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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악마

[도서] 사랑에 빠진 악마

자크 카조트 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김계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카조트는 자신의 이야기가 

 현재의 프로크루스테스, 지그문드 프로이트의 

 병리학적 신화학에 속한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 없었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의 26번째 작가는 자크 카조트이다. 역시나 생소한 작가의 작품으로 그를 만나기 전에 보르헤스의 카조트에 대한 평을 여러번 곱씹어보게 된다. 정신분석학과 관련된 인물들의 이름과 병리학적 신화학이 우선 눈길을 끈다. 문학작가가 아닌 철학 또는 심리학자에 대한 평이 아닐까라는 생각되는 이러한 내용으로 자크 카조트를 평하는 보르헤스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자크 카조트는 1719년에 태어나서 1792년에 죽음을 맞이한다. 이 시기는 1789년에 시작된 프랑스 혁명이 포함되어 있고, 또한 그가 단두대에 의하여 형장의 이슬로 죽음을 맞이하였으니 그 역시 삶의 마지막은 프랑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격류에 휘말리게 된 셈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신기한 사실은 그가 죽기 전에 그의 죽음을 스스로 예언을 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그의 실제 삶에 대한 에피소드 자체만으로도 아마 보르헤스는 그를 환상문학의 대가로서 선택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 생소한 작가이기에 이 책에 실린 한편의 작품으로 그를 알아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의 대부분이 여러 단편이 실린 것에 비하여 자크 카조트의 작품은 오로지 이 한 편을 소개하고 있으니, <사랑에 빠진 악마>라는 흥미로운 제목과 더불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케 부오이?"

 라는 이탈리아어와 함께 서로 마주한 알바로와 비온데타의 첫 모습이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무엇을 원하느냐?"라는 의미의 이 말과 함께 끔찍한 악마의 모습으로 알바로 앞에 나타난 비온데타. 그러한 모습에 당황하지 않고, 너무나 태연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하는 알바로 앞에서 비온데타는 순순히 그의 명령을 수행한다. 아울러 기괴한 악마의 모습이 아니라 아름다운 아가씨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말이다. 그러한 비온데타가 악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겉으로는 그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알바로와 그러한 알바로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비온데타의 관계가 왠지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분명 악마임에도 불구하고 비온데타는 일반 여성과 같이 갖가지 방법으로 알바로를 유혹하면서 또한 질투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대체 악마인 비온데타는 왜 알바로에게 반한 것일까? 너무나 태연하게 자신을 하인으로 부리는 그의 모습에서 요즈음의 표현대로 상남자의 모습을 본 것일까? 그러나, 그녀가 다가가면서 오히려 알바로는 내심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알바로가 악마인지 아름다운 처녀인지 혼동을 하게 된다. 비온데타의 적극적인 구애로 인하여 알바로는 점점 비온데타에게 넘어가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 꿈속에서 그러한 구원자의 존재가 어머니임을 깨닫고, 비온데타를 데리고 스페인에 있는 영지로 되돌아가는 알바로. 아마도 이러한 꿈 속에서의 구원자로서의 어머니와 실제 이야기의 마지막에 어머니 품에서 안도하는 알바로의 모습으로 인하여 보르헤스는 지그문드 프로이드를 떠올린 것이 아닐까?


 후일 카조트의 제자는 바로 이 작품의 악마 비온데타가 카조트의 부모를 의인화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 작품에서 악마인 비온데타와 구원자 내지는 안식처의 상징으로 어머니를 등장시킨 이유는 부모의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어쨌든 알바로와 비온데타 사이의 밀당은 결국 비온데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정작 알바로가 그 유혹에 다 넘어간 상황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추는 비온데타의 모습과 그 길로 어머니를 찾아가서 안도하는 알바로의 모습은 한 여름밤의 꿈과 같이 환상적이면서도 덧없는 느낌으로 비춰지게 된다.


