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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 4

[도서] 시튼 4

이마이즈미 요시하루 원저/다니구치 지로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시튼의 <동물기> 중에서 한 곰의 일대기에 대한 이야기가 꽤 인상깊게 느낀 적이 있다. 어려서 어미와 형제를 잃고 홀로 살아남아 산 속의 제왕이 되지만, 나중에 노쇠하여 유황 온천 근처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 이야기였는데, 그 내용을 다룬 것이 바로 다니구치 지로의 4번째 작품 <탈락 산의 제왕>이 아닐가 생각된다.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다른 흐름과 결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르게 각색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회색곰 워브>라는 제목이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인데, <탈락 산의 제왕>과는 다른 스토리여서 나름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더구나 <탈락 산의 제왕>은 이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시튼의 경험과 결부지어 쓰여진 것이 아니라 켈리언이라는 사냥꾼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토대로 쓰여진 것이라는 차이점도 내포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와 비슷한 출발을 보여준다. 캘리포니아의 탈락 산 근처에서 새끼와 함게 있던 어미곰을 사냥하는 켈리언의 이야기는 이미 비극적인 모습을 잉태하고 있었다. 잭과 질이라는 이름을 붙인 두 새끼 꼬마는 자신의 어미를 죽인 사냥꾼의 손에서 자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비극적인 운명을 깨달은 것처럼 질은 켈리언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보이면서 따르지 않았으나, 잭 만큼은 켈리언에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그러한 환경에 곧바로 적응하게 된다. 켈리언 역시 그러한 잭을 아끼면서, 마치 애완동물처럼 그를 대하게 된다. 하지만, 질과 함께 잭이 자신의 식료품 저장소를 엉망으로 만들자 홧김에 그 둘을 떠돌이 장수에게 팔아버리게 됨으로써 잭의 기구한 운명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중에 잭을 판 것을 후회하지만, 켈리언은 그 뒤로 잭의 존재를 잊게 된다.


 켈리언과 달리 잭이 만나는 사람들은 그에게 난폭한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여전히 사람에 대하여 적대적인 질은 그나마 달아나다가 총을 맞고 죽게 되며, 홀로 남은 잭은 사람들의 놀림을 당하면서 학대를 받게 된다. 거대한 곰으로 성장한 잭은 거대한 황소와의 대결을 추진한 인간들을 뿌리치면서 결국 산으로 탈출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1권에서 시튼이 그의 그림을 통하여 드러내고자 했던 자연과 야성에 대한 인간의 극악의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켈리언이 그랬던 것처럼 잭에 대하여 애정을 보였더라면 잭이 그리 거칠어지지 않았을텐데, 결국 잭은 사람들을 적대적으로 여기면서 산 속의 제왕으로 점점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는 결코 인간에게 공감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심지어 켈리언이 잭을 알아보지 못하고, 사냥을 하다가 오히려 잭에게 죽임을 당하려는 순간 잭이 켈리언의 냄새를 통하여 오래전 그를 돌봐준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의 목숨을 살려주는 장면은 오히려 동물의 순수성에 더욱 끌리게 된다. 또한 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한 노인이 잭에게 아무런 적의가 없음을 보여주자 스스로 길을 터주는 장면은 결국 동물의 야성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폭력임을 일깨워준다.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인간에 대한 정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 켈리언에 의한 총상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켈리언의 공격으로 인하여 송곳니가 날아가버린 잭은 사람들에게 포악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방대한 지역에 걸쳐 있는 목장을 돌아다니며 방목하던 소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이 키웠던, 그리고, 자신을 살려준 잭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한 켈리언에 대한 원망이 나의 마음에 드리우게 된다.


