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토요일 오후,
그냥 집에만 있기엔 정말 아까운, 그런 날씨였습니다.
먼곳을 갈 수 있는 상황도 안되고
아이에게는 미안하고
그래서 제안한
"카페에서 책 읽기"
+아들, 우리 라떼킹에 가서 책 읽을까?
+응. 좋아.
동네 아래에 있는 라떼킹으로 고고씽 합니다.
아이는 마법천자문을 저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들고
아이와 손을 잡고 카페로 걸어가는 시간...
왜 이리 행복한가요.
시간대가 어중간해서 손님이 없습니다.
동네 오빠라서, 편하게 주문합니다.
아이가 메뉴를 고를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줍니다.
남해의 특산물인 유자. 유자를 이용해 개발한 유자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는 아들의 센스.
유자향 가득합니다.
(겨울엔 사장오라버니네 작은아버지가 재배한 유자차를 사먹습니다.^^b)
그나저나 아들이 과연 책을 읽을까요?
저는 책은 펴지도 않고 창밖을 감상합니다.
시야를 가리면서 정신없이 자라 있던 나무의 잔가지들이 사라졌네요.
부지런한 사장오라버니가 땅 주인과 상의해서 잘랐나봅니다.
조금 더 날이 좋아지면 창밖 테라스에 앉아 바다 감상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들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법천자문에 푹 빠져있어서
2주 넘게 이 책만 읽고 있습니다.
카페에 책읽으러 가자고 했던 저는 책이 잘 안펴집니다.
종이컵을 만지작 거리며 놉니다.
햇살이 좋으니 사진도 예쁘게 찍힙니다.
그냥 찍어도 예술이네요.ㅋ
종이컵 디자인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이곳에 오면 종이컵 관찰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지요.
여전히 집중하고 있네요...
여기서, 이렇게 한시간 반 정도 앉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책을 다 읽은 아들이 지루하다고 집에 가자고 할 때까지.
평일엔 저의 직장때문에,
주말엔 매여있는 남편의 직업때문에
우리 세식구는 어디에도 봄나들이를 가지 못한 채 답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중한 것. 작은 여유입니다.
작은 여유에 기쁨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들과 카페에 손잡고 갈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란 생각을 하면
이런 소소함이 더더욱 소중합니다.
카페에서 책 읽는 건 저의 취미인데 아들과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도,
안믿긴다는 듯한 눈빛으로 아들을 얼마나 바라봤는지요.
주말엔 계속 화창한 봄날이었으면.
참, 기분 좋게 시작하는 봄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