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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도서]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미류,서보경,고금숙,박정훈,최현숙,김도현,이길보라,이향규,김산하,채효정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런 책이 필요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적은 편은 아니다. 전공이 그쪽 분야여서인지, 나의 성향이 사회과학쪽 전공을 선택하게 만든 건지 순서는 모르겠지만, 사회현상의 디테일한 부분들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실천 여부를 떠나 응원과 지지, 연대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팬데믹으로 사회계층 분화는 더 심화되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불평등 문제는 어려운 시기에 더 잘 드러나니까.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안정적이라 할 수 있는 직업군이기 때문에 피부에 와닿는 통증의 정도는 매우 적다. 그나마 자영업자 남편을 두었기 때문에 자영업자나 경제적 약자계층의 삶을 예상하는 데 좀더 구체적 상상은 가능했을 것이다.


 

열 사람이 각자의 분야로 한정하여 코로나 사태에서 나타난 현상을 분석하였다. 문제제기를 하였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라는 구체적이고 당장 실천가능한 대안을 제시한 캠페인성 글은 아니다. 적어도,

당신이 모르는 사각지대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좀 관심가져 주시겠어요? 원래 있던 문제들이었어요. 보시다시피 코로나로, 상처난 살이 벌어져 뼈가 드러난 정도랄까요.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이런 세상도 있다는 것을.”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불편한 글도 있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현상 분석에는 공부하듯이 밑줄 그으며, 공책에 옮기며 정리하기도 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각화하는 데 확실히 영향을 주었다. 내가 아무리 내 직업군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들 거기에 속하지 않거나 건너서 보는 입장에선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라는 소리를 듣듯이, 이분들의 말씀이 부분적으로 불편하고 치우쳐 보일지 모르나 그 입장에선 소리를 빽빽 지르고 삭발이라도 해야 한 두 명쯤 돌아봐주니까 강한 어조로 말할 수밖에 없으리라.

 

특히 인상적으로 읽은 챕터는 문화인류학자 서보경의 글이었다. 보복하지 않는 정의’, ‘회복에 필요한 정의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감염이 치료가 아닌 처벌의 문제로 전환된 국면을 매우 세밀히 들여다본다. 불편한 지점들이 있다. 그럼에도 인상깊게 읽은 이유는 감염자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서도 어떤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잘 지적해준 글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의 인식보다 두어 걸음 더 앞서 나간 분석과 진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견이 분분할 글이지만 전체적 맥락에선 감염병 예방이 응보주의적 처벌에 기반한 접근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였다는 점, 이것이 앞으로 감염병 정책에 어떤 관점이 보완되어야 할지 설득시킨 글이라고 생각했다.

미담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로 감염된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을 전제하고 있다.”(42p)

코로나 대응은 정책이다. 정책은 정치이고 이는 곧 표심이다. 만약 정치적 행위, 선거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성마른 비판도 적었을 것이고 이는 좀 더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동시에 너무 바쁘고 지쳤고 코로나가 이를 가중시켰고 누군가를 향한 책임은 묻고 싶고, 탓도 하고 싶고 이런 날선 마음들까지 화학 작용을 일으킨 것 같다. 객관화가 어려운 이유다.

 

이 책을 읽으며 최근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설 장애인에 대하여 또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선 코로나 블랙인 곳이 시설사회이다.

사회적 약자는 많은 경우에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을 상대에게 표현하기 보다는 그 상황을 회피하거나 숨어버리는 편을 선택한다.” (149p) 인종주의의 구체적 차별들을 접하며 느낀 글(이향규)에서 만난 문장에 공감한다.

 

홈리스들의 삶을 글로 접하는 건 처음이다. 노숙자에 대한 뉴스거리로 접하다가 이들을 돕는 활동가들이 지켜본 홈리스들의 삶을 읽으며 상당히 놀라고 아프고 힘들었다. 부랑아, 도피자, 무책임자 등으로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전세계의 코로나19 대책이 집이 있다는 가정에서 제시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거리두기’, ‘집에 머무르기가 곧 소득 단절과 죽음을 의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신의 노동과 존재가 조롱당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콕 집어준다.

 

그나마 말랑한 글(주제는 말랑하지 않다)은 고금숙 환경활동가의 글이었고 계층 관계없이 그나마 생활인으로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글이었다. 글 자체도 재미있게 써서 편하게 읽었다. 내용은 불편했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당장 마스크부터 천마스크로 다시 돌아왔다.(수업하는 사람 입장에선 하루에 2번은 마스크를 갈아야했기에 일회용을 자주 썼다.) ‘우주의 코딱지, ‘쓰레기 덕후들과의 연대를 외치며 즐겁게 플라스틱 프리 운동을 벌이는 언행일치의 그가 쓴 글이기에 내 행동의 변화도 더 빨랐던 것이리라.

 

이길보라 감독의 글도 부드럽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국제커플+장애인+성소수자의 사례였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경우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 더 구석으로 밀려난다는 것. 과연 이 시대에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사랑이다, 라고 말하는 것에서 정혜윤 피디의 책 앞으로 올 사랑이 떠올랐다.

 

나는 기득권자다. 나이와 직업, 경제적 안정 등을 기준으로 삼을 때 나는 기득권자다. 세상의 큰 재난이 올 때 그나마 버틸 수 있다면, 기득권자에 속한다. 기득권자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내가 기득권자일 수 있음을, 자각하는 게 우선이다. 기득권자는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보려고 애써야 한다. 의식해야 한다. 미안해할 줄 알고 연대의식을 가져야 한다.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이렇게 말이라도 뱉어야 조금이라도 실천할까 싶어 여기에 써 본다. 왜냐하면 사회구조가 우리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놓았다는 것을, 우리를 기준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외면하고 우선 순위에서 밀어냈기 때문이다. 이를 인식하게 도와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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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초보

    답답한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우리, 아니 나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는듯 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네요. 알아만 달라는 글들이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하고요. 어서 이 상황이 진정되기만을 바래지만 그것 또한 기약이 없는지라.....

    2021.03.29 15:1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건강하게 지내시죠? 코로나로 힘든 날들이지만, 건강한 것에 감사함을 가지며. 제가 둘러볼 수 있는 곳을 책을 통해서라도 보고 느끼고 심리적으로 연대하고...소심하고 느슨한 관심...

      2021.04.04 20:24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