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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도서]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천종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 정말 잘 만들었다. 디자인 자체가 세련된 데다 튼튼하다. 속지에는 컬러 그림들이 곳곳에 들어있다. 해당 내용에 맞는 그림이어서 책 읽는 묘미를 한층 살린다. 금박을 입힌 제목이 여러분! 이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라고 강조해주는 것 같다.

소년 재판만 20여년 맡아오신 천종호 판사님.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읽었고 반 아이 생일에 선물도 종종 했던 책이다. 천종호 판사님의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읽어야 하지만.

이유는 분명하다. 아이들의 잘못보다 아이들이 비행을 하게 만든 환경 조성의 책임이 어른에게 있기에. 또 처벌 이후 국가나 시스템이 제대로 보듬지 못하고 있다. 인식하고 바꾸어나가야 하는 주체는 아이들보다, 어른이다.

이 책의 초반부는 재판 사례들이다. 재판 자체의 과정과 결과라기보다, 비행을 저지른 아이에게 어떤 사연과 맥락이 있는지를 중심에 두고 있다. 호통 판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례들 속의 판사님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과 미안함이 가득하다. 힘들면 찾아오라, 배고프면 찾아오라, 연락해라, 오갈 곳 없거나 막막한 아이들에게 이만한 위로의 말이 있을까. 비빌 언덕이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엇나가진 않았을 것이다. 비행 청소년 사건에 대한 처리 과정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처리에서도 격차를 보여준다. 물질적인 변상 가능 여부가 수사나 기소로 이어지느냐 마느냐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방황하며 상처 입은 마음, 눈물로 얼룩진 아이들의 마음을 누군가는 다독여 주어야 합니다. 이 아이들에게도 잘못을 저질렀으나 두 팔 벌려 품어 주는 존재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비행소년들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언제나 아이들 편에 서려는 이유입니다. (33)

 

쉼터 소녀들이 끓여준 삼계탕 이야기에 가슴이 미어졌다. 간식으로 받은 고구마 두 개 중 한 개를 마침 지나가는 판사님께 준 아이의 마음이 예뻐 겨우 고구마를 넘기셨다는 판사님.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그날 저녁 다섯 명의 아이를 데리고 패밀리레스토랑을 갔다. 아이들의 이런 레스토랑은 처음 와 봤어요.” 라는 말에 또다시 목이 메인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청소년기에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어야  방치되어 외롭게 살아왔던 아이들에게는 어두운 길을 비춰주는 아름다운 별빛이 될지도 모른다는 신념이 아이들에게 저녁을 사주게 만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안다. 귀신같이 안다. 누가 진심으로 자신들에게 마음을 내어주는지.

판사님, 지금껏 살아오면서 오늘 가장 대접을 잘 받았어요.”(104)

이렇게 감사해할 줄 아는 예쁜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다면, 과연 비행의 길로 갔을까. 며칠 후 이 아이들이 머무는 센터를 방문하신 판사님. 그 소녀들이 우루루 몰려와 판사님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심지어 라면 끓여 드릴 테니 드시고 가라며 붙잡는다. 이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나의 온몸에 한지가 물을 먹듯 따스함과 미소가 번진다. “판사님, 삼계탕 드세요.”

분명히 라면을 끓여줘놓고 삼계탕이라고 하는 아이들. 무슨 의미일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이에 또 목이 메인 판사님은 겨우 삼계탕을 다 먹고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쓰라며 오만 원을 준다. ! 하는 탄성 속에서 어느 한 아이의 말이 내 마음을 후벼판다.

판사님, 오만 원짜리 돈은 오늘 처음 보았어요.”

물론 몇 년 전 일이라곤 하지만 이 부분을 읽고 표현하기 어려운 미안함이 몰려와 심호흡을 하고 말았다.


 

 

수치 상으로는 소년범은 수로도, 비율로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잔혹성 정도나 보도의 횟수, 노출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요즘 애들은 큰일이다라는 꼰대스런 말을 하는 어른들이 많은 것 같다. 가난하다고, 결손가정이라고 다 엇나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하곤 한다. 비행을 저지르는 것을 정당화하지 말라는 반박으로 자주 나오는 말이다. 그렇긴 하나 가난과 불안정한 가정환경이 주는 압박은 아이들에게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많아지는 것, 구조적인 제도와 국가의 케어를 떠나 우리 어른들이 더 품어 줄 필요는 있다. 물론 범죄 피해자를 돕는 제도 마련도 중요하다고 판사님은 말한다.

