버지 친구의 아들이자 공적으로는 자신의 상관이었던 각하의 운명을 다루고 있다. 보어 전쟁은 영국과 남아프리카의 보어인과의 전투였지만, 이들은 영국의 식민지 출신이기에 참전을 하게 되고, 그러한 전쟁의 실상을 노인의 엇갈리는 기억으로 빚어진 환상적인 분위기로 그려내고 있다. 이는 키플링이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상황에서 그의 보어전쟁에 대한 입김으로 쓰여진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장의 성모>는 전쟁의 비극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이 키플링의 아들이 전사하기 전에 쓰여진 것인지 아니면 그 이후에 쓰여진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약물에 취한 병사의 정신분열을 소재로 하여 전쟁의 참상을 환상적으로 그려내고 있기에 그의 제국주의 옹호에 대한 심경의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느 각하의 전쟁>에서의 노인과 마찬가지로 <전장의 성모>에서 등장하는 젊은이 역시 약물 중독으로 인하여 전쟁의 참혹한 기억이 더욱 배가되어 완전히 미친 사람으로 그려짐으로써 비극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 키플링의 자식을 잃은 감성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한다면 바로 <정원사>가 그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모의 품에서 자라난 조카가 전쟁에서 전사하고, 그가 묻힌 묘지를 찾아가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는데, 마지막 자신의 조카가 무덤의 정원사로 혼동하는 장면은 예수의 부활을 떠올리는 부분으로서 전사한 아들에 대한 키플링의 간절함을 환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위의 세 작품들은 결국 키플링의 당시 제국주의 상황에 대한 옹호론과 함께 그가 받아들여야 할 아들의 전사라는 삶의 모습이 우리가 미처 몰랐던 환상 문학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들로 그려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인 <소원의 집>은 그러한 키플링의 성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흔히 소원이라 하는 것은 자신을 위하여 기원하는 것인데, 이 작품에서는 상대방의 고통을 내가 받도록 하는 희한한 설정으로 독자로 하여금 환상을 자아낸다. 고통받는 상대를 위하여 자신이 대신 그 고통을 받게 되면 상대방은 멀쩡해지는 이러한 설정은 기존에 자신을 위하여 무언가를 바라는 소원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원의 집>에 수록된 5편의 단편들은 키플링에 대하여 잘 몰랐던 독자로 하여금 그의 새로운 모습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사실 키플링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저 <정글북>만 알고 있다거나, 우리에게 세계문학으로 소개되고 있는 <킴>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키플링의 새로운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짧은 단편이지만, 오히려 키플링의 삶의 모든 것이 환상적으로 담아내고 있기에 그에 대하여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들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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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키플링의 단편집이군요.
    [정글북]도 스토리를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듯이 착각이 되는데
    사실 저는 읽어보지 못하고 지나친 책들 중 한 권이어었어요.
    우리가 아는 유명한 서양 작가들 중에 제국주의를 옹호한 사람이 많은 거 같아요.
    마치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배에 있을 때 친일을 한 이광수나 노천명 같은
    친일 작가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처럼요.
    제국주의 시대에 살면서도 자신의 국가가 잘못했다고 비판한 지성인들도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치 사상과 작품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죠.
    키를링의 작품도 그런 점에서 다시 읽혀질 것 같네요.^^

    2016.08.14 00:3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키플링의 생애에 대해서 짧막하게나마 알고 이 책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자신이 속한 대영제국의 전성기 시절에 벌어진 보어전쟁을 다룬 작품을 식민지인 인도인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부분은 왠지 제국주의에 대한 옹호를 빗대어 보여주다가도 자신의 아들이 전사한 것을 상기시키는 <정원사>에서는 죽은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통하여 제국주의 시대에 벌어진 전쟁에 대하여 나름의 회한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생각되더군요..^^

      2016.08.14 16:38
  • 하쿠버드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치고 좋은 문학가는 없던데. 의외네요. 아들을 전장에서 잃게 되는 것도 무언가 그의 인생에 큰 충격을 주었을 것 같아요. 정글북은 그저 만화로만 봤는데 저자가 키플링이군요. 자연과 함께하는 스토리라서 인도와 피식민지를 옹호할 것만 같은데 말이에요. 힘의 논리를 따랐나 보네요. 환상문학을 쓴다는 것은 무언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갈망이 있었나 봐요. 전쟁 상황이 주는 비극성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을 수도.

    2016.08.14 11:3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결국 키플링이 인도에서 유년생활을 보냈지만, 영국인이었기에 왠지 시류에 포함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가 일제의 통치를 받던 시기에 일본의 작가들이 우리를 어떤 모습으로 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러일전쟁을 소재로 그의 작품에서 은연중 반대의 눈빛을 보여주었던 것 같고, 마쓰모토 세이초의 경우 우리나라의 정읍에서 군생활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 대한 별다른 표현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일본의 작가에 대하여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상은 알 길이 없지만, 하쿠버드님의 댓글을 보면서 문득 그런 점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게 되네요...^^

      2016.08.14 16:41
  • 파워블로그 산바람

    키플링에 대한 공부를 책찾사님의 서평으로 하게되었네요.
    '정글북'은 아주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 작가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작가에 대해 알고 책을 보면 훨씬 더 많은 것을 공감하게 되어
    작가가 어떤 의도에서 이런 책을 썼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원의 집>에 대한 서평 잘 읽었습니다.

    2016.08.14 20: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책을 통하여 작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역시 독서의 또다른 재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산바람님처럼 이 책을 통하여 <정글북>의 저자로만 알고 있던 키플링의 또다른 면을 볼 수 있어서 나름 의미있는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2016.08.17 07:00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