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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단편집

[도서] 아르헨티나 단편집

훌리오 코르타사르 등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조구호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자신이 기획한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작품은 바로 <아르헨티나 단편집>. 보르헤스의 조국인 아르헨티나의 작가들의 단편들을 소개하면서 작가는 물론 아르헨티나 문학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그의 의지와 애정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이 시리즈의 네 번재로 소개된 레오폴도 루고네스 역시 아르헨티나 출신이었으며, 심지어 이 책에서도 그의 단편이 중복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점은 보르헤스의 욕심이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그 마지막이 개인적으로는 약간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의 첫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루고네스의 <이수르>는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소금 기둥>에서 이미 소개된 작품이다. 왜 보르헤스가 이 작품을 중복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에 상관없이 어쨌든 이미 같은 시리즈를 통하여 읽었던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불편한 대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원래 이 시리즈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은데, 그러한 상황에서 똑같은 작품을 중복으로 만나게 된다면 그 아쉬움을 지우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이전에 읽었을 때에는 침팬지를 훈련시켜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게 만드려는 그 내용이 환상적으로 느껴졌지만,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읽고 난 이후에 이 작품을 다시금 만난 지금 시점에서는 환상이 걷히고, 인간의 탐욕에 의한 비극으로 다가오게 된다. 마지막에 침팬지가 죽으면서 주인에게 사람의 언어로 말하는 장면은 침팬지가 아닌 그 주인의 탐욕에 의한 환청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으로 새롭게 해석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마리아 에스테르 바스케스의 <선택받은 자> 역시 나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예수에 의하여 부활한 나사로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이 시리즈의 <러시아 단편집>에서 소개된 레오니드 안드레예프의 <라자로>를 곧바로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에 의하여 부활한 순간 선택받았다는 기쁨이 예수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상황을 버림받은 것으로 생각하며 허망한 외침을 부르짖는 그의 모습은 안드레예프의 라자로와 마찬가지로 부활이 새로운 출발이 아닌 또 다른 고통의 연속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이 시리즈에서 소개된 것은 보르헤스가 글을 통한 동질성과 보편성을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이 작가들을 좀더 많이 소개하기 위한 그의 의도는 이 책에서 여러 작가의 짧은 단편들에서 잘 드러난다. 물론 이 시리즈의 카프카를 소개하는 책에서도 아주 짧은 분량의 단편들이 꽤 많이 소개가 되었지만, <아르헨티나 단편집>은 여러 작가를 한 권의 책에 소개하고 있기에 이들에 대한 소개에 주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분량으로 작품성을 운운하는 것은 아니다. 페데리코 펠체르의 <체스 선생>만 보더라도 아주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체스를 가르치는 선생의 존재에 대한 반전과 이야기 내내 풍기는 분위기는 환상 문학의 요건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마누엘 무히카 라이네스의 <역마차>는 생소한 아르헨티나의 환상 문학의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역마차를 타고 도주중인 한 여자의 불안한 심리와 마치 그 불안함으로 인하여 빚어낸 듯한 모호한 존재의 등장으로 인하여 환상 속의 긴장감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작품의 비현실적인 마지막 결말을 있음직한 이야기로 탈바꿈하고 있기에 환상이 현실과 완전한 별개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기에 보르헤스의 의도를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아르투로 칸셀라, 필라르 데 루사레타의 <운명은 어리석다>는 한 마부의 삶을 통하여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변곡점을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마차와의 사고로 인하여 더이상 마부 일을 할 수 없는 주인공의 모습을 20세기에 진입하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장면이라든지 또한 열차와의 사고로 3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한 마부의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삶으로 세기의 변화와 전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기에 꽤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작품으로 느끼게 된다.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점거당한 집>과 실비나 오캄포의 <물건들>이라는 작품은 물질 만능주의로 고통을 받고 있는 현대인의 관점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평온한 곳이라 생각되었던 집이 명확하지 않은 존재의 침입과 점거로 인하여 안전하다고 생각한 집에서 더이상 존재할 수 없어 쫓겨나는 인물들의 모습이라든지 물건에 깃들어 있는 정신이 마냥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생각에 따라 그것이 인간을 지옥의 불기둥으로 던져버릴 수 있다는 환상적인 내용은 단순히 환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오늘날의 현실과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자본주의의 불합리한 맹점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아르헨티나 단편집>은 사실 다양한 작가의 글을 한 권으로 담아내고 있기에 조금은 버거운 느낌도 들었다. 심지어 작품들이 생소한 아르헨티나의 문학이라는 점이 한 몫을 하였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동안 읽어온 보르헤스의 이 시리즈의 내용을 떠올려본다면 이 책에 대한 보르헤스의 의도가 눈에 선하여 외면하기란 쉽지가 않다. 몇 번 더 읽는다면 왜 이 작품들이 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지에 대하여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 책을 읽기 전에 전혀 접해보지 못하였던 아르헨티나의 문학이 환상에서 현실로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 읽었을 때의 아쉬움을 달래볼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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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이루

    '점거당한 집'과 '물건들'에 특히 시선이 갑니다. 자신의 집에 침입한 명확하지 않은 존재는 무엇인지, 그들이 어떻게 집에서 쫓겨나는지 그리고 물건에 깃들어 있는 정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궁금해요. 중복되는 단편이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2017.10.27 09:1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네, 두 작품 모두 아주 짧은 글이지만, 그 글에 담겨진 의미가 자못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사는 공간에서 쫓겨나는 듯한 모습에서 그 존재를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오히려 집이 아닌 열린 공간으로 나가게 된 이야기로의 반전도 생각할 수 있기에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싶었어요. ^^
      이 시리즈의 4권을 읽지 않았다면, 중복된 작품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겠지만, 어쨌든 그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읽었으니 그걸로 위안삼아야 할 것 같아요. ^^

      2017.10.28 08:11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단편소설에도 장편소설 못지 않은 삶의 철학을 담는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되네요. 더욱 응축된 내용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언제나 발견하니까요. 아르헨티나 문학은 아직 접하지 못했는데, 책찾사님의 리뷰로 만나면서 결국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구나, 하는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2017.10.27 14:3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표현의 기교 차이는 있지만, 결국 글을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딜가도 비슷하기에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도 아르헨티나 문학은 익숙한 편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조금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다시 읽어보면서 그 의미에 좀더 다가갈 수 있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 역시 재독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네요. ^^

      2017.10.28 08:12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우리가 읽어온 익숙한 문학이 일본과 서유럽과 미국에 치중돼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중남미 작가들의 작품은 극히 일부만 알려져 있군요. 책찾사 님의 리뷰를 통해 아르헨티나 문학에도 호감이 가네요. ^^

    2017.10.27 15:4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생각해보니 이 시리즈의 기획자 역시 보르헤스도 아르헨티나 출신이건만 그의 위명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 역시 읽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것을 우려하여 보르헤스가 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바로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책이 시리즈의 마지막 책인데, 실수로 한 권 건너뛰어서 시리즈 완독은 아직 못한 점도 리뷰를 쓰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

      2017.10.28 08:14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