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블루가 될 수 있고 옐로도 될 수 있어요.
'빨간벽'을 대한 첫순간 쉬이 그림책을 손에 놓지 못했다. 마음에 묵직한 감동과 던짐을 주는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브리타 테켄트럽 작가를 알게 되었고,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보다 블루와 옐로를 알게 되었다. 인간의 우울한 감정을 다룬 그림책이 마음을 움직였다. 흔히 우울한 감정을 블루로 표현한다. 피카소 등 많은 화가들이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할때 블루를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길어진 코로나19로 코로나블루를 겪는 사람들이 많아 현상황과도 연결되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다. 반면 옐로는 행복, 성공, 사랑, 창조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마음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 관대, 품위등을 뜻하는 색이다. 블루의 또다른 의미는 평화, 안정, 휴식, 인내, 희망, 믿음이라는 의미도 있다. 블로와 옐로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면지는 블루 뒷면지는 옐로 서로 대조를 이룬다. 먼저 블루의 상황과 변화를 살펴보자. 풀한포기 없는 앙상한 나무가지, 햇빛 한조각 들지않는 어둡고 깊은 곳에 블루 혼자 앉아 있다. 소리마저 삼켜버린듯한 적막감만 맴돌고 있는 숲속 깊은곳이다. 블루는 소리내어 노래를 부르는 것도 날개를 펴고 나는 법도 잊어버렸다. 이를 설명하듯 블루 혼자있는 장면은 배경색과 나무들도 짙고 무거운 무채색이 주를 이루고 있고 표현도 거칠다. 반면 블루밖 세상은 유채색으로 표현되어 있어 밝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친구들과의 소통은 이미 단절되어 누구하나 찾아올 생각도 안한다. 철저히 외롭고 고독한 블루다. 인간의 가장 외롭고 어두운면을 보는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런 블루에게도 변화가 일어난다. 바로 옐로가 나타나면서 블루도 조금씩 자아를 찾기 시작한다.
옐로는 날아가는 곳마다 황금빛이 휘날리고 내려앉는 곳마다 초록 이파리가 자라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도대체 옐로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진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존재이지만 이를 과시하지 않고 옐로는 자신의 힘을 블루를 위해 조금씩사용한다. 다가가는 방식도 사뭇 다르다. 듣지 못할지라도 부드럽게 말하고 밤새 지켜봐주고 기다려준다. 이렇게 며칠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다가간다.
블루와 옐로가 가까워지는 장면은 원근법을 이용하여 차근 차근 보여준다. 큰나무 위아래에 있을때는 서로의 존재도 모르지만 조금씩 내려오는 옐로의 모습이 확대되며 서로 가까워지고 위 아래의 구조가 아니라 서로 눈을 마주치는 평행의 위치로 변한다. 이때는 서로 깃털을 부빌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가 된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물리적거리와 심리적거리를 보여주며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옐로의 친절은 블루로 하여금 잃어버린 자아를 찾게 해준다. 조용히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고, 날개를 부벼주는 친절로 인해 날개를 퍼득일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생긴다.
블루와 옐로가 함께 날고 있는 장면은 "와" 하는 탄성소리와 함께 힘껏 박수를 쳐주고 싶다.
숲과 세상은 가장 밝고 아름다운 색으로 채색되어 있고 하늘높이 날고 있다. 중요한건 블루가 옐로보다 앞서서 날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블루는 혼자만의 힘으로 날 수 있을 만큼 건강을 되찾았고 스스로 날 수 있을 만큼 자기주도적인 존재가 되었다. 뒷면지의 옐로는 앞으로 펼쳐질 블루의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블루인가? 옐로인가? 누구든지 블루가 될 수있고 옐로도 될 수 있다.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수업을 해보니 블루도 있고, 옐로도 있고 다양하다. 먼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림이 중요하다. 불안이나 우울은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런 감정이지만 블루처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얼마전 한국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성공신화로 꼽히는 모 게임업체 창업자의 죽음부터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죽음 그늘 뒤에는 불안, 우울이라는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하버드대 성인발달 연구결과에서는 더큰 의미의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성숙한 정신건강이라고 한다.
나는 누구의 옐로가 되어줄 수 있을까? 옐로의 작은 친절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고 나와 공동체를 희망으로 연결해 줄 수 있다. 이 작은 친절이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 잘 살펴보고 누구든지 옐로가 되어주었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