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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도서] 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저/김은모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한국문학을 주로 읽다가 오랜만에 일본문학을 읽었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은 지 얼마 안되어 그런지, 요즘 이런 상점들을 제목으로 세우는 게 유행인가, 싶었다. 표지 디자인도 느낌이 비슷하고 소소한 인간사를 따뜻하게 풀어내었다는 점도 유사했다.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네 개 챕터에 네 개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모두 가족과 관련한 이야기다. 등장인물 세 사람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중고상점의 사장 가사사기, 가사사기의 제안으로 중고상점에 합류했지만 상인으로서의 자질은 없어 보이는 히구라시, 그리고 이 두 아저씨의 허술함이 인연이 되어 중고상점을 제집 드나들 듯 지내는 중학생 미나미이다. 추리소설 같으나 가사사기의 엉터리 추리를 항상 정리정돈하는 건 히구라시이다. 하지만 히구라시는 가사사기의 드러난 추리를 수용하는 척 하고, 이들 몰래 사건들을 제대로 해결하는 역할이다. 가사사기에게 너의 추리가 잘못된 거야, 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상처 많은 미나미가 가사사기를 우러러 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환상을 깨지 않고 보호해주기 위함이다. 이런 대목들을 볼 때마다 히구라시의 고운 심성이 중고상인으로서의 역할을 못해도 근근히 상점을 유지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되었겠구나 싶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히구라시가 가사사기의 틀린 추리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가 단지 미나미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함일까. 아마도 가사사기의 존재감을 지켜주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 중요하냐 싶은 마음일 것이다. 모두에게 고만고만한 결과라면 굳이 정정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적당히 알고 넘어가는 것이 살아가는 데 더 마음 편한 일이 많을 테니. 선한 거지말, 하얀 거짓말로 남는 게 더 나을 때가 있으니. 그래서 히구라시의 마음이 더 빛난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고 그 시절의 자신의 모습과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아버지를 상실한 미나미의 마음, 엄마를 지키려는 소년의 마음, 진짜 아버지가 갖고 싶었던 소친의 마음을 다 보듬고 위로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본 소설을 읽고 나면 항상 영화로 만들어질 것 같은 기분과 그 분위기와 장면들이 저절로 상상된다. 이 소설도 그러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잔잔하고 따뜻하게, 은근한 감동을 주는 일본 특유의 영화. 자연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곳곳이 들어있는데, 어느 한 부분을 독서모임을 함께 하는 이가 낭독하였다. 그 낭독을 듣는 게 너무 좋아서 여기에다 그대로 옮기고 싶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그 장면을 듣는 것과 눈으로 읽는 것이 달라도 참 달랐다. 

 

103쪽

강 옆의 잔디밭에 셋이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건너편 강가에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서 쓰르라미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쓰르람쓰르람 하는 소리가 먼 곳과 가까운 곳에서 울려 퍼지자 오래된 영화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산의 소리를 듣고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있으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내 바로 코앞에서 어머니가 그 따뜻한 눈을 영원히 감았던 때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인생도 구부러진 이 좁은 강처럼 굴곡이 심했다. 

문득 옆을 보자 사랑스러운 분홍색 꽃이 피어 있었다. 패랭이꽃이다. 똑바로 뻗은 가냘픔 줄기 꼭대기에 보드라워 보이는 꽃송이가 하나. 다섯 장의 꽃잎 끝부분은 잘게 갈라져 있어서 마치 분홍빛 깃털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이 책은 독서모임 지원 목적으로 다산북스에서 받은 책을 읽고 정리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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