 

책의 후반부는 법과 제도에 관한 내용으로 전환한다. 이 부분을 좀 더 세밀하게 읽었다. 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기본값으로 늘 품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힘든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이 아이들도 보통의 아이들과 다름없다.’(178)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독여야 할 것 같다.

 

요즘 연예인 학폭논란을 지켜보며, 과거를 소환하여 지금의 응보적 비난 정당한가란 생각을 했다. 형사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달게 받은 후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과거를 들추는 것은 이중처벌 같기도 하다. 연예인 학폭논란은 그 차원과는 다른 영역이란 생각을 했다. 두 가지 모두 피해자의 용서가 중요해 보인다.

 

소년법 개폐 논쟁과 관련한 천종호 판사님의 입장을 유심히 읽었다. 새롭게 깨달은 지점이 있다. 형벌에 있어 미성년자를 성인과 동등하게 취급한다면 다른 법 영역에서도 동등해야 한다는 것. 미성년자에게 법 제정과 관련한 어떠한 권리도 주지 않았으면서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을 내몰 생각이 더 강하다. 처벌보다 처벌 이후에 사회와 국가가 품을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동의한다. 특히 청소년회복센터 같은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를 발판삼아 이를 확대하려는 의지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안전한 사회를 바라면서 바깥으로 내몰린 아이들에 대해서는 냉담하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이 돌아갈 수 있는 곳, 사랑을 받아볼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필요하다. 청소년회복센터가 작은 지역까지 곳곳에 만들어지면 좋겠다.

 

내가 아이들을 더 품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나는 진심으로 대했는데 아이(들이)가 어떤 배신감을 느끼게 만들었을 때 더 이상의 감정 소모를 하지 않기 위해 마음의 문을 닫는 나 자신이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마음 쓰지 않기로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수치심과 모욕감이었기에 나를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어른이야, 수없이 외쳤지만 그런 세뇌도 어느 순간부터 통하지 않았다. 무표정과 거리두기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한 템포 쉬어가는 올해, 회복의 해로 삼으려 한다. 애들은 애들이야, 그리고 나는 어른이잖아, 그리고 교사잖아. 이렇게 속으로 다져본다. 그 다짐에 힘을 얹어준 책이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무상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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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오랜만에 소년을 데리고 오셨네요. 남해를 다니면서 그곳에 계신 분들이 떠오르더군만요. 금산은 언제 보아도 좋은 듯합니다. 운무가 끼어 있거나 맑으나! 하지만 바다를 볼 수 있는 맑음이면 더욱 좋겠지요.

    2021.04.09 18:0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금산을 다녀가셨군요^^남해 살아도 금산을 안가본지 몇 년은 되었어요. 남해에서 가장 높은 산은 망운산인데 거긴 학생 인솔로 몇 번 갔어요. 하지만 금산의 아름다움을 따라갈 수 없지요. 떠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댓글 밑에 샨티님 등장하셨어요 샨티님도 떠올리셨겠군요^^

      2021.04.13 13:20
  • 파워블로그 샨티샨티

    금비 님 잘 계신지요. 애제자와 함께 들른 북카페 쉼이 있는 충전의 공간으로 정을 두텁게 할 수 있을 듯하였습니다. 그 후로 제자는 일이 바빠 남해를 못 내려오고 다음을 기약하며 잘 지내다 보자고 하였네요. 저 역시 리뷰를 보고 반성합니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품지 못하고 어긋난 행동을 질책하며 마음에 상처를 주고 지냈습니다. 교육청에 들렀더니 금비 님 성함이 보이더군요. 그 통로에는 또 다른 애제자가 파견나와 있어 더 친밀감이 들더라고요.

    2021.04.09 18:3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하하, 제 상황은 들으셨겠군요. 선생님의 제자라고, 말씀들었어요. 좋은 소식도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품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은 건 왜일까요. 선배님께 조언을 구합니다.^^

      2021.04.13 13:2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