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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도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안장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읽어봤으리라 착각한 작품 읽기, 두 번째 도전이다. 괴테 작품 하나 읽지 않고 살았다. 이 문장은 그게 잘못되었단 말이란 뉘앙스로 들릴 수 있겠다. 나의 독서리스트에 적어두지 않아도 마음 속 어딘가에 괴테 작품 하나는 읽어야 책 좋아한단 소리 좀 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자의식이 깔려있었다. 어릴 때 읽은 것도 같았는데 이번에 읽고 나니 안 읽었다. 전혀 기억에 없다. 어느 한 부분도. ‘자살했다라는 정도는 어디서 들은 게 있었던 것일 것이다. 문학동네 버전으로 구매했다. 햄릿을 읽었을 때 꼼꼼한 해설 부분 덕에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해설에 기대를 걸었다. 고전문학 중 17-18세기 문학은 해설이 더욱 중요하다. 바탕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 시대의 삶을 상상하기에 정보가 거의 없다. 더구나 서양 문학이다. 상상력의 한계는 더 좁을 수밖에 없다.

 

젊은베르테르이다. 로테를 사랑하게 됐다. 20대의 사랑은 용광로처럼 끓는다. 이물질이 없는 순수 불꽃이다. 그 불을 억지로 꺼야 할 때, 존재도 꺾인다.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 수십 통에 담긴 베르테르의 격정과 사랑과 불안과 슬픔이 담겼다. 단순한 이야기인데 편지에 담긴 복잡한 심정들은 베르테르의 필력으로 훌륭히 묘사됐다. 자연 예찬, 어린이 찬양, 자유에 대한 갈망, 계산이 없고 도덕적 규율을 벗어난 순수 그 자체를 향한 가치가 분명히 드러난다. 베르테르에게 로테는 사랑 자체이다. 이야기만 가지고 읽었을 때는 21세기적 사고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미 결혼한 여자 집에 들락거리며 친분을 유지하고, 누가 봐도 로테를 사랑하는 것을 아는 데도 그것을 용납하는 로테나 알베르토 그리고 찾아가는 베르테르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서사만 놓고 이해하려고 하면 이게 왜 몇 백 년이 지나도 가치를 지니는 문학작품인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순간마다 상세히 묘사한 문장을 읽는 것 만큼은 시적인 묘사들이 넘쳐나서 그것도 의미는 있겠거니 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왜 이런 작품을 썼을까, 란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짧은 생각으론 알 듯 말 듯 구체적인 의미를 잡을 수 없었다.

 

해설에서 괴테의 작품 세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도움됐다.

 괴테의 작품 세계를 특징짓는 중심 테제는 양극성조화이다. 감성과 이성,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 빛과 어둠, 육체와 영혼 등과 같이 대립되는 양극은 서로를 부정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의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조화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 괴테의 세계관이었다.”(198)

이를 바탕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해설을 읽으니 더욱 명료해진다. 문학작품을 통해 시대 정신을 엿보는 도구로 활용가능함을 해설을 통해 확인한다.

 “18세기의 시민계급 문화는 을 온전히 표현해낼 보편적인 언어를 갖고 있지는 못했다. 때문에 성은 종종 도덕성으로 포장되었고, 사랑이라는 정열적인 에너지는 상대한테 느껴지는 정신적 차원의 품위와 미덕에 따라 그 밀도와 강도가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말하자면 파트너 선택에서 사랑이 가장 고귀한 동기로 작용하긴 했지만, 사랑은 여전히 순수와 정절이라는 윤리적 문법을 따라야 했고, 결혼 그 자체는 변화 불가능한 질서를 의미했다. 그렇게 볼 때 베르테르의 자살은 당시 지배적인 도덕 질서에 대한 인정의 표현인 동시에 불인정의 의지이기도 하다.”(202)

어렴풋하게 느끼던 것을 이렇게 문장으로 표현해내다니, 역시 문학 전문가이구나, 했다. 이 작품을 한 문장으로 평가한다면 이 문장을 빌려와 정리하면 되겠다.

 

비록 개별적인 사건이지만 보편적인 인간사를 품고 있으며, 일회적인 사건이지만 항구적인 공명을 일으킨다.”(202-201)

 

나에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라는 작품 자체보다 해설이 더 큰 의미를 선사했던 독서였다. 작품 해설의 중요성을 느낀 또 하나의 독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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