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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정유정 작가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남해신문을 우연히 펼쳤다가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온다는 게 믿기지 않아

다시 꼼꼼히 확인을 하였습니다.

 

담당자에게 전화라도 해봐야하나 싶었을 정도로 믿기지 않았습니다.

행여 까먹을까봐 알람으로 설정까지 해두고 이 날을 기다렸습니다.

 

당일엔, 하필 태풍 차바가 남해에도 몰아쳤습니다.

과연 강연회가 열릴지, 잠시 걱정했지만

오후부터 맑게 개는 모습을 보곤

우려하며 먹구름 꼈던 제 마음의 구름도 걷히더군요.

 

 

 

조금 늦게 도착했습니다.

 

주변 선생님들께 함께 가자고 부추겼지만

 

정유정 작가가 누군지 모르는 분도 많았고 그나마 아는 분들은,,, 멀거나 바빠서....ㅠ

 

혼자 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을 줄은 몰랐습니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의자가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대략 50여명 정도 모인 것 같았습니다.

 

남해에도 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반갑고, 뭉클했습니다.

 

다들 어디 숨어계셨던 걸까.

 

연령대도 다양했습니다.

 

엄마따라 온 이제 막 걷는 아가부터 60대 어르신들까지.

 

 

<강연 내용>

 

작가로 전환한 계기, 그 이전의 삶,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계속 품어온 작가라는 꿈, 매년 응모했던 문학상, 드디어 당선된 [내 심장을 쏴라], 아들의 이름으로 냈던 두 번째 도전, 그리고 당선. 그리고 시작된 악에 대한 이야기, 스릴러 작가로서의 성공.

 

범죄소설은 추리소설과 스릴러로 나뉜다. 추리물은 범인 찾기가 주 목적이고 스릴러는 살아남기, 즉 생존 게임이 주된 흐름이다. 지금까지 정유정 작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인생을 살아왔고 세계관도 저절로 살아 남는 것이 최선인 삶, 살아 남기가 하나의 형식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7년의 밤]에서  오영제는 소시오패스(비범죄형)다. 사회적 규범 안에서 남을 괴롭히는 전형이다. 이 오영제의 어린 시절이 [28]의 박동희라고 보면 된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다. 사이코패스의 1/4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사이코패스는 세 가지가 없다. 첫 째, 공감능력이 없다. 차가운 공감이나 이해, 인지는 되지만 뜨거운 공감은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슬프겠다라는 사실은 인지하지만 그 사람의 슬픔을 같이 느끼진 못하는 것이다. 둘째, 두려움이 없다. 감각적으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반응의 역치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셋 째, 숙려가 없다. 가장 간단하게 자기 중심적 판단을 한다. 사이코패스는 6개월 이상 다른 사람과 관계 지속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을 그리고 싶다는 야심이 있었고 옷을 탈탈 털 듯이 그 내면을 보여주고 싶은데 관찰자 시점에서만 서술해보니 부족했다. 그래서 1인칭으로 써야겠다고, 작가 자신이 사이코패스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8]을 끝내고나니 정전 상태(슬럼프가 아님)가 왔다. 온몸이 숯덩이가 된 상태였다. 지금 껏 쉬어본 적이 없었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소설가는 '소설적인 체력'이 필요하다.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부치는 힘. 그래서 평소 육체와 정신을 키워놓아야 한다. 그래서 산을 다녔다. 정전상태가 왔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래서 떠난 곳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이였다.

[종의 기원]의 초고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완성했고 1차원고는 남해에서 4개월간 작성했다.

 

*Q&A*

 

Q. 왜 악에 대해 쓰는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보면 완벽하게 이해된다. 최소한 그들의 의도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가능했다. 그래서 인간이 지구의 포식자가 된 것이다. 악인의 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내면에 악이 존재한다. 이것은 농담(스펙트럼)의 차이이다. 우리 마음의 악을 들여다보고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가장 순수 악이라고 보는 사이코패스를 본 것이다. 

 

Q. 작가적 상상은 어디에서 오는가?

세 가지다. 기억에 대한 연구, 상상에 대한 연구, 정보에 대한 연구.

기억에 대한 연구는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7년의 밤]에서 호수 속 세령의 시신을 만나는 장면을 묘사할 때 어린 시절 마을 창고에 갇힌 공포를 떠올렸다.

상상에 대한 연구는 주인공의 하루 일과나 전 생애를 다 떠올려본다. 사건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데 기여한다.

정보에 대한 연구는 현장을 가보고 이론과 지식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Q. 인물의 이름 선정 기준은?

