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잦다.
4월에 끝났어야 할 비인데 장마에 올 비를 미리 당겨서 내리는건지.
5월에 이렇게 비가 내리면, 농작물에 별로 좋지 않을텐데.
이미 마늘 뿌리가 썩는 현상도 보인단다.
농민의 딸이다보니 평균을 벗어난 일기는 농사 걱정을 먼저 하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5월이면 맑은 날이 많다는 것을 기대한 여러 행사들도
취소되거나 변경된다.
지난 주 왔던 비 덕분에 교내 체육대회는 연기 되었다.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장미들은 비 때문에 생기가 돌았다.
탱글한 이슬들이 가득 담긴 꽃잎.
이 꽃잎을 스쳐간 이슬을 모아 한잔 마신다면
묵은 찌꺼기들이 정화되려나.
이제 서양채송화도 마른 가지를 떨쳐내고
쭉쭉 뻗은 푸른 줄기들이 많이 자랐다.
비가 지겨운데
빗물을 받은 식물들은,
생명수를 마시고 있는 모습 같이 신성해보인다.
햇살에 눈부셔 눈을 감는 나와 달리
태양에게 보란 듯이 윤기까지 흘리며 고개를 활짝 처들고 웃고 있는 꽃.
저 자신만만한 모습이 부럽다.
요즘의 내게 가장 부족한 것이라서.
노을을 병풍으로 샤스타데이지 무더기가 활짝 웃고 있다.
거름냄새를 풍기는 꽃이긴 하지만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버릴 수 없다.
나는 코보다 눈이 더 예민한가보다.
꽃꽂이를 배우고 싶다.
품격있는 꽃무더기다.
아이들이 화전을 구웠다.
들판의 꽃을 꺾은것인지 꽃집에서 얻어온 것인지
아무튼 가정 선생님이 준비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꽃을 들고 왔다.
꽃을 먹는 게 얼마만인지.
봄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