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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도서]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공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제목만 보고 미래의 사이보그를 전망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장애와 연관있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김원영 변호사의 장애는 알고 있었지만 김초엽 작가가 청각장애가 있는 것은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기 때문에 둘의 접점이 장애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은 제목과 표지만 두었다면 관심을 덜 받을 책이 되었을 것 같다. 띠지가 표지를 압도한다는 인상이 들었다. 반드시 띠지가 있어야 할 책이다.(나에겐 그렇다.) 두 분 모두 내 관심을 끄는 분이었기에 이 책에 더 호기심을 가졌을 것이다.

 

 

 

읽는 내내, 감탄했고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에 중간중간 쉬어야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결합은 전공의 차이, 성별의 차이, 나이의 차이 그리고 장애의 가시성에서 차이가 있었기에 더욱 특별한 화학작용이 일어난 것 같다. 두 분 모두 글을 잘 쓴 건 말할 것도 없고.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길, 간절히 바란다.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였기에 그 세계는 생각하는 방식, 관점을 아예 뒤집거나 창조해야 했다. 내가 얼마나 주류에 속해 있는지에 대한 강한 자각을 하게 만들었다. 밑줄을 긋다 보니 안 그은 곳보다 그은 곳이 더 많아, 줄이고 줄이면서 그었음에도 한 문단씩 줄을 그었다. 특히 김초엽 작가의 문장은 명료하면서 분명한 내용을 담고 있어 통으로 외우고 싶을 만큼 머릿 속 탄산들이 투두두둑 터지곤 했다. 김초엽이 비문학이라면 김원영은 문학 같았다. 둘의 글내음이 다르다. 한 줄씩 색깔이 다르면서 무늬도 다르게 하여 뜨개질하는 느낌이다. 하나의 스웨터를 완성한다. 과학기술과 몸의 결합에 대하여. 또는 몸 자체에 대하여. 그 완성체가 지루할 틈이 없는 이유다.

 

우리는 사이보그적인 존재다. 나의 입안에는 크라운을 씌운 치아가 대여섯 개나 있다. 심장에 스텐드가 있거나 다리에 철심이 박혔거나, 사이보그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이 사이보그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반적인 생각은 그렇지 않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일단 나누고 장애인이 사이보그가 된다고 가정하며 이들을 위한 대단한 과학기술을 기대한다. 그러나 여기 두 사람은 장애인 사이보그에겐 정상적인 신체로 생활할 수 있는 거창한 기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서사는 우리가 장애인 사이보그의 영웅적 서사에 환호하게 만들고 그 관점이 일상을 장악한다. 정작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최첨단 기술이 아닌 청테이프적인 연결망이 필요하다. 이를 김원영은 연립이라는 용어를 써서 설명했다. 김초엽 작가는 자신의 장애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청인만큼의 청력을 가져다주는 보청기의 획기적 기술보다 지금 당장 나의 청각 장애를 보완해줄 수 있는 속기 문자통역이 필요했노라고.

 

장(章)이 넘어갈 때마다 내가 가진 관점과 체계가 완전히 전복되는 느낌이었다. 부끄럽고 화끈거렸다. 그러면서도 설렜다. 지적 영양분들이 마구 쏟아지는 과잉섭취의 기쁨때문이었다. 몰랐다는 것에서 미안하고 부끄러웠지만 뭔가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딘 것 같아서 기뻤다. 읽는 내내 감탄한 이유다. ‘장애학이 있었구나. 휴머니즘의 범위에 여성이자 황인종 거기에 장애인이라면 들어갈 수 있나? 라는 의문을 던져주는 학문이 있었구나, 하며.

 

장애를 정상성을 기준에 두고 치료와 기술의 접목을 강조하고 있어서 오는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과 환경 변화는 느릿느릿하기만 하다. 우리는 왜 두 다리로 걷는 직립 보행만 정상성의 범주에 넣는가? 걷는 기술에만 집착하는가? 정상성의 모방’(133p), ‘손상된 몸의 패션화’(162p), ‘크립 테크노사이언스’(185p), ‘최후의 빨대’(208p), ‘사이보그 중립’(281p) 등의 용어가 강하게 남는다.

 

조금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읽으면서 계속 생각을 한다. (능력 차별주의가 종식했다는 전제하에) 인간의 몸+미래+테크놀로지+고유성+자유 등 어렵고 추상적인 영역들을 말끔하고 촘촘하게 엮어낸 글이다. 김초엽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면서 문제제기적 내용을 담은 막힘없는 문장 앞에 이런 고급 글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김원영의 경험적이고 유머러스하며 냉철한 주제의식은 연륜과 따스함을 느끼게 만든다. 아직 남은 2021년의 날들이 많지만, 아마도 올해 읽은 최고의 책들 중 하나로 들어갈 것이 분명한 책이다. 요즘 이 책을 가지고 유튜브 라이브 북토크를 제법 하고 있고 3월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 계속 놓쳤는데 문자 통역까지 되는 라이브로 꼭 만나고 싶다. (잘 안들려서 보다 말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계절출판사에서 연  라이브북토크 현장에서의 벌어진 문제해결에, 시청자들의 청테이프같은 연립의 과정이 오히려 이 책의 참의미를 살려서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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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오랜만에 뵙네요. 최고의 책을 가지고 오셨네요 지금 계신 곳은 매화가 필 듯한데요?

    2021.02.21 12:4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이제 매화가 한창인 듯 합니다. 벚꽃이 다음주쯤엔 피어오를 것 같아요.^^

      2021.03.19 16:52
  • 아름다운그녀

    김원영 씨의 첫 책 리뷰를 쓴 적이 있었지요. 꾸준히 책을 내는 일은 반가운 일입니다.

    2021.03.13 15:4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10여년 전 회로선 몇 개가 막혀버렸어요. 예전 닉네임이 기억이 안나요. 아름다운그녀, 자꾸 본명만 떠올라요^^ 기록을 시작하셨군요. 요즘 저도 꿈틀꿈틀....ㅎㅎ

      2021.03.19 16:56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