캐릭터를 가장 강렬하게 만드는 방법은 인물 묘사와 성격 표현을 상반되게 하는 것이다. 압력적인 상황을 주면 실제 본성이 튀어나온다. [종의 기원] 유진도 중성적이며 부드러운 이름이지만 사이코패스다.

별 의미없이 짓는 것도 많은데 기아타이거즈를 좋아하여 선수들의 이름에서 끝만 바꾼다. [7년의 밤]에 등장한 서재영은 서재응 선수이름의 끝만 바꾼 것이다.

 

Q. 악을 미화하는 것 아닌가?

인간이 선한 것은 의지라고 생각한다. 의식이자 노력이며 머리에서 나오는 의지적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선하게 또는 악하게 태어난 게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러다보니 생존하기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는 살인이 발달(선사시대)하였다.

악을 미화하는 것이라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악인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그들이 되어보는 것, 그래야 대응할 수 있다.

 

Q. 왜 남해에서 1차원고를 썼나?

[종의 기원] 배경이 바다와 방파제가 있는 곳이다. 그런 곳을 찾다보니 남해에서 쓰게 됐다. 남해는 원래 좋아했는데 다행히 머물렀던 숙소의 주변이 너무 아름다워서 섬뜩한 풍경을 주기도 했던 곳이었다.

 

Q. 아직도 악에 대해 쓸 것이 있는가?

계획된 것은 없다. 무엇을 써야겠다, 이런 것은 없다.

 

  

 

마지막 두 질문은 제가 했습니다. 제 질문을 끝으로 강연은 마무리 되었고 싸인회를 가졌습니다. 줄이 길어서 한참 서 있어야 했지만 집에 있던 정유정 책을 3권 찾아서 모두 싸인을 받았습니다. 제가 질문자였던 것을 기억하시곤 저와 눈이 마주치자 반갑게 웃어주셨습니다.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워낙 직장 생활이 힘들 때여서 원하는 멘트를 '다 잘 될거야'로 적어 갔는데 작가님이 그대로 적어주셨습니다. 두 권은 각기 다른 멘트를 적어주셨습니다. 짧은 1시간, 진심으로 설레고 가슴 부푼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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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자중독

    정말 소중한 경험을 하고 오셨군요. 부럽부럽부러워요.^^
    남해에서 [종의 기원] 1차 원고를 집필했다니, 금비님께는 그책에 유독 애착이 생길 거란 생각도 들구요. 그래서 위의 질문도 하신 거겠죠? '다 잘 될 거야'(저도 마음 속으로 금비님께 응원을 보내봅니다) 작가 친필 사인 세 개에 사진 촬영까지 우리 금비님 얼마나 기쁘고 좋으셨을까.^^

    저도 이 기회에 정유정 작가 책([종의 기원]부터ㅋ)을 꼭 접해보리라 다짐해 봐요. 읽어야지 하면서도 이상하게 뒤로 밀리더라구요. 손에 잘 안 잡히기도 하고. 소시오패스 인물이 등장한다니 괜히 꺼려진 점이 좀 크다하겠어요.(작품 분위기 상 우울해질까봐ㅋㅋ)

    우리 금비님, 아직도 정유정 작가와의 만남이란 신기한 경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셨을 듯.^^ 오랜만에 들러 잘 읽고 가요.^^

    2016.10.23 00:0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전주는 광주서 가까우니까 문학강연을 누군가 주최해준다면 바로 달려가실 것 같은데,,
      종의 기원이 남해에서 1차 집필했다는 사실은 저를 흥분케 했답니다. ^^
      응원도 감사합니다. 글사랑이님도 다시 일 시작하시곤 많이 바쁘게 보내시죠?
      블로그를 통 들어올 마음의 여유가 없네요.
      일단 의무감에 와서 몇 자 끄적이다가...^^

      2016.10.23 14:45
  • 유정맘

    와우 설레는 만남을 가지셨군요 ^^ 제가 들었던 답변도 있고 새로운 것도 있어요. 악과 대응하기 위해 악이 된다.
    금박님 보니 반가워요~~~ 파이팅!!

    2016.10.23 00:1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파이팅!!!
      반가워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2016.10.23 14:44
  • 파워블로그 waterelf

    금비님, 즐겁고 설레는 시간이었겠네요.
    만남의 시간을 이렇게 글로 정리하면서 그 여운을 충분히 즐기셨기를... ^^

    2016.10.23 00: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금비

      감사합니다. 정유정 작가님의 입담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2016.10.23 14:43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