 어찌보면 자연 속에서 스스로 살아가기 위하여 본능에 충실한 잭의 이러한 행위는 목장주들을 자극하여 대대적인 사냥이 벌어진다. 그러나, 동면을 하지 않으면서 소에 대한 사냥에 익숙해진 잭은 쉽사리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는다. 덫도 통하지 않고, 심지어 잭을 사냥하려던 인간들이 죽임을 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악한 인간의 모습은 절정에 달한다. 잭에 대한 대중의 관심으로 신문사는 켈리언에게 접근하여 막대한 보상을 약속하며, 잭을 생포할 것을 요구한다. 그동안 총과 덫으로도 잡지 못했던 잭을 생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결국 켈리언은 치명적인 수면제를 써서 잭을 생포하기로 결심한다. 사실 잭은 꿀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덫의 미끼인 꿀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습성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잭은 그러한 덫을 힘으로 파괴하여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러한 술수를 몰랐던 잭은 결국 미끼에 들어있던 다량의 수면제로 인하여 아예 덫에서 잠이 들면서 결국 생포된다.


 왠지 비겁한 방법에 대한 켈리언의 괴로움은 블랑카의 죽음을 이용하여 로보를 잡은 시튼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동물원 우리에 갇힌 잭이 탈출을 포기하고, 식음을 전폐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 그를 알아본 잭의 심정은 그러한 괴로움이 극대화된다. 아마 이 부분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성을 느낄 수 있는 절정의 순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나름의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켈리언의 절규와 그의 냄새를 통하여 어렸을 적의 추억을 떠올리는 잭이 다시금 먹이를 먹으면서 생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은 자연과 야생에 대한 인간의 반성과 회복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후 활발하지는 않지만, 동물원에 갇혀 22년을 살아가게 된 잭과 그러한 모습을 바라보며 괴로워하는 켈리언의 상황은 왠지 비극적인 장면으로 머릿속에서 고정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인간의 폭력성에 신음하는 자연의 모습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것을 반성하는 인간의 모습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자연과 인간을 함께 결부지어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이 내용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 단순히 동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리즈에서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폭력성을 담아내고자 이러한 방향으로 새롭게 각색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 이야기 이후로도 여전히 자연에 대하여 심각한 훼손을 가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은 아직도 잭을 몰라보는 켈리언의 상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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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산바람

    곰의 부모를 죽이고 새끼를 키우다 팔고, 그 새끼 곰에게 죽을 뻔하다 결국 곰의 사랑으로 살아났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고 죽이려하고 사로잡는다. 그런 후 자기가 키운 새끼곰 임을알게 되어 괴로워한다는 내용 재밌네요. 인간의 잔인하면서도 감성적인 일면을 보여주는 작품의 서평 잘 읽고 갑니다.

    2017.05.21 21:2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탈락 산의 제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냥꾼에 초점을 맞춘다면 산바람님 말씀처럼 인간의 잔악함과 더불어 일말의 자연에 대한 여지를 엿볼 수 있었던 에피소득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원래 알고 있던 에피소드는 오히려 홀로 자연에서 성장한 회색곰의 이야기였기에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7.05.22 11:43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동물의 야성을 건드리는 것이 인간의 폭력이라면... 죽은척 하거나, 적의가 없음을 알리는 것으로 소통이 되었던 동화가 떠올라요. 켈리언과 잭의 이야기는 인간의 탐욕과 폭력성을 제대로 알려줌과 동시에 동물의 마음을 읽어내고 반성하는 부분은 그나마 또 다른 감동을 주는군요.^^

    2017.05.22 14:4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켈리언이 잭을 알아본 순간 그 자책하는 마음에서 나름의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비록 우리에 갇혀서 그러한 켈리언의 마음을 잭이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에서 수십년을 살았으니 무의식 속에 그러한 것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2017.05.23 10:15
  • 스타블로거 문학소녀

    책찾사님의 리뷰를 읽다보니 잭과 질... 곰의 이야기도 어렴풋이 생각이 나네요. 항상 자연에 해를 끼치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여기서도 일깨워준다는... 리뷰로도 이렇게 재미있으니 시튼 동물기 다시 읽고 싶어지는 거 있죠? ㅋㅋㅋ

    2017.05.22 21: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시튼의 동물기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동물기를 읽었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과 달리 가지고 놀 것이 없기에 들춰본 책 속에서 느꼈던 소중한 기억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되었거든요...^^

      2017.05.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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