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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

[도서] 요재지이

포송령 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김혜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화피>와 <천녀유혼>은 요괴가 등장하면서 괴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인간과의 사랑을 통하여 그러한 것을 초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많은 관심을 끌었다. 서양에서는 대부분 공포의 대상으로만 그려지는 존재들이 동양에서는 인간과의 화합을 꿈꾸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차이점을 보여준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러한 공감대는 우리에게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무리없이 받아들여진다는 점도 이 영화의 성공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들의 원작이 모두 포송령이 쓴 작품이라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청조의 인물이었던 포송령은 비록 관직에 오르지 못하였지만, 풍부한 학식과 독서를 통하여 나름의 글쓰기에 몰두하게 된다. <요재지이> 역시 그가 저술한 많은 이야기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제목을 그대로 해석한다면 요재(聊斋)가 쓴 기이한 이야기들로서 요재(聊斋)는 바로 포송령의 서재명을 뜻한다고 한다.


 포송령이 쓴 수많은 리얼리즘 소설들은 기이한 일들로 넘쳐난다. 기이한 일들은 실재하며 절대 불가능하거나 있음직하지 않은 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보르헤스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의 24번째 작가로 포송령을 선정한 이 평을 들어보면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를 처음 접한 서양인들의 느낌과 통하는 것 같다. 사실 1916년 영국에 처음으로 포송령이 이야기들이 소개되면서 <요재지이>를 '중국판 천일야화'라고 부른다고 하니 어쩌면 환상 문학의 대가인 보르헤스가 포송령을 자신의 시리즈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포송령이 쓴 <요재지이>는 400편이 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책에서도 16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포송령은 민간에서 떠돌던 이야기들을 명확한 표현과 세밀한 묘사로 재탄생 시켰으며, 이것들을 시간적인 순서로 구성하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이야기에서는 신선, 요괴 등이 등장하면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기묘한 존재는 사람과 연관지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화피>와 <천녀유혼>과 같은 사랑에 대한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보면 왜 <요재지이>가 '중국판 천일야화'라고 불리우는지 십분 이해하고도 남게 된다. 


 이러한 기묘한 이야기들은 동양 특유의 '권선징악'적인 요소와 결합되어 <아라비안 나이트>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러한 요소는 인간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민간에서 숭배되는 신선과 같은 존재에서도 통하는 요소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통하여 '권선징악'을 얼마나 강조하고 있는 지 보여주고 있다.

 (중략) 장강의 물을 움켜쥐어 그의 사악한 내장을 깨끗이 씻어냄이 마땅하렸다. 당장 담벼락 동쪽에 쇠침상을 준비시키고 염라대왕 자네는 큰 독 안에 들어가도록 하여라.

 - p. 45 : 저승도 유전무죄 中에서 -

 죽음의 세계를 관장하는 염라대왕이 뇌물을 받고, 한쪽에 치우친 판결을 내린 대가로 인하여 옥황상제로부터 끔찍한 형벌을 선고받는 이 장면은 권선징악의 절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민간에서는 신으로 여겨지는 염라대왕 조차도 부정을 저지르면 어김없이 벌을 받게 되는 <저승도 유전무죄>는 죄를 짓는 것에 대하여 영역이 없음을 교훈으로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비록 관직에 올라가지는 못하였지만, 학자로서의 모습을 지니던 포송령은 바로 이러한 민간의 이야기를 통하여 백성들의 교화를 염두해두고 각색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호랑이 아들>은 그러한 포송령의 의도의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호랑이가 자신을 사람이었다고 착각하여 한 노모에게 효심을 다하고, 노모 역시 그를 아들로 대우했다는 우리의 전래동화와 비슷한 내용의 <호랑이 아들>은 권선징악 보다는 유교의 기본 이념인 효(孝)를 강조하기 위한 내용으로 쓰여진 것처럼 보여진다. 노모의 아들을 잡아먹고, 이를 뉘우치고자 아들 대신 노모를 정성껏 모시는 호랑이의 모습은 한낱 미물도 자신이 저지른 죄를 효심으로 극복하려는 모습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효(孝)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 가죽 탈>은 아마도 영화 <화피>의 원작이라고 보여진다. 요괴가 인간의 가죽을 써서 사람처럼 보이고, 그에 따라 벌어지는 내용을 이야기로 다루고 있다. 비록 영화처럼 요괴와 인간의 직접적인 사랑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요괴에 의하여 희생된 남자의 아내가 온갖 멸시를 감내하고 남편을 다시 살려내는 이야기는 영화에 커다란 영감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 또한 단순히 이야기의 기묘함을 떠나 부부간의 애틋한 정(情)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남성우위의 사회를 그려내고 있기에 당시의 시대상을 함축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애초에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두고서 요괴에 현혹되었으니 그가 죽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상당히 짧은 분량이지만, 그 의미를 들여다보면 많은 생각으로 확장할 수 있다. 기묘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고, 권선징악과 같은 교훈적인 이야기, 그리고, 요괴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야기로 다양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요재지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에 포함이 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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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여러 이야기가 들어있는 중국판 '천일야화'군요. 재미와 교훈적인 요소가 가미된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민화와 비슷한 느낌도 들어요. 게으른 사람이 소 탈을 썼다가 소가 되었다는 옛날이야기가 문득 생각나네요.^^

    2017.05.22 15: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호랑이가 된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데,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래동화를 보는 느낌도 들었지만, 권선징악의 요소가 확실히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교훈적인 부분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2017.05.23 13:29
  • 파워블로그 산바람

    책찾사님의 서평을 읽다보니 요이제이를 예전에 읽어본 기억이 납니다. 중국인들의 정서와 민간신앙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기억됩니다. 좋은 서평 재밌게 읽었습니다.

    2017.05.22 20:2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산바람님께서는 벌써 읽어보셨군요? 워낙 이야기가 많다보니 아마도 예전에 부분적으로 소개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하여 처음 읽지만, 그래도 중국과 정서가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기에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2017.05.23 13:30
  • 문학소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시리즈에 포함된 책이군요. 저도 들어만 봤지 아직 읽어보지는 못한 책이에요. 우리의 옛날 전래동화를 보는 듯한 내용이네요. 언제 꼭 읽어봐야겠어요. 서평, 재밌게 읽고 갑니다. ^^

    2017.05.22 21:2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각 에피소드마다 분량도 많지 않고, 기묘한 이야기가 전래동화처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간만에 부담없이 읽었던 책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

      2017.05.23 13:31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