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이 튼다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언땅에서 어떻게 그 추위를 견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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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구근이,
싹을 틔웠다.
지난 11월말, 튤립 구근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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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품 사러 종종 가는
남해터미널 대형마트.
입구에 놓인 커다란 바구니 세개.
그 즈음 읽었던 책[그림속 경제학]을 읽고
튤립 구근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였다.
튤립의 역사에 대해 살짝 언급된 부분에서
지금쯤 튤립을 심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는데
마침,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화단이 황량해져가자
내년엔 어떤 꽃을 피울까, 란 고민도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튤립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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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튤립 구근.
이렇게 세 가지를 7개씩 샀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주변의 이웃분들의 조언을 듣고서야
구근 관리가 까다롭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곰팡이가 잘 피기 때문이다.
심어도, 통풍이 잘 되지 않으면 쉽게 썩는다고 한다.
그만큼 까다롭기 때문에 과거에 귀한 꽃이 튤립이었나보다.
껍질을 벗기고
(언뜻 보면 양파 같다.)
썩은 부분은 칼로 잘라낸 뒤
락스를 몇 방울 떨어트린 물에 푹 담근다.
락스가 필요하다는 것은 나도 무척 놀랐던 사실.
곰팡이가 피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키워본 사람들의 노하우라고 하니까, 일단 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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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근을 심었다.
빈 화분 세 개에 나누어.
.
.
.
3개월이 지났다.
꼭지가 살짝 보이게 심으면 통풍이 잘된다는 소리도 있어서
꼭지를 보이게 심었는데
막상, 1월의 한파가 몰아쳤을 땐
더 깊이 심을걸, 하고 걱정하기도 했었던 부분이다.
그런데도 얼지 않고 살아남다니.
힘차게 솟고 있는 싹을 보고 있으니
저게 생명력이구나! 하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새싹을 만나 기쁜 마음으로 쉬는 오후..
희한하게도,
아이의 공부를 봐주다가 본
시.
[영치기 영차]
깜장 흙 속의 푸른 새싹들이
흙덩이를 떠밀고 나오면서
히-영치기 영차
히-영치기 영차
돌팍 밑에 예쁜 새싹들이
돌팍을 떠밀고 나오면서
히-영치기 영차
히-영치기 영차
흙덩이도 무섭지 않고
돌덩이도 무섭지 않은 아기 싹들이
히-영치기 영차
히-영치기 영차
+
저 새싹들이 딱 이 시 속의 새싹 같다.
히-영치기 영차, 하며
꾹꾹 머리를 들이밀고 나오고 있는,
새싹의 안간힘이 느껴졌다.
나, 밖으로 나갈래,
나, 햇볕을 쬘래.
나, 말리지마.
스스로 해낼테니까.
튤립의 싹들이 끙끙대며 말하는 것 같다.
이 여린 것들도 힘차고 씩씩하게 뚫고 나오는데
하물며, 나는!
히- 영치기 영차!
나도!
히- 영치기 영차!
해야지. ^^
여러분들도!
히-영치기 영차!
하세욤^-^
새싹을 또 만나고 싶어
오늘은 해바라기를 심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해바라기.
요녀석도 까다로운 녀석!
꾸준힌 거름과 물로 관리해줘야한단다.
마지막 남은 한봉지 사왔는데
고작 씨앗 열 알.
봄에는 튤립,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를 기대하시라!
(얘들아, 제발 잘 자라주렴^^)
히-영치기 영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