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50세 되는 해, 태어난 이래로 지구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그 50년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과학자로서 다양한 수상 경력을 지닌 그가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이제는 모든 지구인에게 호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우리는 그동안 "더 많이(More)"만을 외쳐왔고, 풍요로운 삶을 누려왔지만, 그로 인해 지구는 달라졌다.
세상은 변해버렸다. 이 변치 않는 진실을 수치화된 근거로 현재 우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짚어준다. 생명, 식량, 에너지, 지구 네 부분으로 나뉘어 설명하는데, 각기 다른 분야의 이야기이지만 결국에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문제가 발생하고 가시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 축적된다. 그 연결고리를 이음새에 잘 스며들게 하여 자연스럽게 읽혔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이 아닐까. 적어도 내가 느낀 바로는 그렇다. 한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냐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는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훨씬 더 적은 피해를 입고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덕을 보는 사람들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은 일치하지 않는다. 한국이 후자보다 전자에 더 가까운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결국엔 우리가 모두 나아가야 할 길은 덜 소비하는 것, 그리고 더 많이 나누는 것.
대체적으로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다. 수치화된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쓰였지만, 일상의 언어로 기술되어 전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읽기 힘들었던 것은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모른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을 모른다고 할 수 있을까? 환경 문제는 초등학교에서 접하기 시작한다. 학교 또는 지자체에서 환경오염 포스터 그리기와 글짓기 등의 대회를 개최하고, 중고등학교 역시 환경을 주제로 하여 수행평가를 실시한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환경과 관련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심지어는 제로 웨이스트샵에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알면서도 흐린 눈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인지하기 싫었던 것이다.
비록 번역본으로 읽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았다. 번역 실력과 무관하게 작가의 언어가 아닌 번역된 언어로 읽을 때면 남는 아쉬움과 작가 본인의 어렸을 적과 비교를 하다 보니 한국인으로서 덜 와닿는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소개한 각 Chapter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부분은 '6장 가축키우기'이다. 내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일이자, 항상 죄책감을 지니면서도 놓지 못하는 일. 차 운전을 하지 못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카페나 배달 음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 일회용품 사용도 많지 않다. 단 음식도 먼저 찾는 편이 아니라 설탕 소비도 적은 편이다. 결국 내가 가장 힘들어하면서도 마음 편히 놓지도 못하는 것이 바로 육식이다. 채식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실제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도는 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