 자크 카조트의 삶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사랑에 빠진 악마>는 상당히 중의적인 의미로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저 사랑에 빠진 악마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으며, 부모님에 대하여 느꼈던 심리적인 상황을 투영한 내용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로서는 저자가 분명 프랑스인인데, 알바로는 물론이거니와 스페인을 배경으로 하여 악마를 소재로 글을 쓴 의도는 유럽에서 늦게까지 종교 재판을 통하여 마녀 사냥을 자행하고 있던 스페인에 대한 나름의 조롱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마치 하나의 사실이 여러 가지의 환영으로 보이는 환상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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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문학소녀

    저도 완전 생소한 작가네요. 끔찍한 악마의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주인공, 그리고 아름다운 아가씨로 변했을 때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솔직히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네요. 악마가 먼저 사랑에 빠져서 유혹하고 질투한다는 것도요... 사랑, 배려, 이해, 연민...뭐 이런 감정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악마가 아닌 천사 아닐까요? 악마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가져서는 안될 금기일 것 같은데. 금기를 어긴 악마는 이미 악마가 아닌 듯 합니다. 주인공이 찾아간 어머니가 구원자로 나오며 안도하고, 그간의 일이 한여름밤의 꿈처럼 되어버리는 것...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이네요. 우리들의 안식처는 언제나 어머니이니까요. 그리고 사라진 악마는 아마 악마의 금기를 어겼기에 벌받으러 간것은 아닐까 나름 추측해 봅니다. ^^;;
    자크 카조트... 책찾사님 덕분에 새로운 작가 한 분을 알고 갑니다. ^^

    2017.08.25 07:1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인어공주>는 왕자의 사랑을 받지 않아 물거품으로 변하였고, 악마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에서는 보통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면 결국 화를 당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결과적으로 별다른 일 없이 악마가 사라지는 것으로 이야기를 맺고 있으니 황당함마저 느낍니다. 주인공이 악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역시 결국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꼈던 것이었는지 어머니에게 달려가서 안도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많은 여운이 남는 것 같아요.
      자크 카조트는 저도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알게 되었는데, 국내에는 이 작품이 유일하게 소개된 책이라서 작품을 통하여 깊이있게 다가가기는 어려울 듯 해요.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이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

      2017.08.25 09:02
  • 파워블로그 산바람

    남자들은 무의식 속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자리잡고 있어서 항상 이상적인 여인으로 어머니상을 그린다는 말이 있는데, 이 작품이 그런 것을 형상화 해서 구체적으로 악마와 어머니라는 이중의 등장인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양에서 말하는 악마는 아뭉래도 사랑을 알거나 느끼지 못할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사랑을 느끼고, 마지막에서는 떠나는 이유도 석연찮은 상태에서 떠난다니 이와 같은 생각을 해봅니다.

    2017.08.25 20:4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아, 악마에 대한 서양의 인식이 산바람님의 말씀과 같다면 저자가 왜 이 책에서 악마와 어머니의 존재를 등장시켰는지 확실히 이해가 되네요. 더구나 주인공이 악마의 유혹에 결국 넘어간 시점에서 자취를 감추는 악마의 모습도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약간 이해가 안되는 면이 조금 있었는데, 산바람님의 댓글로 오히려 깨닫게 되었습니다. ^^

      2017.08.26 12:39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보르헤스가 기획한 환상문학 시리즈군요.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진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이야기네요. 사실 우리의 분명한 현재 의식을 조금만 넘어서면 흐릿하고 모호한 무의식의 세계가 무한히 펼쳐져 있기에 불분명한 것 속에서 더욱 진실한 어떤 실마리가 잡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사랑하는 방식의 한가운데도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프로이트와 라캉은 말하더군요.
    저도 읽고 싶어지는 호감가는 책이네요. ^^

    2017.08.26 13:0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흐릿하고 모호한 무의실의 세계로 인하여 보르헤스가 말하는 환상문학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이 명확하다면야 환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죠. 환상문학 시리즈는 이제 몇 권 남지 않았는데, 기존에 거리감이 느껴졌던 환상은 결국 우리 마음 속의 무의식의 세계 또는 모호함과 결부지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되더군요. ^^

      2017.08.27 09:2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