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강추하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세트를 구입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1권부터 읽지 않고 당장 공부가 필요한 19권부터 읽었다. 박시백 작가의 만화는 처음이지만 익숙한 그림인 듯 막힘없이 잘 읽혔다.
그림이 실록을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동양적인 그림과 채색이었다. 아무래도 역사 관련 교양만화이다보니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다. 기록이 많이 남아있는 한국의 근현대사에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인 여러 상황들의 전개를 깔끔하게 연결하여 구성해야하는데 그 점에서 단연 돋보였다. 한마디로, 들어갈 내용 다 들어가면서도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19세기 중후반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고종실록이지만 흥선대원군의 등장이 절반이상이다. 흥선대원군의 개혁정책들을 하나하나 공들여 설명하고 있다. 중3 아이들에게 흥선대원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떠냐 물어보면 한명도 흥선대원군이 좋다는 대답을 하는 경우가 없었다. 흥선 대원군 하면 떠오르는 것이 '쇄국정책'이라 그때 쇄국하지 않고 문을 열었더라면 우리가 좀더 일찍 발달하지 않았겠냐는 대답을 거침없이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내가 중고등학교때 가졌던 입장과 유사했다. 나 역시 그랬고 역사 소설도 '명성황후'와 관련한 것을 주로 읽어서인지 흥선대원군에게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역사에 대해 더 공부하면서 시각이 바뀌었다. 거시적이면서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게 된 결과다.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당시 대내적 부분에서의 혁파는 실로 대단한 일이었고 박수칠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박시백의 고종실록에도 그 부분이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민씨 세력과의 긴장감도 잘 묘사해주었고 되도록 객관적 평가를 하려는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읽고나서도 신뢰가 갔다.
얼른 20권 [순종실록]으로 넘어가고 싶다. 다른 일들에 밀려 원하는 속도로 읽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세트 구매를 한 것은 후회하지 않게 되었다. 2015년 개정판인데 스무권의 책이 마치 어의를 본딴 디자인의 보자기에 싸여 온 듯, 붉은 박스 디자인이 고급져서 어디 두어도 있어보인다. 소장가치가 높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