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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 하이쿠 선집

[도서] 바쇼 하이쿠 선집

마쓰오 바쇼 저/류시화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하이쿠라니.. 이름만 들어본 그 하이쿠를 처음으로 제대로 접해본 것 같다. 제대로라고 말하기도 조금 민망하지만. 어렵다.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든 문학은 역시 어렵다. 우리 나라 시에도 아직 제대로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 일본의 고전 시라니. 두꺼운 책이지만 한 페이지에 글자가 많지 않아서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으면서 곱씹고 다시 생각하느라 그런 듯 하다. 그리고 대단한 하이쿠라는데, 어디서 그 대단함을 느껴야 하는지를 가장 고민한 것 같다 -_-

 


  (저처럼 아예 처음 읽으시는, 하이쿠에 전혀 아는 바가 없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 뒷 부분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쇼’에 대해 먼저 읽으시길 추천한다. 바쇼에 대해 먼저 알고, 하이쿠에 대해 간략하게 나마 먼저 알아야 하이쿠를 읽을 때 그나마 덜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각 페이지의 레이아웃이 깔끔하다. 5-7-5의 하이쿠를 그대로 해석하여 옮겨놓았다. 그리고 아래쪽에 안정감 있게 글 박스를 전체를 붙여두었다. 안정감 있는 틀이다. 하지만 운율을 살려서 읽어야 하는 하이쿠라 한국말로 쓰여져 있는 해석본은 맛을 살리지 못하다. 밑에 히라가나를 포함하여 하이쿠 원문을 배치해 두긴 했지만, 히라가나를 읽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해서 독음까지 써주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물론 나의 경우 히라가나는 알고 있어서 읽어 보긴 했지만 운율을.. 느낄 수는…… 바쇼가 인정 받는 것 중 하나는 운율을 살리는 능력이라고 한다. 옮긴이도 그 운율에 감탄하는데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_- 어렵다.

 

 

 

- 홋쿠에서 지켜야 할 세가지 규칙 1. 5-7-5 음수율 2. 계절을 의미하는 단어인 계어(기고) 포함 3. 시의 운율을 위해 조사나 조동사에 해당하는 ‘끊는 말(기레지)’ 넣기 (p.344)

 

  세 가지 다 설명이 없으면 제대로 알 수 없다. 심지어 3번은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전혀 알 수 없으니 하이쿠의 위대함을 깨닫기가 어려울 수 밖에. 전체적으로 마음에 쏙 드는, 아, 이런 맛이구나! 하는 하이쿠가 몇 편 있기는 했다. 하지만 대작이라고 손꼽히는 것들 중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고, 대부분의 작품들도 어디서 감탄해야 할지 그 맥락을 파악하는데 실패했다. 아무래도 낯선 작품에 대한 무지와 일본 문화의 낯섦 때문이 아닐까 한다.

 


- 하이쿠는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사이를 가르며 지나가는 무언의 메시지다. 그러나 하이쿠는 독자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라고 하지 않는다. 사용된 단어들은 어떤 장소나 풍경을 가리키는 이정표 같은 것이다. 기억을 더듬듯이 그 장소와 풍경을 찾아가는 것은 독자의 일이다. 어쩌면 이것이 독자들에게 하이쿠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일 수도 있고, 하이쿠가 지닌 최대의 매력일 수도 있다. 하이쿠를 완성하는 것은 독자이며, 그 과정에의 참여가 독자의 내면에 있는 시인을 일깨우는 것이다. (p.404)

 


내가 완성해야 하는데, 어떻게 완성해야 하는지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다. ㅋㅋㅋ

 

 

 

  그럼에도 바쇼라는 시인이 마음에 드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 생애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추구와 새로운 모색을 통해 시성의 자리에 오른 노력파였다. (p.17)
- 달과 꽃을 / 아는 이들이야말로 / 진정한 주인들 : 바쇼 - “(하이쿠라고 하는 이 길은 자연에 따라 사계절의 변화를 벗으로 삼는 일이다.) 보이는 것 모두 꽃 아닌 것 없으며, 생각하는 것 모두 달 아닌 것이 없다. 보는 것에서 꽃을 느끼지 않으면 야만인과 다를 바 없고, 마음에 꽃을 생각하지 않으면 새나 짐승과 마찬가지이다. (야만인과 새, 짐승의 상태를 벗어나 자연을 따르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p.73, 391)

 

  방랑시인 바쇼.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에 홀연히 모든 것을 버리고 파초암으로 들어간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여 간소한 짐만 가지고 여행을 수 차례 한다. 그 동안 선대 시인들이 다녔던 곳이나, 가사로 활용되는 것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자 이동하며 다닌다. 그 모습에서 정말 진정성이 드러나는 시를 쓰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는 걸 누가 알지 못할까?

