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097

지은이 : 홍인혜
출판사 : 창비
나는 꾸준한 언어 애호가였다.
말하는 것만큼 돈 안드는 유희가 또 어디 있을까. 말은 심지어 돈을 벌어다주기도 한다. 나는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시인으로 글을 쓰고, 만화가로 말풍선을 채우며 매일같이 언어를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는 언어세공가다. 말을 갈무리하고 말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나의 노동이다. 그렇다. 나는 말에 기대어 살고 있다. 말이 취미이자 특기이고, 놀이이자 밥벌이인 언어생활자다.
(5쪽, 프롤로그 <고르고 고른 첫마디> 중에서)
예스24 오늘의 책 코너에서 소개되었던것으로 기억한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찜해두었던 책을 12월에 선물받은 도서상품권으로 구입했다.
제목이 너무 맘에 들었다. 궁금증을 유발했다. 도대체 어떤 말을 골랐단 말이지?
홍인혜작가는 시인이자 카피라이터, 만화가라고 한다.
일상카툰(?)이라고 해야하는 귀여운 캐릭터 만화로 인스타그램에 만화가 올라온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인스타에서 찾아봤다.
채글 읽으면서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서 검색을 해볼까 하다가 순수하게(작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이) 책 제목만으로 끌려서 구입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까? 만족스럽게 책장을 덮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책을 다 읽고 인스타에서 찾아 보자 했다.
채널예스에 인터뷰 기사도 올라왔던거 같은데 읽지 않았다.
그렇게 백지의 상태에서 만난 홍인혜 작가의 [고르고 고른 말] 의 예쁘고, 아프고, 어렵고, 무겁고, 희망차고, 설레이는 많은 말들을 만났기에 책에 대한, 그리고 작가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10점이다.
리뷰를 쓰려다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보았다. @lunapunch 로 검색해서
어떤 그림을 그릴까? 글 내용은 어떻게 구성할까 엄청 궁금했다.

글의 소제목이 예쁜 책이다. 역시 시인이고 카피라이터라 그런지.. 또 본인 스스로를 창의노동자라고 칭하던데.. 정말 그런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소제목 몇개만 소개한다면...(아마, 예쁜 단어나 말 좋아하는 분은 책을 읽고 싶어질거에요)
1부 내게 번진말
(희망의 말) 꽝! 다음 기회에
(나를 울린 말) 생각 없이 밝아
(인식하는 말) 민트 감각
(결핍이 말) 프다
2부 우리가 말을 섞을 때
(온기의 말) 다정함은 식지 않아
(지극한 말) 아꼬와, 아꼬와
(우정의 말) 나는 너의 시인
(충만한 말) 이토록 혼자
(꾸며낸 말) 즐거운 거짓말
3부 언어일상사
(시인의 말) 시가 쏟아지던 밤
(허락하는 말) 막살이 자격증
(능동의 말) 좋아함의 기적
(토닥이는 말) 운이 좋은 시인
4부 내가 던진 말
(인간적인 말) 손을 떠는 영웅
(억지로 삼킨 말) 다물어야 하는 존재
(돌아보는말) 사계절을 사랑하세요?
(당당한말) 설명하지 않아도
(넉넉한 말) 오늘도 조금 성글어졌다
책을 읽기전엔 좀 정신없는 목차라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보니 각 이야기들의 제목중에 괄호안의 (OO의 말)의 표현들이 정말 찰떡(?)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나를 울린 말) "생각 없이 밝아"라는 말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독자가 많을것 같았다. 나도 그랬고....
지금이야 생각없이 밝았던 예전의 내가 참 많이 그립지만 그때의 생각 없이 밝은 나는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습득한, 훈련한, 성취한 나 였음을....
회사에는 티가 나게 침울한 사람도, 눈에 띄게 들뜬 사람도 많았다.
그렇지만 슬픔은 어떤가. 슬픔은 어른의 사회생활에서 제일 감지하기 어려운 감정인 것 같다.
(35쪽)
"회사에서 울어 본 적 있나요?"
부끄럽지만 나는 출근해서 매일 울면서 일했던 흑역사(?)의 시절이 있다. 그때 약 8개월간 14kg이상 체중이 빠졌다. 농담으로 빠진 몸무게의 반은 눈물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울지 않으면 하루 하루 그 지옥같은 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생각하면 그런 내 모습이 민망하다거나 감추고 싶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살기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으니까...
그당시엔 생각없이 밝은 나는 없었다. 슬픈건 슬픈거고, 아픈건 아픈거고, 힘든건 힘든거다. 그래야 살수 있으니까.
물기어린 연체는 안으로 파고드는데 강인함을 가장한 패각은 손톱처럼 매일 돋아나느 형상. 나선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슬픔. 밝음을 가장한 건 스스로였고 전략이 잘 들어맞았을 뿐인데 왜 그 말에 눈물이 났을까. 상사의 폭언이나 클라이언트의 무례함 앞에서 운 적이 없었다. 그래, 그때 나를 감싼 건 분노였지만 지금 사무치는 건 고독이었다. 회사는 슬픔을 이해해주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누군가가 눈치채주길 바랐던 것일까.
(...)
역시 회사는 슬픔에 어울리는 공간이 아니다.
(38-39쪽)
책을 읽다보면 잊고 있었던 나의 감정이 올라올때가 있다. 그럼에도 그때 느꼈던 그 감정과는 다르다. 그때의 감정은 주관적인 감정이었다면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감정 내지는 내 모습은 좀더 객관화 시키게 되는것 같다. 그 시절의 나는 나스스로 한없이 애처럽고 불쌍했지만 지금에 내가 그때의 나를 보면 수고했다 말해주긴 해도 잘못한 것들이 명확히 보일때가 있다. 그렇기에 아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것이겠지. 예전의 나의 잘못을, 실수를 되새기며 자책하기 보다는 발전하기 위해 노력이란걸 하게 되니까 말이다.
홍인혜 작가가 일상안에서 고르고 고른 말이 어떤것이 있는지는 읽어보시는것으로요.
아... 아래 채널예스 인터뷰 올라온게 있어서 함께 공유합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46669
http://ch.yes24.com/Article/View/46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