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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감각

[도서]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저/최재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쓴다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할까? 쓰기란 무엇일까?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이기에 이리도 어려울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쓰고 싶어하고, 출판을 목표로 한다.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를 세세하게, 그것도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

-       글을 쓰고 읽는 일은 우리의 고독을 덜어 준다. 그것은 인생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을 깊고 넓게 확장시킨다. 한마디로 그것은 우리 영혼의 양식이다. (p.352)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은 우리의 영혼을 위한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고통의 행위가 전제되고, 그나마 잘 풀려 출판이 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일은 우리의 환상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보는 그런 일확천금을 벌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저자도 자신이 그런 작가가 아니며 그런 일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우리는 글을 써야 한다. 우리의 감수성을, 우리의 영혼을 깊게 하고, 넓게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의 리뷰는 제일 마지막의 옮긴이의 후기가 가장 잘 쓴 것 같다. 정말 이 책을 읽고 자신이 느낀 감정을 솔직히, 그리고 잘 썼다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써나가기만 하면 돼. (p.64)

저자가 제목(원제: Bird by bird)부터 내용까지 철저히 관철하는 중요한 논점은 한 번에 하나씩이다. 막연히 책 한 권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다. 너무나도 엄청난 덩어리에 매몰되어 혼란에서 허우적거릴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내 눈 앞에 있는, 당장 닥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헤쳐나가다 보면, 그렇게 실타래를 풀어 나가다 보면 결국에는 다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       이 책의 원제는 버드 바이 버드(Bird by bird)’, 직역하자면 새 한 마리씩 한 마리씩이다. 처음부터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진실한 글을 쓰는 일, 혹은 작가가 되는 일에 이르게 된다는 뜻이다. (p.355, 옮긴이 후기)

많은 이들이 글을 쓰고 싶다고 안달을 하면서도 정작 써내지 못하는 상황을 저자는 정확히 알아차렸다. 그 해결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나가는 거다. 지금 당장 엄청난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진 책을 써내겠어! 나를 백만장자로 만들어 줄 책을 쓰겠어!는 사실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일단 이 책은 문학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저자가 전하는 초고 쓰기, 폴라로이드, 등장인물, 무대 디자인 등등의 조언들은 소설을 쓰는 이들에게 획기적인 방법이다. 실질적이 조언들이 가득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 책은 저자의 많은 경험담에서 나왔다. 저자는 작가였던 아버지를 보며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글을 썼다. 하지만 자연스럽다고 해서 편하고,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녀가 책의 큰 장의 제목만으로도 실제 그녀가 글을 쓰며 느꼈을 어려움을 알 수 있다.

그녀는 확신한다. 그녀가 느꼈던 그 고통과 어려움을 책을 읽고 있는 우리 독자들도 똑같이 느낄 것이라고.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가 가득한 글을 쓰는 것과 관련된 이 책을 쓴 것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게 될, 누구나 알게 될 그 글쓰기 혹은 책 출판의 쓴맛을 철저히 먼저 경험하고 어떤 느낌인지를 설명해준다. 그렇다. 이 책은 가끔 글쓰기 책인지 저자의 자서전인지 헷갈릴 정도다. 물론 글쓰기 관련 팁에 관해서도 무엇 하나 손색 없는 멋진 책이긴 하다. 하지만 그 조언들이 모두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에 그녀의 인생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것을 꽤나 유쾌하게 풀어낸다.

 

글이 전체적으로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쓰여있다. 소제목을 주고 번호를 달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글을 쓰는 과정을 설명하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문체가 조금 특이하다는 느낌이다. 저자의 문체인지, 번역가의 문체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독특한 문체인 느낌이다. 미국식 유머와 미국 문화를 잘 알면 더 재미있을 책이다. 분명 이게 유머코드인 듯한데, 전혀 웃기지 않고, 옮긴이의 역주를 보며 그렇구나 해야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종종 살짝 거슬리는 비하 아닌 비하 같은 것도 느껴지긴 했다.