 


- 바쇼가 목표로 한 것은 정적 속에서 느껴지는 감성, 인생의 고독과 허무, 그리고 이백과 두보 같은 중국 시인들의 고고함, 영혼의 구원 등을 시 속에 담는 일이었다. – 인생을 탐구하는 시 (p.359)

 

  자신의 시 안에서 진정성, 깨달음 그리고 삶을 그대로 녹여내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 또 고르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시인이다.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되는 인생을 산다.

 

 

 

  한편으로는 현대의 우리는 제대로 된 노래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린 시절만해도 자연을 노래하고, 삶을 노래하는 가수들이 많았다. 그 시절의 노래는 아직도 들으면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는 듯 하다. 지금은 그저 사랑타령인 듯 하다. 혹은 개인과 관련된 글만 가득하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상황이 정말 괜찮을까? 우리가 자연을 잃어가고 있다는 건, 삶을 잃어 간다는 것과 동일해 보인다. 감상하고 감탄할 것들이 줄어들고 노래할 거리가 줄어든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바쇼는 굳이 자신의 집을 떠나 떠돌고 떠돌면서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 그 시절에는 그나마 움직이면 노래할 거리가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른 이유는 그가 시로 보여주고자 하는 삶의 근접성이다.

 

- 가루미(‘가벼움’의 의미로,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 시를 쓰는 것). 시의 소재와는 거리가 멀게 취급되던 일상의 것에서 시를 발견한 것이다. (p.209)
- 시인의 사명 중 하나는 사물을 재발견하는 일이다. 일상과 관념에 묻혀 버린 사물들을 꺼내 언어의 빛으로 재조명하고, 평범함의 가면에 가려진 특별한 얼굴을 되찾아 주는 일이다. 그래서 그 사물이 지닌 신성한 모습, 나아가 모든 사물이 공통되게 지닌 무상하면서도 영원한 속성을 꺼내 보이는 일이다. 그것이 곧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세상 모든 존재의 본질이 시적이라는 사실을 안다. (p.401)

 

  귀족과 부유층이 아니라 모르겠지만, 서정적이고 내 일상과 관련된 시가 더 좋다. 노래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기준에 왜 일상이 속할 수 없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바쇼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신만의 시의 방향을 정하게 된다.

 

- 전통시에서 대접받지 못하던 이런 일상의 사물들로 시를 쓰는 만년의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많은 문하생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들은 이것을 ‘가벼운 시’라고 여겼다. (p.321)

 

  물론 이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한낱 일상을 이야기 하는 단순한 글이라고 할지 몰라도, 결국 우리가 살아 있음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노래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 주변의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내 주변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쇼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크으~ 감탄 밖에 안 나온다.) 


  일본 문학을 전공한 친구에게 바쇼에 대해 이야기 해달랬더니 그는 분명히 ‘닌자’였을 거라고 말했다. 닌자?; 중간 중간 거취가 분명하지 않은 시절이 많고, 활동들을 보면 많은 이들이 닌자였을 거라고 추측한다고 한다. 이 또한 외국인으로서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하이쿠든, 닌자든, 일본만의 문화이다. 그 안에 바쇼라는 인물은 한 나라를 알아 보는 데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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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이루

    <먼북으로 가는 좁은 길>에서 몇 편을 접했는데 짧은 글 속에 담긴 깊은 뜻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책의 뒷부분에 저자가 '바쇼'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을 읽어보면 조금 나을까요? ^^;;

    2018.10.23 15:5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네네! 그 부분만 읽어도 하이쿠와 바쇼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으니 훨씬 더 나을 것 같더라고요. 저도 처음부터 읽는 버릇이 있어서 그냥 그렇게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저처럼 아예 낯선 이들에게는 일단 배경 지식 깔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그 책은 한동안 이벤트로 떠들썩 했던 책이네요^^ 거기도 하이쿠가 나왔었나 봅니다. ㅎㅎ

      2018.10.23 15:59
  • 파워블로그 고독한선택

    류시화가 발이 넓군요. 하이쿠 번역까지 하는 걸 보니 말입니다.

    2018.10.23 16:2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그죠?! 류시화 시인은... 도대체 저걸 다 번역하는 걸까요?!

      2018.10.23 16:34
  • 파워블로그 산바람

    이 리뷰를 통해 하이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2018.10.23 20:4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10.23 23:01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