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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연의 5

[도서] 봉신연의 5

허중림 저/홍상훈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봉신연의 5>권은 이야기 속에서 꽤 깊게 생각해야 할 것들이 대거 등장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앞서 4권에서 은홍이 스승인 적정자에게 주나라를 도울 것을 명받아서 하산하는 과정에서 신공표를 만나 결국 상나라 편에 서서 주나라와 대결을 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되었다. 5권의 시작은 바로 그 뒤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결국 은홍과 은교는 같은 길을 걷게 된다. 둘다 동일하게 신공표의 설득에 의하여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아버지인 주왕의 편에 서서 강상과 대결하다가 모두 스승에 의하여 참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읽었던 판타지 또는 무협적인 요소로 넘길 부분이 아니라 이 대목에 숨겨진 의미를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혼돈이 처음 열리자 반고가 나왔고

 태극이 전해져서 음양이 나왔도다.

 사상이 무궁하여 진정한 변화 일으키니

 은홍은 이제 날리는 재가 되어 목숨 잃겠구나

 - p. 46 ~ 47 -


 자기 입으로 쟁기와 호미의 재앙을 받겠노라 맹서했으니

 오늘 서기에서 어찌 그 재앙 벗어날 수 있으랴?

 - p. 168 -

 은홍과 은교의 최후를 묘사한 이 부분은 이들이 다른 봉신방에 이른 인물들보다 오히려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승을 배반하고 주나라의 반대편에 섰다는 이유로 이러한 끔찍한 최후를 설명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에 숨겨진 부분은 주 무왕의 패권과 연관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 역사에서 주왕의 장남과 차남인 은교와 은홍이 어찌되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봉신연의>의 설정대로 이들이 주나라에 귀의하여 상나라를 정벌하였다면 그 이후 이들의 처지가 애매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비록 주나라의 기치 아래 주왕을 물리쳤지만, 오히려 은교와 은홍은 바로 주왕의 아들이니 나름 왕위의 명분을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 심지어 황비호와 등구공을 비롯한 과거 상나라 출신의 항장들 역시 은교와 주 무왕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되지 않을까?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봉신연의>에서 은교와 은홍의 끔찍한 죽음은 이러한 부분을 아예 배제시키기 위하여 등장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점점 <봉신연의>가 단순히 무협 또는 판타지 문학으로만 볼 수 없음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애초에 천교측의 선계의 주요 인물들이 자신의 제자나 인간계의 인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절교의 선계측 인물들을 처리하는 과정 역시 고도의 정치적인 논리가 깔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은교와 은홍의 죽음, 그리고, 백이와 숙제가 주 무왕을 만류하는 장면들은 이러한 세력간의 다툼과 갈등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여겨진다.


 이야기 속에 숨겨진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숨겨진 의미를 찾는 재미와 함께 <봉신연의 5>권에서는 드디어 절교의 본격적인 참전을 알리는 대목이 등장하여 더욱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바로 절교의 교주인 통천교주의 등장이 그것이다. 광성자가 벽유궁을 찾아가면서 처음으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통천교주는 그동안 벌어진 주나라와 상나라의 전쟁 양상을 뒤바꾸지 않을까 생각된다. 천교측은 주나라가 상나라를 정벌하는 과정에서 봉신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인물이 전쟁에 적극 참여하지만, 절교측은 가끔 소수의 인물들이 상나라의 친분 관계로 참전하여 각개격파 당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이야기의 말미에는 통천교주가 주선진을 설치하여 천교와 맞서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왜 천교와 절교가 서로 대결할 수 밖에 없었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광성자가 벽유궁에서 통천교주와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통천교주 역시 봉신 계획에 대하여 천교와 같은 입장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광성자와 대립하고 있던 절교의 제자들의 다음의 말로 인하여 통천교주는 천교에 대한 분노를 일으킨다.

 "(중략) 그자는 우리 절교를 좌도방문이라고 매도하면서 '몸뚱이가 털로 덮인 자나 뿔이 난 자, 습지에서 태어나거나 알에서 태어난 자를 막론하고 모두 한통속으로 어울릴 수 있다'라고 했사옵니다. 그러면서 저희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취급하고 오로지 자기네 옥허궁의 도법만이 더없이 지고하다고 칭송했사옵니다. 그러니 저희도 승복하지 못했던 것이옵니다."

 - p. 343 -


 이 대목에서 절교와 천교의 근본적인 대립의 원인은 바로 도법에 대한 정통성 시비임을 알 수 있다. 사실 통천교주 역시 봉신방에 올릴 명단에 관여를 한 상황이라서 굳이 천교의 입장에 반대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추구하던 도법에 대한 천교의 일방적인 무시는 그에게 있어서 그가 세운 절교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독자로서도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부분이다. 천교측 인물들도 절교측 인물들과 똑같이 도술을 부리면서도 일방적으로 절교를 좌도방문이라고 몰아붙이는 부분은 이미 반복해서 등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야기는 단순히 천교와 절교의 대결을 떠나서 과연 이들 두 세력에 대한 정통성 논란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과연 주선진과 이어서 만선진에서 이들 두 세력의 대결은 어떠한 식으로 전개가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 이 리뷰는 솔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읽고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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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고대 중국의 역사적 배경을 잘 알고 있어야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있겠어요.
    저는 거의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이런 소설을 즐겁게 읽고
    꼼꼼하게 쓰신 리뷰를 올리신 책찾사 님이 거의 신기하게 보일 따름이네요.ㅎㅎ

    2016.09.24 16:0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역사에는 관심이 있지만, 중국 고대사는 워낙 문헌이 드물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하여 배우면서 읽는 것 같아요. 비록 작가의 상상에 의한 허구가 많이 등장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실제 사실을 찾아보는 과정이 더욱 흥미로운 것 같아요..^^

      2016.09.26 08:05
  • 문학소녀

    아... 절교와 천교의 근본적인 대립의 원인... 도법에 대한 정통성 시비였군요... 사이좋게 지내지, 왜들 그렇게 무시하나... 참, 이해가 안됐어요. 다 도사들인데 마음이 하늘만큼 높고 넓어서 이해심도 클 줄 알았는데... 날아다니고 각종 무술을 연마해도 그건 안돼나봐요. ㅎ
    좌도방문의 뜻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요. 그냥 사이비라는 뜻일까 짐작만 하는데...맞나요? 읽으면서도 내용은 술술 넘어가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어렵습니다. 책찾사님의 리뷰를 읽으니, 단순리뷰가 아니라 평론같아요. ^^

    2016.09.24 23:4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5권을 읽기 전까지 왜 천교와 절교가 서로를 적대시하고 각각 주나라와 상나라를 끼고 대립하는지 의아했는데, 5권에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천교보다는 절교의 도법이 더 유연한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약간 부정적인 쪽으로 묘사되고 있어서 독자 나름의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

      2016.09.26 08:07
  • 파워블로그 이루

    아~ 이해되지 않던 부분이 책찾사님의 리뷰를 통해 해소가 되네요. 역사에 대한 흥미는 학창시절로 끝내고, 단순하게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사를 잘 알아야지.'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책찾사님의 리뷰를 읽을 때마다 강한 자극을 받다 보니,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야할 때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멋진 리뷰로 제게 좋은 자극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09.27 15:0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우리나라 역사를 잘 아는 것이 우선 중요하지요...이루님이시라면 충분히 역사와 관련된 좋은 책들을 많이 접하실 것 같아요. 조금이나마 자극이 되었다니 제가 오히려 더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

      2016.09.27 17:56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