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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쓰게 된다

[도서] 무엇이든 쓰게 된다

김중혁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첫 문장을 쓰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이게 다 이 저자 때문이다!

-       최선을 다할 수 없으므로, 모든 글쓰기의 첫 문장은 대충 쓰는 게 좋다. (중략) 생각만으로 쓰는 거다.

-       그 문장이 최선을 다한 문장이어서가 아니라 하는데 까지 해본 문장이라서 그렇다. 더 이상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 첫문장을 종이 위에 적는다. 문자를 입은 첫문장은 그럴싸해 보인다. 제법 첫 문장 같다. (p.76)

-       첫 문장이 잘 써지지 않을 때면 다른 사람들이 쓴 첫 문장을 읽어볼 때가 많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첫문장을 다시 들여다볼 때도 있다. ‘이 사람은 왜 여기에서 시작했을까’ ‘어쩌면 이런 식으로 얘기를 꺼낸 것일까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첫문장의 방식을 나중에 이해할 때도 있다. (p. 79)

-       모든 첫 문장은 근사하다. 왜냐하면 끝을 보았기 때문이다. (중략) 출판된 첫문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첫문장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다녀온 다음에 처음 자리에 서 있는 문장이다. (p.81)

-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서 판단해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래를 계속 시뮬레이션하고 갈등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글을 계속 쓰다보면 상상의 근육이 붙게 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상상이나 몽상은 허무맹랑한 꿈꾸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뇌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고, 내가 어떤 나인지 끊임없이 물어보는 일이다. 첫문장에서 그 모든 것이 시작된다. (p.82)

이제까지 글을 쓰면서 첫문장에 이렇게 고심해본 적은 처음 인 듯 하다. 저자의 첫문장의 어려움과 강조에 대해서 읽고 나서는 내가 쓴 글의 첫 문장들을 좀 훑어 보았다. 무슨 생각으로 쓴 거지? (.. 무사히 첫문장이 넘어갔다.)

  

(아이패드 사고 싶었는데, 의지를 확고히 하였다. 흐흐.)

이처럼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해서 기본적인 내용들에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사실 초반에 저자의 물건들이나 저자의 생활에 대해 읽으면서는 살짝 소설가라는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마음이 들어 두근 두근 했다. 전지적 작가 관찰자 시점이랄까? 주변에서 볼 수 없는 글 쓰는 사람의 생활은 어떨지, 꽤나 유명한 소설가라는 사람의 일상은 어떨지 궁금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그러면서 꽤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관련된, 내가 글을 쓸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은 집에 꽤 있다. 그것도 꽤나 유명한, 거의 고전급의 책들이. (그렇다, 이제서야 고백하지만, 난 북홀더다 -_-) 글을 쓰고 싶은 어릴 적부터의 소망을 이제는 실현할 때도 됐다며 슬금 슬금 사 모으면서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핑계로 읽기를 미뤄뒀던 책들이다. 이 책도 그런 책들처럼 꽤나 딱딱하고, 이런 방식, 저런 방식의 글쓰기가 있으며 이런 점이 중요하고 저런 점이 중요해요, 라고 이야기하는 안내서 같은 책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유쾌한 글쓰기의 책일 줄이야! 너무 재밌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이런 클리쉐는 지양한다고 했지만.. 사실인걸..) 저자의 음악적, 미술적 감각에 놀라며, 역시 소설가니까 이렇게 잘 쓰나? 라는 필력에 놀라며 단숨에 읽어낸 것 같다. 그러면서 구석 구석 글쓰기를 하면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많이 던져준다. 참으로 놀라운 책이다. 설명해주는 듯 하지만, 설명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대화는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첫문장인 것 같기도 하지만..)

-       나는 대화를 상상하는 힘이 개성을 만드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대화를 상상한다는 것은 어떤 일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고, 두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고,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는 뜻이다. (p.108)

-       우리가 대화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고, 공감하기 위해서다. 대화의 결과는 이해여야지, 성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p.193)

-       책이란, 대화의 시작이다. (중략) 책이 묻고 내가 대답한다.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 책 속에 숨어 있다. 글쓰기는 가장 적극적으로 숨은 사람과 대화하는 방식이다. (p.278)

그래서 일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형식적인 틀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이색적인 부분이 실려 있다. 처음에는 왜 이런 대화 문제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읽다 보니 답을 유추하는 데 빠져들었다가, 나중에 문득 깨달았다. 혹시 이러한 대화 안에서 그 상황을 보고 문맥을 읽으며 쓸 거리를 찾아내는 게 아닐까?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이 부분을 보고 생각해 낼 수 있는, 얻어 갈 수 있는 것은 요점이었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을 때 그 짜릿함이란! 어차피 독자의 의도를 크게 살피지 않으신다 했으니, 그래서 더 마음 편하게 내 마음대로 결론 내리고 응용하기로 했다.

 

-       예술가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자신의 작품을 참고 견디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p.143)

-       많은 사람들이 평생 질투와 시기심을 견디며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p.143)

-       다른 사람들은 매일 노력해서 뭔가 대단한 걸 만들어내는 거 같은데, 나만 멍청하게 가만히 앉아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다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자신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시기심을 좋은 에너지로 바꾸려면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p.145)

-       창작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특별할 필요가 없다. 오래하다 보면 특별해진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특별하고, 시간과 함께 만든 창작물은 모두 특별하다. (p. 285~286)

난 엄청난 겁쟁이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블로그 친구분들을 제외한 나와 같은 책의 글들은 읽기가 겁난다. 친구분들의 글은 함께 대화하는 느낌으로 마음 편하게 읽는 것이 가능한데, 다른 글들은 내 글의 부족한 부분을 찾게 만들 것 같아서, 너무 잘 쓴 글을 읽다 보면 내가 글을 써도 되나 싶은 자괴감이 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봐이다. 그런 내게 저자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내 글을 사랑하라고 이야기 해준다. 더 잘 쓸 수 있어요! 괜찮아요! 가 아니라서 너무 좋았다. 내 글이 보잘것없음을 인정해주고, 그래도 괜찮다고. 그걸 아끼고 사랑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있다. 마음이 참 편해졌다. 창작하는 사람들,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기질이 있어서 나 같은 무지랭이, 1g의 재능도 없을 것 같은 (예전 같으면 없다고 단언했을테지만) 사람도 일단 써보라고, 괜찮다고 토닥여준다.

 

-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서투르게라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 G.K.체스터튼 (p.287)

난 꼭 글을 쓰고 싶다. 꼭 그림도 그리고 싶다. 지금은 형편없지만, 꼭 하고 싶은 일이고, 하고 있으면 너무 행복하니 이미 그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내일도 또 글을 쓰고자 한다. 그러고보니 제목 참 잘 지은 것 같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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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Joy

    궁금해 했던 책인데 휘연님 덕분에 어느정도 궁금증이 해소된 것 같아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휘연님은 꼼꼼한 리뷰를 남기셔서 리뷰를 읽고 나면, 이 책이 나에게 맞는 책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2018.01.10 12: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앗 다행입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ㅎㅎ 항상 책 전체를 다 아우르는 글을 잘 못 쓰는 거 같아 고심중이에요.
      조이님도 가볍게 읽어 보실 만한 거 같아요^^

      2018.01.10 13:08
  • 파워블로그 키미스

    마지막 글이 마음에 콕 와닿네요. 휘연님~ 언제 어디서든 응원할께요~! ^^*

    2018.02.19 01:20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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