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커튼 뒤에서 엿보는 영국신사

[도서] 커튼 뒤에서 엿보는 영국신사

이순미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오래전 싱가폴을 다녀와서 '유리벽안에서 행복한 나라'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었다. 싱가폴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비평을 곁들어 풀어낸 책이었는데 주부이면서 동시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작가가 싱가폴에 살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풀어 썼는데 이 책에서 영국에 살았던 이야기도 간간이 곁들이로 나왔었는데 같은 작가가 본격적으로 영국살이 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쓴 책이 바로 이 책 '커튼뒤에서 엿보는 영국신사'이다.

 

이미 싱가폴 편을 읽었기에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이나 내용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빌려 보게 되었다. 2년전 처음 영국 여행가면서 영국의 문화와 역사 관련된 책들을 빌려보았는데 그때 남편이 먼저 내가 빌려온 이 책을 읽었는데 평이 후했다. 평소 비판의 날이 나보다 몇배는 서있는 남편이 후한 평을 주다니 좀처럼 드문일인데 모처럼 읽고나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눴던 기억이 난다. 나는 당시 이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영국을 다녀오게 되었고 그 후에 한참이나 지나서 이 책을 다시 빌려서 마저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가 주재원으로 영국에 몇년간 머물면서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 그것도 깊숙한 곳까지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가 그들과 어울리며 알게된 것들과 그것에 대한 개인적 생각들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적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를 키우고 개를 키우고 정원을 가꿨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영국인들과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들지만 이 세가지가 그들의 경계를 허무는 부분인듯 했다.

피상적으로 여행하면서 느낀것도 아니고 아주 장기간도 아닌 짧다면 짧은 기간인 몇년이지만 작가 특유의 호기심과 세심한 관찰력과 함께 분석적 시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미 영국을 두번이나 여행한 후에 읽게된 이 책은 그 내용이 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왔고 그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서 정말 그런것 같아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글을 읽다보면 결론은 영국인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는것이다. 영국신사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예의바르고 조용하고 반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쌀쌀맞고 무표정의 냉정한 모습이면서도 또 어느 부분에서는 밖으로 다 표출되지 못한 부분까지 쌓인 분노와 열정이 그 안에 가득 담긴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약자들 앞에서는 또 지극히 인간의 법도를 지킬줄 아는 신사의 면모를 가진 복잡한 사람들이다.

정말 복잡미묘한 그 속성을 잘도 뽑아내고 분석해냈다.

 

커튼 트위처스라는 말이 있는데 영국인들이 도통 남의 일에는 관심이 없을것 같은 무표정과 되조되게 집안에 들어와서 커튼 뒤에서 몰래 거리와 사람들을 관찰하고 훔쳐보는 모습을 가르키는 말이다.

좀처럼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폐쇄적일정도로 내성적인 영국인들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너무나 웃겼던 부분은 바로 담장싸움 부분이었다. 정원을 끔찍히도 아끼고 정원가꾸는데 온갖 정성을 쏟는 그들에게 담장을 가지고 다투는 에피소드에 대한 부분이다.

그들은 집과 집사이에 하나로 놓인 담장이 변덕스런 날씨덕에 쓰러졌을때 그 담장을 누가 고치는가를 놓고 나름 정해진 룰이 있다고 했다.

그걸 모르는 외국인들이 처음 맞딱뜨리는 당혹함이란! 처음 담장이 자기집 쪽으로 쓰러져 있으니 옆집 사람이 나와서 담장이 너네 쪽으로 쓰러져 있으니 너네가 수리하는거라고 했을때 너무 황당하고 억울했지만 담장룰이 그렇다고 해서 주인에게 연락해서 다 고쳤다고 한다.

