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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도서] 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저/조혜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생경한 소설형식이다. 빙글빙글, 한 공간을 돌다가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가제본 서평단으로 받은 피버 드림은 얇지만 주제는 묵직하다. 다 읽고 나서도 독자를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여 다시 첫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액자 형식이라고 하기엔 좀 더 복잡한 구조이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라틴문학계에서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인가보다. 남성작가의 라틴문학 작품만 접해보았기 때문에 이 소설은 반가운 만남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접한 라틴문학들은 아시아쪽 정신세계와 잘 통하는 지점이 있다(근거는 없다, 오직 느낌)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니나의 엄마아만다는 침대에 누워있다. 마치 심문하듯 질문하는 소년 다비드가 있다. 아만다는 다비드의 질문에 짧게 답을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이야기를 길게 한다. 중간중간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말을 막기도 하고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정확한 순간을 찾으려고 한다. 도대체 다비드가 말하는 벌레가 무엇인지, 그 벌레가 생기는 정확한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독자는 반응할 것이다. 나 역시 아만다는 정신병에 걸린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초반부를 읽어나갔다.

5차원의 세계 같다. 과거의 일이 현재에 공존하는 것 같다.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일 같지만 그 일의 결과가 현재 아만다를 침대에 누워있게 만들었다. 니나는 어디 갔을까, 아만다는 니나를 애타게 찾는다. 니나를 찾기 위해 다비드가 묻는 것에 꼬박꼬박 대답을 한다. 나는 중반부까지 다비드가 납치범인가 싶었다. 아만다가 미래까지 보는 것일까. 결말 부분까지 화자는 아만다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듯한 구성이지만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불분명하다. 왜 다비드가 열병에 걸리고 시골 마을에는 기형아들이 많은 걸까.

후반부로 갈수록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아만다가 끊임없이 말하는 구조거리가 무엇인지, 내 자식과 연결되어있는 보호 기제로 묘사된 가느다란 끈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엄마들은 왜 그러나요?

-뭐 말이야?

-일어날 법한 일들을 내다보려는 거요. 구조 거리 말이에요.

-조만간 끔찍한 일이 일어날 테니까. 우리 할머니는 우리 어머니한테 그렇게 말씀하곤 하셨어, 어머니의 어린 시절 내내. 어머니는 나한테 그러셨고, 내 어린 시절 내내. 그러니 이제 내가 니나를 돌볼 차례야. (가제본)115

 

지구의 재앙을 담은 소설이다. 그 피해는 우리의 아이들이 먼저일 것이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환경오염이, 인수공통감염병이, 치료제 없는 바이러스가 이 지구를 잠식할 것이라는 재난소설이다. 그것을 담아낸 방식이 독특하다.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시공을 교차하는 데 화려하게 붕뜬 이야기를 만날 때의 설렘을 주지 않는다. 두근두근 빨라지는 심박수와 그 밑에 깔린 두려움이 이 소설이 스릴러임을 보여준다. 시작과 끝이 공존하여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작법에 독자는 놀아난다.

2017년 셜리잭슨상 중편부문 수상작이라고 한다. 편혜영 작가의 이 수상한 적 있는 상이다. 편혜영 작가와 통하는 면이 있다. 심리적 묘사의 촘촘함은 편혜영 작가의 작품이 월등히 낫다. 라틴계 여성 소설가의 등장에 반가움이 커서 이름을 기억하려 한다. 사만타 슈웨블린.

 

*가제본 서평단으로서 쓴 솔직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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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오랜만인 듯합니다. 금비님 남해엔 꽃이 활짝 피었지요.

    2021.03.17 14:1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나날이님^^ 남해는 동백이가 툭툭 떨어지고 있고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어요.^^

      2021.03.19 16:5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