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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유성룡 저/김기택 역/임홍빈 해설/이부록 그림
알마 | 2015년 02월

 

 

1.     선조는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일본군의 소식을 듣자마자 피란을 고민한다. 한양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으니, 그 중요하다는 종묘사직을 다 두고 떠났다. 그러면서 나라를 지키고, 그 성을 지킬 책임을 다른 장수들에게 떠맡긴다. 왕이 짊어져야 할 책임감을 뜻하지 않게 짊어지게 된 이들은 그렇게도 쉽게 내팽겨치고, 도망가고 말았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피란을 떠난 선조에게 있는가, 아니면 어쨌든 왕의 명령을 받은 장수들에게 있는가?

일본은 왕게임이라도 하듯 왕만 잡으면 조선 전체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대로 된 전쟁을 하기보다 일단 서울로 향했다. 왕을 잡으면 신하나 백성들은 알아서 숙일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 선조도 같은 생각을 한 게 아닐까? 일단은 왕인 자신이 일본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조선의 미래가 어두워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떠났다. 서울을 떠나고 개성을 떠나고 평양을 떠나고 저기 먼 의주까지.

일본은 보란듯이 돌격해왔다. 파죽지세로 평양성까지 따라온 일본을 보며 선조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런 그의 피란은 정말 계획적이었던걸까? 정치적, 군사적 입장에서 그의 피란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많은 이들이 선조가 피란을 간 것은 어쩔 수 없었으며, 그래야만 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군사적 전략으로 옳았던 행동이었다. 왜군은 정말 선조만 잡으면 된다고 했기에 달려왔고, 그 상황에서 선조가 잡혔다면 백성들도 전쟁을 불사하긴커녕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진정으로 조선이라는 국가의 안위를 위해 피란을 갔는지는 의문이다. 자신이 살아야했기에, 목숨을 부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도망간 것이 아닐까? 그가 진심으로 왜군을 물리치고, 조선을 지킬 생각이었다면 피란을 가더라도 그런 방식으로 가진 않았을 것이다. 야반도주라는 표현이 딱 맞는 그의 피란은 결국에는 이로운 것이었으나, 궁색하기 그지 없다.

그 와중에 버텨낸 조선 백성들과 광해군이 더 대단하다는 느낌이다. 나라를 지켜야 하는 권력자들은 결국 모두 도망갔다. 물론 개중에는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이들도 있었겠지만 책임을 자기네들끼리 미루면서 책임이라는 폭탄을 그 누구도 제대로 지지 않았다. 왕도 져버린 그 책임은 길가의 왜군들에게 체여 백성들의 손에 들어갔고, 결국 그들의 손에서 불타올라 조선을 지킬 의지를 밝혔다. 처음부터 끝까지 씁쓸한 이야기다

2.     명의 속국이었던 조선. 그리고 왜가 쳐들어오자마자 명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명이 하는 대로 해야 했다. 그리고 어떠한 지휘권도 통치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명이 하자는 대로 따라야 했으며, 심지어 왜와 협상을 할 때도 조선은 배제시킨다. 크게 유린당한 왜에게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게 주체성, 주도권은 타국에게 넘겨졌다. 그 나라에는 주체성이나 자주권이 있는가? 더 중요하게, 현재의 우리들은 자신의 주도권을 잘 지니고 있는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사라지지 않았는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중국에게 의지했던 한국. 조선 왕조는 끊임없이 명이나 청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 대가는 지금 우리도 알다시피 몹시도 혹독하다. 주도권이 넘어간 우리는 도망가는 왜군을 뒤를 쫓지 못했고, 그 결과는 정유재란이었다. 명이 몸을 사린다고 대충 왜를 설득해 돌려보내는 바람에 우리는 또다시 전쟁을 시작했다. 물론 명 또한 그 영향을 무시할 순 없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여긴 왜는 임진왜란 때와는 다르게 몹시도 잔인하고 무섭게 학살하고 약탈하며 조선을 유린했다. 우리 땅이 침략당해 고통 받는 건 우리인데, 우리가 완전히 왜를 몰아낼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안타깝다.

개인인 나는 어떠한가? 나는 조선이 명에게 힘을 요청한 상황을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가? 그들이 못났다, 그들의 잘못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정말 그렇게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항일까? 동의할 수 없다. 그 당시 우리 군이 잘 싸우긴 했으나 명이 없었다면 분명 어려웠을 싸움이다. 그나마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나 개인은 어쩔 수 없이 내 자주성을 넘겨 주었던가? 내 인생의 주도권은 누가 가지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자신의 선택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그런 삶을 사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학교 제도에 갇혀서 사회 제도에 갇혀서 자신의 머리로 직접 생각하고, 자신의 선택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이가 되면 학교에 들어가야 하고, 적당히 공부도 잘 해야 하고, 그에 맞춰 대학에 취직에 결혼에. 내가 선택해서 움직이고 있는 듯 하지만, 결국 그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광고를 통해 물건을 사고 싶어 지게 만들어 지거나, 치킨에 목 메는 것도 같은 상황일지도 모른다.

나의 주도권과 주체성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조선은 그 뒤로도 명과 청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형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과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고 하였고, 일본이나 여진을 몰아내기 위해 청과 지내기도 한다. 심지어 일본을 몰아내겠다고 소련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어느 상황에도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정부는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 삶을 나 스스로 결정해 나만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주도성이라면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책을 들어본다. 정답은 없겠지만, 그들이 했던 나쁜 행동들을 미루어 반성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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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khori

    1. 한명기의 광해군을 보면 선조가 튀던날 백성이 나와서 돌을 던지고, 궁에 불을 지르고 많은 노비문서를 태웠다고 합니다. 리더는 자리에 있다는 것은 권한이 아니라 그 의무에서 먼저 찾아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왕이란 대우는 왕의 역할 때문에 종속적으로 나온다고 보면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계층과 신분제의 유지도 신뢰라고 생각하면 왕의 신뢰가 떨어져 따르는 자들이 자기 생존을 따르는 것을 탓하기는 어렵지 않나합니다.
    2. 나라는 영토의 실효적 지배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총체적인 문화, 정치, 사회운영과 이웃나라의 외교 활동을 통해서 국가의 존재, 상대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에서 통치철학의 계승이 실질적인 운영철학과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조정과 대책수립의 역량이 대단히 나이브했다고 봅니다. 국제사회에서 한만큼 권리와 이익을 얻는 것기 기본원칙이며 외교적으로 덤을 얻는 수준이니 자업자득이기도 합니다.

    2019.08.15 16:42 댓글쓰기
  • 호요

    지금도 우린 홀로서기를 못한 느낌~ 더욱더 쓸쓸해지는 결말입니다.

    2019.08.16 14:2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맞아요 ㅠㅠ 요즘 더 난리니 씁쓸합니다. ㅠ

      2019.09.25 14:02
  • 05

    덕실님이 설명해 준 임진왜란이 자꾸 생각났어요ㅋㅋ

    2019.09.19 14:4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헐..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케 알았지. 영향을 겁나 많이 받았어요 ㅋㅋㅋ

      2019.09.25 14:0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