 

두번째 이사간 집은 작가의 집 담장에 군데군데 버팀목이 되어 있어서 안심을 하고 지내다 어느 비바람이 몰아친 다음날 담장이 그 옆집쪽으로 쓰러져 있어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옆집사람에게 담장을 고치라고 말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버팀목을 한 사람이 울타리의 주인이니까 네 쪽에서 고치는거야~ 집주인에게 물어봐! 라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ㅋㅋㅋ

나중에 수리공을 불러 확인하니 버팀목을 만든쪽은 스스로 그 울타리의 책임자가 되겠다고 나선 꼴이므로 어느쪽으로 넘어지든 상관없이 버팀목을 세운 당사자가 쓰러진 울타리를 수리해야 한다고 자세히 설명해주었단다.

 

너무 웃겼다. 이웃간에 일어난 울타리 소송을 상담해주는 전문 변호사가 있고 울타리 관련 법규인 '정원에 관한 법률(gardening law)까지 세세하게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ㅎㅎ

 

그런가 하면 영국의 여우사냥과 여우를 사랑하는 국민들에 대한 이야기 부분에서는 우리가 첫번째 런던에 머물던 숙소에서 아침에 우연히 건너편 학교 앞마당에서 왔다갔다 하다 굴속으로 들락날락거리는 여우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그마한 몸짓에 개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던 여우.

그 여우에 대한 영국인들의 마음과 영국인들의 정원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여우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 있었다.

 

특히 내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영국학교에 대한 부분이었다. 세계적인 뮤지컬의 나라 영국의 학예회의 풍경에 대한 부분을 읽을때는 나 역시도 우리의 교육현실과 극성스런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씁쓸한 웃음을 지을수 밖에 없었다.

어른들의 도움과 손짓으로 만들어낸 공연은 차치하고라도 자기 아이가 공연할때는 일어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앞에 나가서 사진찍고 동영상찍고...아주 난리 부르스다.

반면 영국의 학예회는 너무나 대조된 모습이라고 했다.

정말 대사도 제대로 다 외우지 못한 아이가 있고 연주 수준도 미비해서 엉망이라는 생각이 떠오를만한 공연이지만 실상 부모의 도움 하나도 안받고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준비를 해서 발표하는 아이들. 그 공연하는 아이들의 자세나 그들의 공연을 관람하는 학부모들의 관람자세는 런던 시내의 이름있는 극장의 연주자와 관람객과 다르지 않더라는 이야기다.

 

 

그 최악의 공연을 진지하게 봐주는 영국 학부모를 본 그날에야, 그동안 영국인들이 그렇게 초라한 학예회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았다. 영국 아이들의 학예회를 볼수록, 한국 애들의 활동상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우리 한국인들이 뭔가 잘못 살고 있다는 찜찜한 기분에 사로 잡혔던 이유도 알게 되었다.

영국인들의 학예회는 엉망이 아니었다. 어른들의 도움 없이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대매너와 객석매너...

그렇게 기초를 차근차근 다지고 있었다.

그들이 신사인 것은 멋있거나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에 대한 숙고가 있기 때문 일 것이다. 그런 자녀 교육은 확실히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타국의 문화와 그 사회 구성원인 사람들에 삶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재미나게 읽어낼 책이다.

특히 영국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더욱더!

작가의 위트가 곳곳에서 빛난다.

그리고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그들에 대한 깊은 사색과 관찰을 통해 얻어낸 결론은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다 거기에서 거기가 아닐까. 우리 민족은 인간성이 못되고 나쁘다는 말을 하는 주변인들이 종종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역사적인 사건들을 거치고 지리적으로 인종적으로 기질적 특징이 있을수는 있지만 어느 민족은 선하고 어느 민족은 기질적으로 악하고 그런건 당연히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인데 그 인간의 본성과 법도 사이에서 그것을 얼만큼 표출해도 되고 얼만큼 사회에서 받아줄수 있는지를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잘 규정해서 다듬어가고 지켜갔을때 그리고 오랜시간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해졌을때 성숙한 시민사회의 일원이 되는것이라 믿는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