 

작가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       작가가 되어서 얻는 이점 중 한 가지는 어떤 행동을 하거나 어떤 장소에 가거나 탐험을 할 거리가 많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글쓰기 자체가 인생을 더 가까운 거리에서 구체적으로 관찰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p.11)

-       작가가 되는 일은 늘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사는 것이다. 당신이 깨어 있고, 통찰과 단순성과 진실에 대한 진정한 배려를 갖추고 글을 쓸 때, 당신은 독자의 인생을 밝혀 줄 빛을 만들어 낼 수 있다. (p.335)

작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할 지 생각해봤다. 정원을 가꾸는 등장인물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정원에 대해 연구하고 관찰했다.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한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라고 해서 넘기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원하는 만큼 공부하고 습득하여 등장인물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게 깨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에 깨어있어야 독자가 놓칠 지도 모를 세상을 쓸 수 있게 된다.

-       작가라면 진정 어떤 식으로 진실을 말해야 옳은가?’ – 작가는 궁극적인 진실을 찾아가는 사람이지만 그 길의 모든 단계에서 거짓말을 한다. (p.108)

-       사람들이 이러한 경외의 감각을 되찾아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새로움에 허를 찔리고, 종내는 자신을 가두던 좁고 제한된 세계를 부수고 나올 수 있게 돕는 역할 말이다. (p.171)

-       작가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고, 인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느낀 바를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p.180)

어쩌면 해결책까지 이야기 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책에 정답이 없다는 걸 독자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라는 격려를 받을지도 모르고, 적어도 문제점은 인지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리라. 작가와 독자는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건진 부분. ! 했다.

-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것들은 인생이 그만큼 활발히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p.75)

-       자각이란 당신 자신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나아가 보다 다정한 동반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당신이 좋아하고 기꺼이 응원하고 싶은 어떤 사람이 마치 당신 자신인 것처럼 말이다. (p.79)

난 요즘 엉망진창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게다가 뜻대로 글이 안 써질 때마다 솔직히 미쳐버릴 것같다. 글을 쓰는데 시간이 점점 더 오래 걸린다. 답답해서 죽을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다행이다. 저자가, 글쟁이 선배가, 인생 선배가, 다 그런 거라고 이야기 해줬다. 게다가 뭐든 하고 있다고 내 인생이 엉망이 아니라 활발한 거라고 격려해주었다. 그렇게 나의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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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이쁜처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것들은 인생이 그만큼 활발히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는 문장에 마음이 놓이는 걸 느꼈어요. 위안이 됩니다. ^^ 책 제목이 눈길이 갔었는데 휘연 님 덕분에 위안도 받고 어떤 책인지도 알았어요. 글쓰기 관련 책은 당분간 관심을 끄려고 했는데 읽고 싶어지네요. ^^

    2018.09.29 23:3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흐흐 이쁜처키님도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 군요. 괜히 누군가가 저리 이야기 해주면 더 뿌듯하기도 하지요. 처키님도 책도 많이 읽고 하시니 마냥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것들은 아닐게 분명합니다^^
      책에 저자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수월하게 읽히면서 정보도 많아서 괜찮았어요^^

      2018.10.02 13:38
  • 파워블로그 카르페디엠

    휘연님이 쿵하고 인상깊게 본 구절이 저에게도 와닿네요~우리는 지금 아주 열심히 활발히 살고있다는 증거인가봐요^^저도 글쓰기를 잘하고싶은데 막막하더라구요~내가할수있는것부터 하기!사실 간단한거였는데 왜그리 어렵게 생각했는지모르겠네요^^

    2018.10.02 15: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그런데 요즘에 글쓰기가 너무 어려워져서 멘붕이랍니다 ㅠㅠ 탈탈 털리고 있어요 ㅠㅠ 글이 어찌나 이리 안 써지는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ㅠㅠ 흐규흐규
      카르페디엠님도 화이팅 하셔요!!

      2018.10.02 15:13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읽으면서 초반에는 글쓰기에 대한 기술적인 방법을 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저자의 쓰기와 관련된 삶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 기존의 글쓰기 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

    2018.10.02 15:2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그래서 좀 독특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대부분의 글쓰기 책들이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 내기는 하지만, 이 책은 뭔가 이 책만의 특징이 있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글쓰는 분위기가 미국인들의 특유의 문체일까 싶기도 하고요 ㅋㅋㅋㅋ 흐흐

      2018.10.03 22:30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