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한국 민주주의에 한 획을 그으신 대단한 별이 지는 것을 어찌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래도 강상중 교수와의 대담 기록을 통해서나마 그의 육성을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고맙고 기쁘다. 이 만남을 세 번이나 심사숙고해서 결정하셨다고 하는데, 그 결정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사실 나는 정치에 관심없다. 민주시민으로서 이런 자세는 옳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다지 흥미도 생기지 않고,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같아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정치여서 나도 모르게 외면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태어나지 않은 시대의 민주화 운동 이야기는 사실 그렇게 재미난 이야기는 아니다, 내겐. 하지만 그런 치열했던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마음껏 속내를 말할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그래서 21세기라는 지금도 민주주의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말아야 하지만 아직도 그것은 너무나 어렵다. 요즘 정치판에서는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은데, 누구 하나 속시원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이거, 정치계의 미네르바도 한 분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어쨌든 그런 정치판에 관심을 가게 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강상중 교수는 재일 교포로는 처음으로 일본의 교수에까지 올라간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런 대단한 분이 우리 김 대통령님을 존경하신다니까 더 어깨가 으쓱거린다. 먼저 책에서는 강상중 교수가 평소 자신이 생각해왔던 리더의 조건을 말해준다. 선견력, 목표 설정력, 동원력, 의사소통 능력, 매니지먼트 역량, 판단력, 결단력의 총 일곱 가지 리더가 가지고 있어야 할 자질들을 설명해주는데,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내가 박식하지 않아서 그런지 강 교수가 말한 일곱 가지의 리더의 자질이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은 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저 말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다르게도 말할 수 있는 것 같은 기분. 그래도 그가 말하는 것은 일본을 냉철하게 비판하기 때문에, 그것도 일본이 싫어서가 아니라 일본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판하는 것이기에 왠지 설득력이 있다. 그가 일본을 비판할 때면 한국인의 관점이 되는 것도 같다가 그 안에 은밀하게 풍겨나는 일본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 정말 일본의 지식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일본을 냉철하게 비판하기 때문에 그가 그렇게 개방적이지 못한 일본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 다음에는 일본 정치판을 조금 비판해주고, 김 대통령과의 대담이 이어진다. 그런데 김 대통령과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는 것이 없었는데 여기서 짤막하게 나온다. 김 대통령이 일본에 있었을 때 납치를 당했는데, 그것을 일본이 도와주었던지 아니면 묵인해주었던지 하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런 모든 박해가 있었음에도 굴하지 않았던 우리의 김대중 대통령님!! 그 분은 이후 대통령이란 자리에 올라서도 일본에게 그 모든 진상을 규명하라고 압력을 가하지 않으셨다. 뿐만 아니라 그를 죽이려고 했던 선대 대통령 누구 하나에게도 해코지를 하지 않았던 분이셨다. 절대 보복주의로 가서는 안 된다고, 국민을 위해 정치를 바르게 해야 한다고, 바른 정치자라면 후대의 평가를 무서워해야 한다고, 그렇게 자신의 일생을 유지해오신 분이셨다. 정말 하나도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소중한 우리의 영웅을 이 책이 아니였으면 영원히 알지 못할 뻔했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 고맙다. 이 책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