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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그리스인 조르바

[도서] 초판본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베스트트랜스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조르바를 처음 만난 건 피레에프스라는 항구 도시였다.




나는 이상하게, 자유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그리스인 조르바"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는 했다.


게다가 책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상하게 나에게는 비쩍 마른 노년의 남자가 뱅글뱅글 돌며 춤을 추는 이미지 같은 것이 기억속에 있다. 예전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영화로 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와 별개로 나에게 이 책은 <자유>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이다.


*


인간의 영혼은 육체라는 진흙 속에 갇혀 있기에 무디고 둔한 것이다. 영혼의 지각 능력이란 조잡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내다볼 수 없다.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다면 우리 이별은 얼마나 다를 수 있었을까.

-p.15


이 책은 조르바를 만난 한 남자로부터 시작한다. 항구에서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던 남자는 조금 전 절친한 친구와 헤어진 후였다. 




그때,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60대 노인이 코를 유리창에 대고 나를 찌를 듯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남자는, "책 나부랭이와 잉크로 더럽혀진 종이에 오랫동안 처박혀 있던 인생"을 바꿔보려던 차였다.


냉소적이면서도 불길처럼 섬뜩한 시선을 가진 남자는 자신을 데려가라는 제안을 한다. 그, 조르바와 함께 남자는 크레타 섬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조르바는 이야기만 들어도 특이한 남자다. 도자기의 돌림판을 돌리다가 거치적 거리는 왼손 집게손가락을 스스로 잘라버릴 수 있는 사람은 그사람 뿐일 것이다.


조르바는 학교 문턱에도 못 가 봤으니 지식을 채워넣을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세상만사 모든 일을 겪어서 마음이 확 트였고 두둑한 배짱도 있다. 우리가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모든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자르는 것처럼 풀어낸다. 온 체중을 실어 두 발로 단단하게 서 있는 조르바의 겨냥은 절대로 빗나가지 않는다.

p.111


크레타섬에서 남자는 조르바와 함께 탄광사업을 하며 지내게 된다.




조르바를 다 읽고 나니, 줄거리를 줄줄 적는다는 건 좀 의미가 없이 느껴졌다. 조르바는 한없이 자유를 꿈꾸고 자유와 가장 닮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처럼 자유분방하면서도 절제를 모르고 방탕한 이야기들은 꾸역꾸역 줄여서 모아놓기 보다는 책으로 펼쳐놓고 읽는 것이 훨씬 더 살아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 살에 죽은 자신의 아들 앞에서 춤을 추는 조르바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좀 놀라웠던 것은 조르바가 실존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조르바와 함께 실제로 탄광 사업을 했고 그와 어울렸던 경험을 이 책으로 썼다고 한다.


밖은 춥고 금성은 동쪽 하늘에서 깜박거렸다. 나는 물가를 걸으며 파도와 장난을 쳤다. 파도가 나를 적시려 할 때마다 달아났다.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p.207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크레타 텀에서 태어나, 터키의 지배 아래 있던 크레타 섬에서 자라면서 독립 전쟁에 휘말려 힘든 피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작가가 실제로 겪은 전쟁은 크레타 섬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작품에서는 반대로 다른 곳으로 독립 전쟁을 하러 떠나는 친구를 배웅보내는 배경이 흥미롭기도 했다.


인간을 속박하지 않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주인공을 일깨우는 '조르바'라는 캐릭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이 맡긴 돈을 자신이 노는데 써 버리고, 시간도 낭비하고, 여자를 낀 채 희희낙락하기도 하지만 그에게서는 노인의 모습보다는 한곳에 머무를 수 없는 바람같은 사람의 면모가 있었다. 


손은 모래시게였다. 우리 인생이 새어 나가다가 결국에는 모두 사라지고 마는 모래시계. 그리고 그 손 자체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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