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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7. 월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이미예 저
팩토리나인 | 2021년 07월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문장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책을 아직 읽지 않으셨거나 읽으실 예정인 분들은 본 포스트는 읽지 마셔요.

 

 


 

하지만 그날따라 예전의 그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시력만 뺏긴게 아니라 자신다움도 함께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그를 집어삼키고 말았다. 더불어 그간 늘 친절하고 상냥하다고 생각했던 동네 사람들의 '젊은 사람이 딱해서 어떡하냐.' 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시 머릿속에서 재생되면서 부지불식간에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내가 딱하다는 건 나 자신이 가장 많이 느꼈어요. 그걸 겪어 내고 이렇게 나와 있는 거라고요!'

(92-93쪽)

 


 

"모든 힘은 제가 가진 행복에서 나오고, 의욕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열망에서 나와요. 저는 이곳에서 저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의 희망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기쁜 일이죠. 하지만 제가 하는 행동은 대부분 그저 내가 행복하기 위함이에요.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되기 위해 평생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처음 만든 꿈도 마찬가지예요. 그 꿈은 해안에서 멀어지는 범고래의 시점으로 진행돼요. 그건 저 자신을 나타낸 거였어요. 제가 살아가기에 너무나 제약이 많은 이 세상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다리 한쪽이 없는 삶이 아니라, 두 다리를 아예 쓰지 않아도 더 큰 세상을 보는 범고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바다에 빠지면 죽는 줄 알았는데, 그 아래에 더 큰 세상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참 다행이다 싶어요.(...)

(101쪽)

 


 

"태경 씨, 우리를 나타내는 어떤 수식어도 우리 자신보다 앞에 나올 순 없어요. 그리고 우리 같은 제작자가 있고 꿈을 사러 오는 당신이 있는 한, 아무도 당신에게서 잠자는 시간과 꿈꾸는 시간을 뺏어갈 순 없어요. 당신에게 어떤 꿈을 드릴 수 있을지는 우리 제작자들이 고민할 몫이에요. 당신은 자기 전에 아무 걱정 없이 눈을 감고 편안히 있으면 돼요."

(104쪽)

 


 

"여긴 알고 싶은 것들이 가득한걸요. 제가 사는 세계보다 훨씬 흥미롭고 멋져요. 혹시 제가 멋대로 헤집고 다니는 일이 잘못 된 건가요?"

"잘못은 아니지요. 잠든 시간은 손님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 안심돼요. 이렇게 신나는 세계가 있는데 깨어나면 모조리 잊는다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에요. 제가 루시드 드리머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여기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다못해 이곳에 제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좋겠어요."

(129쪽)

 


 

"정말 신기해요. 어떻게 손끝이 닿는 감각 하나만으로 서로 다른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거죠?"

모태일은 키스 그루어를 우러러보게 된 것 같았다.

"당신 안에 멋진 추억들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경험한 것이든 영화나 드라마로 간접 체험한 것이든 상관없어요. 무궁무진한 추억들은 언제든지 근사한 꿈의 개경이 되어줄 거예요. 어떤 자극만 적절하게 주어진다면 말이에요. 지금처럼 손끝을 스친다든가, 특정한 냄새를 맡는다든가, 소리를 듣는다든가 하는 방식으로요."

(177쪽)

 


 

"어디 보자. 여기서는 '개운한 박하' 12개, '확 넘어가는 무게 중심' 2세트를 사야겠네."

페니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바구니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럼통이 실린 수레를 지나서 겨우겨우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나면 상쾌함이 드는 '개운한 박하'는 30분 미만의 낮잠용 꿈에만 사용하라고 되어 있었고, '확 넘어가는 무게 중심'은 주의 사항이 몇 페이지나 쓰여 있었다.

깜빡 잠이 든 상태에서 무게 중심을 확 뒤로 넘겨 졸음을 단숨에 쫓아낼수 있지만, 깜짝 놀라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거나 의자에 앉아 있었을 경우 타박상 및 기타 중대한 상해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노약자에게 사용을 금합니다. 또한, 권장량을 반드시 지켜주십시오.....

(181쪽)

 


 

"아시다시피 저는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으로 작년에 데뷔했어요. 그런데 살면서 한 번쯤은 거쳐야 하는 힘든 시간이 아니라, 굳이 겪지 않아도 될 힘겨운 기억을 가진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저는 스스로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다면 더 좋겠죠.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상황이라면 더더욱이요. 저는 피해자가 뭘 더 노력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어요. 노력은 가해자만 했으면 좋겠어요. 이기적이고 경솔하고 폭력적인 사람들이 실수로라도 이 포춘쿠키를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막심, 세상일이 그렇게 절묘하게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라네. 아무 죄 없는 사람이 이걸 먹게 될지도 몰라."

(206-207쪽)

 


 

 

'컴퓨터의 잔고장처럼 껐다 켜면 싹 나았으면 좋겠어.'

그는 자신을 껐다 켜는 것처럼 잠들고 일어나길 반복했다. 잠드는 건 쉽고, 일어나는 데는 의지가 필요했다. 무기력은 어느새 그의 힘만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남자는 우울에 잠식될까 두려워 함부로 우울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지도 않았다. 그러니 누구도 남자의 상태를 알 수 없었다. 이제 그만 꿈에서 빠져나와 열심히 살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 같은데 몸이 자꾸 늘어졌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자꾸만 잠을 청하고 방의 불을 껐다. 가만히 누워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갔다.

(252쪽)

 


 

남편은 여자보다 더 신나서 얘기를 이어갔다.

"참 별걸 다 기억한다. 그러고 보면 큰맘 먹고 값비싼 호텔에서 묵었던 날은 조식이 맛있다는 것 외엔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 날도 아닌 평범한 날에 우리 애들이랑 김밥 만들어 먹고 호박전 부쳐 먹었던 건 왜 이렇게 생생할까? 아유, 얘기하다 보니까 우리 참 재미나게도 살았다."

(277-278쪽)

 


 

"손님들도 우리도 전부 마찬가지야.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갈 때가 있고, 과거에 연연하게 될 때가 있고, 앞만 보며 달려나갈 때도 있지. 다들 그런 때가 있는 법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기다려야 한단다. 사람들이 지금 당장 꿈을 꾸러 오지 않더라도, 살다 보면 꿈이 필요할 때가 생기기 마련이거든."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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