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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소녀

[도서] 거지 소녀

앨리스 먼로 저/민은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10편의 단편소설들이 장편소설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는 한 권의 책이었다. 로즈라는 그녀의 유년시절의 이야기와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연애와 결혼생활 그리고 이혼 후의 이야기들이 주위 인물들을 통해서 이야기되는 여러 작품들이다. 거지 소녀라는 작품은 강열했다. 위태로워 보이는 순간들과 선택은 내부의 균열들을 감추면서 결혼으로 위장된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간극은 극명할 뿐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덮어버리면서 그들은 결혼을 하게 된다.

 

 

 

진실이 아닌 거짓말로도 자신의 결혼을 깨뜨리는 순간을 지향하는 로즈의 선택이 인상적이다. 솔직한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결혼을 선택한 것은 결국 파장이 큰 파동이 되어 자신의 가정을 스스로가 무너뜨릴 뿐이었다. 위태롭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여러 감정들은 크게 그녀를 흔들어 놓는다. 그녀의 고백과 솔직한 감정들은 무엇 때문이었는지 작품은 말하고 있지 않은가. 유산 관리는 누가 해? 남기신 게 없을 텐데. 웃기지 말고. 패트릭이 말했다. (133쪽)

 

 

 

가난한 삶이 가져다주는 생활들이 거리낌 없이 작품 속에 여러 번 등장한다. 유년시절에 경험한 것들과 학교생활에서 경험하는 것들, 가정생활에서 경험하는 것들도 매우 사실적으로 전달되는 작품이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세속적인 경건함을 독려하는 것 같았다. 134쪽

 

간절함과 고분고분함이라는 끔찍한 휘장이 정말로 거기 있었다. 136쪽

 

특히 인상적인 것은 두께였다. 수건과 러그, 나이프와 포크 손잡이의 두께, 그리고 침묵의 두께. 그곳에는 사치와 불안이 만연했다. 157쪽

 

 

 

이혼 후 그녀의 생활과 애정까지도 작품은 상당히 많은 것들을 전해주고 있다. 특히 작품 속에서 사고의 간극이 가장 많이 눈에 들어왔다. 결혼하기 전에 서로의 가정환경이 다른 것과 문화적인 차이는 극명하였지만 자신의 결혼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그녀는 경험하게 된다. 고향에서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부류들의 시선과 의도까지 읽게 된다.

 

또 다른 간극은 새어머니가 그녀가 연기 활동을 하는 모습을 시청하고 보낸 편지의 내용에서 느끼는 간극이 떠오른다. 그녀가 느끼는 것과 새어머니가 느끼는 수치심은 너무나도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났다고 느끼는 순간과 그 사람을 기다리는 노력들과 연락이 없는 것에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해소하는 기나긴 과정들도 작품은 놓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 듣는 그의 소식도 놀라움 자체였다. 그와 그녀의 사랑과 운명을 암시하듯이 말을 전해주는 슈퍼 가게 사장의 말을 다시금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랑도 그녀의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고 있었다.

 

 

 

새어머니의 치매 증상과 요양원 탐방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층에 따라 증상도 다르고 생활도 다르며 삶도 다르게 조명되고 있었던 노년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보였고 생각이 많아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놀라웠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허리띠로 때리는 순간까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버지의 눈에 혐오와 쾌락이 차오른다... 좋아. 그가 말한다. (36쪽)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가정폭력의 단상이기도 하다. 암묵적이고 정당화되고 있는 가정에서의 폭력은 그렇게 아이의 시선에서 보이는 부모의 눈빛은 쾌락까지도 읽히고 있었다는 점이다.

 

 

 

네가 시를 잘 외울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해선 안 돼.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여기에서 가르치고자 한 교훈을 그 어떤 시보다도 중시했고 로즈가 그 교훈을 깨달아야 한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352~353쪽

 

 

 

가장 인상적인 글귀는 네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선생님의 질문의 의도였다. 우리가 무엇인지 끝없이 자문하며 오늘도 대답하면서 걷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의 맹점을 이 대화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릇된 가치관을 교육받고 성장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해주는 순간이 된다. 우리가 무엇을 쉽게 간과하면서 지나친 것은 없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해주는 질문이기도 하다.

 

 

 

난 내가 오래된 말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분명하게 느껴져요. 초원의 바람과 햇빛에 피부가 그을리고 거칠어졌다. 309쪽

 

 

 

말가죽으로 만들어진 그녀. 그녀의 삶은 초원의 바람을 피하지도 않았고 햇빛을 피하지도 않았던 삶을 그려낸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을 외면하지 않았고 용기내면서 내면의 소리에 외면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결혼과 사랑도 부딪치면서 배우고 깨지면서 알아가는 삶을 걸어갔음을 이 작품의 그녀, 로즈에게서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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