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몇 권 되지도 않는데 '파워'라는 딱지 하나 붙었다고 이런 기회를 열어주신다.
기회가 있으니 생각해보게 된다. 그 점이 감사하다. 안그러면 이 정도 읽었구나 하며 그냥 지나갔을텐데, 한해를 마무리 해야할 시점이 다가오니 시기적으로 잘 맞는 이벤트다 싶다.
올해 내가 읽은 책 중에 고르려 하니 참 선택의 폭이 좁다. 읽은 책이 올해 유난히 적다. 그 중 골라 보려니 민망하기만 하다. 그래도 내게 주어진 기회, 이럴 때 정리도 해보고 다른 이들에게 권해볼 수도 있는 것이니 이런 기회 썩히지 말자 싶어 몇 자 적는다.
1위. 송경동 '꿈꾸는 자 잡혀간다'
추천을 위해 내가 쓴 리뷰를 새삼 읽어 보았다. 리뷰만 읽어도 다시 가슴이 뜨거워진다.
어꺠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렇게 울어놓고 정작 한 게 없는 것 같아 몸둘바를 모르겠다.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내가 뭐 했나 싶다. 늘 부끄러운 삶이다. 그걸 인지하게 해주는 책이다. 우리 사회에 어두운 곳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아직도 비인권지대가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해준다. 머리를 벽에 박고 싶어지는 책이다. 너무 미안하고 고통스러워서.
*리뷰 : http://blog.yes24.com/document/5909328
2위. 프랑스 와인여행자
올해는 좁은 책 읽기, 쉬운 책 읽기만 했다. 여건 상 몰입이 쉽지 않아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고르고 말았다. 그 중 많이 읽은 것이 여행 관련 서적이다. 워냑 여행을 좋아하고 역마살이 다분한 사람인지라 가정과 직장에 얽매인 지금의 삶에 갑갑함은 늘 가지고 있다. 해소는 별다른 거 없이 겨우 여행책을 통한 대리 만족이었다. 그러나 올해 읽은 여행책 중 가장 내 마음을 흔든 책이 바로 [프랑스 와인 여행자] 였다. 사주에도 역마살이 심각하다고 나올 정도인 사람이 난데 이렇게 일상에 매여 그나마 살아내고 있는 건 바로 이런 책 읽기로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하기 때문이리라. 술도 좋아하던 내가 출산 이후 거의 끊고 살아서인지 술이 맛있단 생각을 못했는데 그나마 와인은 조금씩 마셨더랬다. 이 책을 읽은 이후 여행과 와인이 접목되었고 나는 둘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었다. 이젠 모든 와인이 맛있고 와인만 보면 기분이 좋다. 이 책이 내게 준 행복은 대단하다.
정말, 정말...
수업 잘하는 교사이고 싶다. 아이들에게 좋은 담임이나 좋은 선생님도 중요한데 나는 무엇보다 수업 시간 자체를 즐기고 재미있게 소통하는 수업을 하고 싶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때마다 답답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나는 이것 밖에 안되는것인가, 하는 자기 비하도 서슴치 않는다. 스스로가 만족하는 수업은...참 드물다.
그래도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수업팁을 공유하는 선생님들 때문에 자극도 받고 다시 정신을 차리기도 한다. 올해는 더군다나 수업연구대회를 출전하며 수업에 대한 고민을 더욱 세세히, 심각하게 해보았던 해였다. 일시적인 최고의 교사가 아닌 아이들이 윤금박이란 선생을 떠올렸을때 수업을 열정적으로 하던 선생으로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내 목표 절반은 완성한거다. 이 책은 그런 자극제가 되었다. 노력하는 교사가 이렇게도 많음을. 겸손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