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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피라미드

[도서] 불타는 피라미드

아서 매켄 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이한음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서 매켄은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을 

 제시했지만 그 속에

 진정한 감동을 불어넣었다.


 보르헤스의 이러한 소개로 아서 매켄을 <불타는 피라미드>로 만나게 된다. 3편의 작품을 통하여 아서 매켄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고자 한다면 욕심일 수 있지만,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가인 점을 감안한다면 환상 문학이라는 측면과 연관지어 생각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제 이 책에 실린 3편의 작품인 '검은 인장 이야기', '하얀 가루', '불타는 피라미드'는 확실히 아서 매켄의 환상 문학의 기풍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보르헤스의 선택이 탁월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그의 신비주의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느낌은 H. P. 러브크래프트와 20세기 공포물에 큰 영향을 주었기에 거꾸로 이 작품을 통하여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공포 또는 판타지 문학에 대하여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흥미로운 점은 신비한 현상 또는 비밀에 다가가는 모습은 왠지 코난 도일의 작품 홈즈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며, 또 아주 오래전에 방영되었던 '환상 특급'과 같은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검은 인장에 적혀 있는 문자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과 기괴한 암호와 같은 표식을 통하여 기이한 의식에 대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홈즈의 추리 과정을 떠올리게 하였고, 하얀 가루를 복용한 사람이 순식간에 몸이 녹아져 들어간다든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전혀 다른 존재로 묘사되는 부분은 현실 저 너머의 환상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웨일즈 출신의 아서 매켄은 자신이 태어난 웨일즈 지방을 배경으로 하여 그의 작품에서 신비로움을 부각시키는데 하나의 장치로 이용하고 있다. 첫번째 작품인 '검은 인장 이야기'에서 켈트족이 선한 종족이라고 여기던 요정이라는 존재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던 그레그 교수가 결정적인 단서를 얻는 마을 역시 바로 웨일즈를 떠올리는 곳이기도 하다. 민속학자인 그레그 교수가 우연히 얻은 검은 인장에 쓰여진 묘한 글씨를 로마 시대의 지리서에 적힌 내용, 그리고, 켈트족의 요정에 대한 전설을 통하여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과는 전혀 다른 요정 종족의 비밀을 알아내는 과정이 몹시 흥미롭게 느껴진다. 추리 소설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요정 종족의 비밀을 알아낸 그레그 교수의 실종은 그가 남겨 놓은 요정에 대한 글과 함께 환상으로 그 진실이 덮이게 된다. 


 기묘한 이야기 또는 환상적인 내용을 단편으로 묶어서 TV로 방영하였던 <환상 특급>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하얀 가루'의 이야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금욕적이면서도 내성적인 청년이 악마의 유혹으로 인하여 타락하면서 결국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는 과정이 그의 누나의 서술로 묘사되고 있는데, 아마 <환상 특급>이 지금도 제작되고 있다면 분명 방영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얀 가루를 통하여 쾌활한 성격으로 변모하지만, 이는 악마의 유혹에 의한 인간의 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기에 환상적인 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공포와 더불어 탐욕에 대한 경계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의 현실에서도 어느 순간 몰락의 길을 걷는 인물들도 이러한 환상이 깃든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불타는 피라미드'는 앞서 언급된 두 작품의 추리적인 내용과 환상적인 분위기가 하나로 결합된 작품으로서 어쩌면 아서 매켄의 환상 문학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 마을에서 실종된 처녀의 이야기와 더불어 본의 저택 주위에 나타난 수상한 표식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다. 본의 친구이자 학자인 다이슨은 본의 저택을 방문하여 두 사건의 연관성을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마치 홈즈와 왓슨의 모습을 연상하는 이 둘의 행동은 초반에는 추리 소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되지만, 이야기는 점점 첫 작품인 '검은 인장 이야기'와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인간이 아닌 또다른 종족의 등장과 더불어 실종된 소녀의 끔찍한 결말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종족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작품이 아서 매켄이 오늘날 환상과 그 안에 담긴 공포에 대하여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아서 매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최소한 환상 문학에서 나름의 기여를 한 인물임을 그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3가지의 작품으로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승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의 무한한 상상력과 논리력을 발휘하여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중략) 우리의 먼 조상들은 그 존재들을 두렵다는 이유로 "귀엽다(fair)"거나 "착하다"라고 부르는 동시에, 매력적인 존재로 치장시켰다. 진실은 그 반대임을 알았으니까.

