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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

[도서] 천일야화

앙투안 갈랑 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배영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천일야화>는 처음에는 

 환상을 한없이 훈련시키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 미로를 탐허하다 보면

 다른 미로들처럼 출구 없는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상상력의 대향연임을 알게 된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아라비안 나이트> 혹은 <천일야화>로 불리우는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책은 물론이거니와 영화 및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되어 우리의 꿈과 상상력을 자극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들 작품에 대하여 진지하게 읽어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제목처럼 정말로 1천 1밤 동안 세헤라자데가 이야기를 한 것이기에 다수의 작품이 실린 방대한 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밧드의 모험>, <알라딘과 요술램프>와 같이 각각의 단편으로 우리는 읽어본 것이 전부일 것이다. 또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천일야화>는 아랍어 원본이 아닌 앙투안 갈랑 또는 R.F 버턴에 의한 것이다. 앙투안 갈랑은 당시 유럽의 상황에 맞게 번안하여 <천일야화>를 불어로 번역하였다면, R.F 버턴은 영어로 <아라비안 나이트>를 번역하였다.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는 것은 R.F 버턴의 것이라고 하지만, 원본에 잔인하고 성적인 내용을 다수 첨가하여 너무나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오히려 앙투안 갈랑의 불역본은 버턴과 달리 그러한 자극적인 표현을 최소화함으로써 유럽의 대문호들의 찬사를 받았다.


 또한 앙투안 갈랑은 루이 14세 시절 당시 오스만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였고, <천일야화>를 번안하는데 무려 14년이 걸린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손쉽게 <천일야화>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의 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르헤스는 그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23번째의 작가로서 바로 이 앙투안 갈랑을 선정하였는데, 그의 갈랑에 대한 평을 읽어보면 곧바로 수긍하게 된다. 이러한 수긍은 바로 이 책에 실린 2편의 작품 <알라딘과 요술램프>, <장님 바바 압달라 이야기>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된다. 


 너무나 잘 알려져 있던 터라 <알라딘과 요술램프>의 내용이 새롭지 않을 것 같았지만, 처음부터 그러한 편견이 여지없이 무너지게 된다. 아랍의 이야기라 생각한 그 배경이 바로 중국이라는 점이 그 시작이다. 그런데, 공간적인 요소는 중국이지만, 지도자는 술탄으로 표현되고 있어서 동양의 모든 것들이 혼합된 느낌이 든다. 알라딘을 위협하는 마술사는 아프리카 출신으로 등장하고, 노예 중에서 흑인은 물론이거니와 백인도 등장하고 있으니 <알라딘과 요술램프>는 지금의 표현으로는 글로벌적인 요소가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천일야화>의 배경을 페르시아라고 생각하였기에 아랍의 느낌이 강했지만, 실제 <천일야화>는 아랍은 물론 중국, 일본, 인도의 각 설화적인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에 이는 유럽인이었던 앙투안 갈랑에게 있어서 <천일야화>가 동방의 모든 것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그가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완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에 더하여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알라딘과 요술램프>는 원래 <아라비안 나이트>에 포함된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지만,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역시 그렇다고 한다. 우리가 <천일야화> 또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대표작이라 생각하는 이 두 작품은 앙투안 갈랑이 직접 창작을 한 것인지 아니면 구전되는 것을 번역하여 추가한 것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아라비안 나이트>에는 존재하지 않던 이야기를 앙투안 갈랑이 추가한 것은 확실하다고 한다. 창작을 하였든 아니면 원전에 없는 내용을 따로 추가한 그의 업적은 그가 당시 아랍의 이야기에 얼마나 정통하였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해준다. 심지어 이 작품들이 오늘날까지 <천일야화>의 대표작이라고 인식되고 있으니 말이다.


