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우리 식구들에겐 가족의 달이다.
시작일인 1일부터 의미있는 날이다.
벌써 결혼 9주년.
원래 12월 8일로 잡혔던 결혼식.
하지만 사촌오빠 결혼식과 겹친다고 부모님께서 날짜를 바꿔야한다고 하셨다.
그날이 길일이라 결혼식이 많았다.
하는 수 없이 우리 결혼은 일주일 더 앞당겨졌고 그만큼 더 바빠졌다.
꽉채운 9년의 시간.
결혼이 주는 의미를 알기엔 아직도 초보 아내이자 엄마인 나.
여전히 남편에게 사랑받고 있다.
사랑의 방식과 색깔이 우정스러운 면이 강해지긴 했지만 ㅎㅎ
아들의 생일도 있다.
내 월급날 태어난 아들.
날짜도 재복이 있을 것 같은데 아들의 귀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재물복 많겠구나.
친구들 중 짓꿎은 녀석이 아들에게 원숭이 또는 몽키라고 놀려서
커다란 귀가 싫다고 말하는 아들.
아들의 귀를 보는 어른들마다 귀 잘생겼다고 감탄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아들의 귀에는 그런 감탄이 들리지 않는다.
아들의 마음엔 어른들의 감탄보다 친구의 놀림이 더 크다.
놀림받지 말라고 귀를 가린 모자를 산 것은 아니다.
스쿨버스 기다리는 동안 귀가 시릴까봐 오랜만에 도시에 나간 김에 공수해온 모자이다.
생일 선물겸.
사흘 지나 남편의 생일이다.
7시에 겨우 눈떠서 아침도 못먹고 출근하던 내가
이 날만큼은 더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해놓고 출근했다.
휴, 다행인게 시부모님께 전화가 와서 며느리가 미역국은 끓여줬는지 물어보셨다고...ㅋㅋ
역시, 아들의 모자를 산 곳에서 남편의 운동화도 샀다.
한눈에 마음에 들어서 고민없이 샀다.
포장하다보니 여자 신발도 보이는데 고것도 예뻐서 샀다.
결국 커플화가 되었다.
아 그런데 어쩌지?
가장 큰 사이즈로 샀음에도 남편이 신어보더니
"발가락을 조금 구부려 신으면 신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 거기까진 거리가 너무 멀다. 교환도 안된다. 더 큰 사이즈는 생산안되는 디자인.
"그냥 구부려 신으면 안돼?"
묵묵부답.
12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한 번도 신지 않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다.
아들이 주는 아빠 생일 선물.
내 생일 땐 엄마가 책 좋아한다며 책을 사줬는데 아빠 생일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래서 즉석에서 준비한 생일선물 퍼포먼쓰.
엉덩이로 아빠 이름을 써준다고 한다.
12월에 워낙 돈 들일이 많아서(시어머니 생신도 있음) 내 호주머니에 가뭄이.
용돈 좀 주라고 징징댔더니
남편이 사진을 보낸다.
남편이 준비한 용돈이다.
순실이현금보관법을 따라했다.
다음엔 300만원을 넣어 주면 좋겠다.
생일이지만 슬픈 날도 있다.
바로 오빠의 생일이다.
하늘나라에서 맛있는 생일상 받았길 바래.
조카가 불러주는 생일노래, 거기서도 들리길 바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