 문학도 일찌감치 그 일에 뛰어들었고, 그들을 변모시키는 데 강력한 도움을 주었다. 셰익스피어의 장난꾸러기 엘프는 이미 그들의 진정한 기원과 거리가 아주 멀며, 진정한 공포는 짓궂은 장난이라는 형태로 위장되어 있다. (중략)

 - p. 69 : '검은 인장 이야기' 중에서 -

 이 부분에서 아서 매켄은 켈트족의 요정에 대한 전설이 실제로는 극악한 존재에 대한 미화였다는 견해를 그레그 교수의 입을 통하여 밝히고 있으며, 실제 셰익스피어의 문학에서도 엘프가 장난스러운 존재가 아닌 실제 공포스러운 존재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곧 우리가 알고 있던 전설은 정반대로 포장되어 있으며, 그러한 존재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음을 아서 매켄은 그의 작품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비유라고 할 수 없지만, 트로이가 전설로 회자되다가 슐리만에 의하여 역사로 드러났던 것처럼 어쩌면 아서 매켄이 생각하는 전설도 실제로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실존하고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한 그의 생각이 트로이의 발굴과 같이 직접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기에 그는 그의 작품을 통하여 그러한 자신의 생각을 비추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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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그러니까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 아닌 거네요. 역시 영국은 환타지 문학이 탄생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나라구나 싶어요. 안개 낀 우중충한 날씨 등...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도 그런 면이 있고요. 하얀 가루를 먹고 몸이 녹아 없어진다는가 하는 것은 공포 이전에 신비감을 주기도 해요. 과학으로 설명할 순 없는 환상이지만 소설을 읽는 재미가 아닌가 싶어요.

    2017.02.09 10:3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환상 문학이고, 다만 추리 과정이 곁들여져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영국 특유의 안개낀 우중충한 날씨도 이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세번째 작품인 '불타는 피라미드'의 시골 분위기라든지 두번째 작품인 '하얀 가루'의 도심 배경에서 그러한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지금까지 이 시리즈의 작품들이 대부분 환상 문학에 속하는데, 아서 매켄의 작품은 특히 신비로움과 공포라는 측면이 부각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

      2017.02.09 10:58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환상문학이 지닌 신비로움과 코넌 도일의 추리를 연상시키는 문제해결 방식이 매력적인 소설들 같아요. 리뷰를 읽으면서 문득 환상문학이 지닌 지향점이 뭘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는데 마지막 부분에 이르니 책찾사 님이 단초를 잘 언급해주시네요.
    트로이의 전설이 실제 역사로 밝혀진 것처럼 요정을 비롯한 환상문학의 소재도 어딘가에 현실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점이 와 닿아요. 그것이 반대로 포장될 수도 있고 과장될 수도 있겠지요. 호감 가는 책이네요. ^^

    2017.02.09 11:5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아그네스님이 지적해주신 부분이 바로 아서 매켄의 환상 문학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 아닐까 생각되요. 단순히 공상으로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전설이나 기담이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킴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와 동시에 현실과의 연결성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것 같았거든요. 꼼꼼히 리뷰를 읽어주신 아그네스님이 눈에 선하네요..^^

      2017.02.10 07:42
  • 파워블로그 산바람

    서양의 신화를 보면 특히 북유럽의 신화는 우리가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는 상당히 다른 면이 있으며, 섹스피어의 작품뿐만 아니라 여러 동화에서도 그 영향이 나타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의 신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빚어지는 오해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책찾사님의 서평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2017.02.09 20:4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제가 사실 북유럽 신화를 접해보지 못했는데, 산바람님의 예전 북유럽 관련 도서 리뷰 내용이 떠오르면서 지적해주신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네요. 언제 기회가 되면 저도 북유럽 관련 신화를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2017.02.10 07:43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