 <장님 바바 압달라 이야기>는 앙투안 갈랑과 R.F 버턴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원전을 그대로 해석했다고 하는 R.F 버턴의 번역은 다소 자극적인 표현으로 관심을 끌었다면, 앙투안 갈랑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상상과 더불어 그 안에서 인간애를 발견하는데 주력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괜한 욕심을 부려서 장님이 된 바바 압달라가 나중에 속죄하고 참회하여 구원받는 과정은 권선징악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환상적인 내용과 더불어 이러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님 바바 압달라 이야기>는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앙투안 갈랑이 지향하는 바를 잘 나타내고 있기에 보르헤스가 수록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의 내용은 상당히 방대하다. 그렇기에 이 책에 수록된 2개의 작품을 통하여 <천일야화>를 또는 앙투안 갈랑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천일야화>가 오늘날까지 존재할 수 있도록 기역한 앙투안 갈랑에 대하여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의 완역본에 대한 기대와 독서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는 점은 나름의 수확이라 생각된다.

 '상상력의 대향연' 속에서 인간의 근본적인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천일야화>는 한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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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산바람

    저도 어떤 책을 읽다가 천일야화가 중동과 인도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실크로드를 따라 상인들이 왕래하면서 여러 고장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절판된 한질을 어렵게 구했는데 아직 읽지는 못하고있습니다.
    책찾사님의 말처럼 <이상한 요술램프>나 <아리바바와 40인의 도적>, <날으는 양탄자>등 잘 알려진 것들을 단편적으로 읽기는 했지만 전체를 읽으려 하지 10권으로 이루어져서 엄두가 안나네요. 시간을 내서 읽어야겠는데, 요즘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는 바람에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2017.04.15 21:3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산바람님이 아마 보유하고 계신 책은 R.F 버턴의 책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출판사는 혹 범우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하여 그동안 단편적으로 읽었던 천일야화가 아랍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동양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앙투안 갈랑의 번역본으로 읽어보려고 생각중입니다. ^^

      2017.04.16 09:46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알라딘과 요술램프>의 배경이 중국이라니 놀랍네요. 초등시절 참 재밌게 읽은 이야기인데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도 그렇고 얼마나 반복해서 읽었는지요. 아이들 키울때도 읽어주고... 대부분의 동화 권선징악의 요소가 많았지요. 14년이나 걸려 나온 작품이기에 우리 독자에게도 전해진 거죠. 그 저력이 대단하네요. 방대한 양의 책이라 시간 투자가 필요하겠네요.^^

    2017.04.16 23:2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작품 처음에 알라딘이 중국인이고 설명되는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어요. 알라딘이라는 이름과 더불어 술탄이 등장하는데, 공간은 중국이라는 사실이 참 이해가 안되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러한 선입견은 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아 생긴 것이기에 지금 읽으니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앙투안 갈랑이 루이 14세 시기의 인물이며, 콘스탄티노플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였으니, 그때 모은 방대한 자료를 책으로 다시 구성하는 작업이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기에 14년이 걸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고, 우린 편하게 몇 권의 책을 통하여 그의 노고를 치하하면 되는 거지요...^^

      2017.04.17 13:37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천일야화]가 원본은 엄청 두꺼운 책이라고 들었는데 이 책도 두꺼울 것 같아요. ㅎㅎ
    학창시절 이야기만 듣고 직접 읽어보지 못한 책들 중 하나네요.
    천일 밤 동안 하루에 한 편씩 재밌는 이야기를 해서 목숨을 구했다는
    여자 이야기라서 페미니즘을 알고 들으니 좀 슬프네요...

    2017.04.17 14:0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이 책에는 두편이 소개가 되었고, 그나마 한편은 너무나 짧은 이야기라서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에요. ^^
      저는 기회가 되면 열린책들의 6권으로 구성된 <천일야화>를 읽어볼까 계획중입니다.
      세헤라자데가 자신이 살기 위하여 이야기를 한 것보다는 여자를 믿지 못하는 왕을 이야기를 통하여 구원해준 존재로 보시면 조금은 달리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

      2017.04.17 16:04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