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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책 연습

[도서] 미래 산책 연습

박솔뫼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강한 캐릭터와 폭발하는 이야기로 가득한 책들을 읽다보니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다. 조용하고 사색하며 망설이는 듯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사게 된 책이다.

개성적인 문체와 일상적인 일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좋은 작가이다. 글을 쓰다보면 '짧은 문장을 써라'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을 담아라' 와 같은 자기 검열에 의해 글을 써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사는 게 그렇지 않다. 마치 산책을 하는 것처럼 생각은 내가 지금하고 있는 일로부터 출발해서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했다가 어제 있었던 실수를 생각하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막상 글을 쓰다보면 이런 상황을 혹은 심리를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담아내기 어렵다. 비문이 되거나 지루해지거나.

하지만 박솔뫼의 문장은 마치 산책을 하듯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광주와 부산을 작가와 수미의 이야기를 두런두런 교차시킨다.

예를 들면,

177쪽

그곳은 출판사가 아니지만 출판사였어도 늘 기차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어떻게 원고를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무 집도 사무실도 건물도 가게도 없는 곳에 출판사가 있고 그곳이 절말로 출판사라면 출판사의 직원들은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기차 소리를 참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보려 했지만 역시 그럴 리는 없었다.

길지만 의미가 잘 와닿고 추측의 과정을 통해서 최종적인 판단으로 돌아오는 망설임과 주저함의 과정이 잘 드러난다. 멋진 문장이다.

부산에 세를 얻은 작가(나는 작가와 수미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해설을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는 80년의 광주와 82년의 부산미문화원을, 최명환과 윤미 언니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 산책하듯이 거닌다. 이 소설은 그 산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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