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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log.yes24.com/document/10756895

재미있는 과학> 이그노벨상

 

괴짜 연구에 시상... 엉뚱하지만 엄연한 과학이에요

 

 

해마다 10월 초가 되면 전 세계가 스웨덴 한림원을 주목해요. 그해 노벨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에요. 첫 주에는 과학 분야에 해당하는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를, 둘째 주에는 평화상과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지요.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을 바탕으로 만든 상이에요. 그 분야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은 수상자들은 막대한 상금을 받고 평생 갈 명예를 얻지요. 그런데 세상엔 재미있고 웃긴 또 다른 노벨상이 있답니다. 바로 매년 9월 발표하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이에요.

 

황당하지만 진지한 연구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가 펴내는 유머 과학 잡지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연감에서 1991년 만들었어요. 상의 이름인 이그노벨불명예스러운이라는 형용사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상(Nobel Prize)을 합쳐 만든 말장난이죠. 이그노벨상은 마음껏 웃어라, 하지만 곧 곰곰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는 문구처럼 기발하고 엉뚱한 연구 결과에 상을 줘요. 지금까지 상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학회에서 정식 연구 결과를 발표한 어엿한 과학자들이에요. 심사위원도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진짜 과학자들이고요. 다만 결과가 너무 웃기거나 왜 이런 것까지 연구를 하나싶어지는 연구라는 게 노벨상과 다르지요. 그래서 괴짜들의 노벨상이라 불린답니다.

 

올해는 의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등 11개 분야 수상자가 선정됐어요. 의학상 수상자는 롤러코스터를 타면 신장 결석이 배출되기 쉽다는 사실을 밝혀낸 미국 미시간주립대 데이비드 바팅거 교수팀이에요. 바팅거 교수는 직접 만든 신장 모형을 끌어안고 롤러코스터 종류를 바꿔가며 20번이나 탄 끝에 롤러코스터의 흔들림이 결석을 쏙 빼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앞자리보다 뒷자리가 더 효과가 좋다는 사실도요.

 

화학상은 포르투갈 문화재보존복원센터의 파울라 우마오 연구원이 받았어요. 우마오 연구원은 18세기 조각품을 여러 종류의 세제와 침으로 닦아 비교해 봤더니 사람의 침이 미술품 세척에 매우 도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지요. 침 속에 들어있는 탄수화물 소화효소 아밀레이스가 미술품 겉면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역할을 한 거예요.

 

이밖에도 경제학상은 저주 인형을 찌르면 스트레스가 풀려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는 연구에, 인류학상은 사람과 침팬지가 서로를 따라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연구에, 생물학상은 와인 전문가는 초파리가 앉았던 와인을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에 돌아갔어요.

 

발상의 전환을 칭찬하는 상

노벨상은 시상 분야가 정해져 있지만, 이그노벨상은 원칙적으로 7개 분야에 상을 주되, 매년 수상 분야를 조금씩 바꿔요. 어떤 연구에 어떤 상이 돌아갈지 지켜보는 것도 이그노벨상의 재미 중 하나지요.

 

우리나라 노벨상 수상자는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대통령이 유일하지만, 이그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네 명이나 있어요. 그중 미국 버지니아대 한지원 연구원은 커피를 손에 들고 걸으면 쏟아지는 이유를 찾아내 2017년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한 연구원은 고등학교 때 학교 실험실에서 1년간 이를 직접 실험했어요. 그는 커피를 머그잔과 와인잔에 각각 담아 여러 가지 빠르기로 흔들었어요. 그 결과 사람이 걸을 때 몸이 진동하는 정도(진동수 4헤르츠)로 흔들었을 때 커피가 가장 많이 넘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답니다.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을 함께 받은 과학자도 있답니다. 2000년 이그노벨 물리학상과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연달아 수상한 러시아 출신 물리학자 안드레 가임(Geim)교수이지요.

 

가임 교수는 얇은 탄소막인 그래핀을 쉽게 만들어낸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그래핀은 지금껏 인류가 찾은 어떤 소재보다 열과 전류를 잘 전달해 ‘21세기 꿈의 소재라고 불린답니다.

 

가임 교수가 그래핀을 만든 방법은 황당하도록 쉬워요. 그는 연필심으로 종이를 문질러 연필심의 주요 성분인 흑연 입자를 얇게 뿌린 다음, 그 위에 셀로판테이프를 꾹 눌렀다 떼어냈어요. 탄소 분자는 벌집 같은 육각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요. 흑연은 탄소 덩어리라, 육각이 연결된 막이 층층이 쌓여있는 구조이고요. 가임 교수가 떼어낸 테이프에는 이 막이 딱 한 층만 얇게 붙어 나왔는데. 그게 바로 그래핀이었어요. 그동안 다른 학자들은 흑연에서 쉽게 그래핀을 추출해낼 방법을 몰라 애먹었는데, 가임 교수가 간단히 해결한 거죠.

 

가임 교수는 그보다 10년 전에 개구리 자기 부상 실험으로 이그노벨 물리학상도 받았어요. 그는 자석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자기장에 아무 장치도 붙이지 않은 개구리를 넣었을 때 개구리가 둥실 떠오른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 밀어내듯이, 개구리와 자기장도 서로 밀어낸 거예요. 개구리에게 자기력에 반발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죠. 이런 엉뚱한 발상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연필 한 자루로 그래핀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 웃긴 이야기 하나 더. 원래 이그노벨상은 상금이 없었지만, 2013년부터 분야별로 상금 ‘10조 달러를 줘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지요. 하지만 이그노벨상을 받아 부자가 된 연구자는 한 명도 없어요. 10조 달러는 엄청난 물가 상승 때문에 사용이 금지된 짐바브웨 달러거든요. 우리 돈으로 따지면 500~1000 정도랍니다.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기획, 구성=유소연 기자(why@chosun.com)

 

- 조선일보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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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을 칭찬하는 상이 있다는 것만으로 과학자들은 신이 날 듯 합니다. 이제는 노벨상 뿐만 아니라 이그노벨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7년 물리학상을 받은 한 연구원의 소식은 작년에 신문으로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창의적인 상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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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이루

    휘연님 블로그에서 만나니 더 반가워요~^^
    이그노벨상 같이 기발한 상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2018.10.15 08:2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으흐흐흐 이루님 덕분에 재미난 글을 퍼왔어요.
      참신함과 기발함이 주를 이루는 시대가 올테니 기대해야겠어요 ㅎㅎ

      2018.10.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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