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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도서] 쾌락독서

문유석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아무 생각 없이 샀던 두 권의 책. 내가 책을 사는 기준은 없다. 그냥 내가 그 순간 사고 싶으니까! (그래서 광고의 손에 놀아나고 있을지도…) <개인주의자 선언>을 아무 생각 없이 사고, 아무 생각 없이 같은 작가니까! 하며 샀던 <쾌락독서>. 아주 칭찬해. 책을 쟁여두는 기쁨이 이럴 때 빛을 발한다. 당장 읽고 싶을 때 책장에서 꺼낼 수 있는 짜릿함. 최고야. <개인주의자 선언>을 너무 기쁘고 행복하고, 즐겁고, 무겁게 봐서 당장 쾌락독서도 읽어야겠다 싶어서 연달아 읽었다. 이번 추석연휴는 문유석 판사님과 함께 보낸 기분이다.

와장창!! 이말년 웹툰 작가가 주로 그렸던 와장창!!! 다 뒤집어 엎는 소리가 들렸다.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으며, ‘, 작가님 너무 멋있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지하며 잡아놓은 이미지들을 와장창!! 깨주셨다. 1, 2장을 읽는 동안 너무 재밌어서 혼자 킥킥대면서 웃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그 책이 그렇게 재미있는 게 무엇이 있느냐고 물어 볼 정도. 정신 나간 사람처럼 피식거리다가, 빵터지다가, 킥킥거렸다. 개인주의자고 뭐고, 공동체고 뭐고, 일단 나 즐겁자고 책 읽을래!! 하시며, 나를 빵빵 터지게 했다. 그런데 3장에서 급 진지.. 너무 재밌어서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잠시 카페에 들러 3장만 마저 읽는데, 깜짝 놀랐다. 중간에 다른 작가님으로 바뀌셨나 했을 정도였는데, 아 그 작가님 맞구나 했다. 이렇게 다채로운 글을 쓰시다니!! 감사합니다.

책에서 언급된 책 중에 내가 아는 책이 정말 드물었다. 아직 독서력이 얕아서 그렇겠지만, 어릴 적부터 활자 중독미를 뿜뿜하시는 저자를 따라잡을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이 엄청난 차이에 감탄을 연발한다. 게다가 서울대 법대 갈 수 있는 능력자는 애초에 나와 다른 레베리라는 걸 절감하면서, 같은 책을 읽고도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에 (내가 보기에 한참 높은 수준(?)) 감탄했다. 그런데 저자 또한 자신과 다르게 어떤 책을 읽고 감성 뚝뚝 떨어지는 글을 쓰는 사람들을 신기해하니, 왠지 동질감도 느껴진다. 이 책은 정말 인간적인, 저자가 몹시도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책이다.

중간에 동질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고, 웃긴 부분도 몹시 많았다. 제목 쾌락독서에 걸맞게 이런 기쁨을 주시다니. 저자의 책이 딱 내 스타일인듯. (사실 이런(?) 그저 산문집과 같은 책은 거의 안 읽는데, 이렇게 읽게 된 것도 인연인가 보다 하며 의미 부여하는 중)

저자는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다. 잘 읽히고 좋은 생각을 많이 갖게 해주니까 잘 쓰는 건가? 그 잘 쓴다의 기준이 애매하긴 하지만,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지!! 하는 것과 같은 문학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줄을 치면 문장 단위가 아니라 문단 단위로 표시하게 된다.

-       책을 읽다 보면 구차한 자기 포장들도 있지만 아, 이건 진짜구나, 싶은 이야기들도 있다. 신기하게도 어떤 거창하고 화려한 이야기보다 그런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시시하고 소박한 이야기더라도 말이다. 글이란 뛰어난 문장만으로 얼마든지 써낼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좋은 글은 결국 삶 속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문장 하나하나가 비슷하게 뛰어나더라도 어떤 글은 공허하고, 어떤 글은 마음을 움직인다. (중략) 삶은 글보다 훨씬 크다. 열심히 살든 되는대로 살든 인간은 어떻게든 각자 살아야 한다. 되는대로 살 때 더 좋은 글이 나오기도 한다. (184)

그 이유를 저자의 책에서 찾았다. 저자는 달필은 아니지만, 자신의 진짜 삶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이 온전히 드러나 있는 문단 자체가 몹시 마음에 들어 줄을 치게 된다. 저자의 시시하고 소박한, 오히려 내 이야기 같은 어린 시절의 책 읽기가 이건 진짜다!’ 싶어서 줄을 치게 된다. 저자가 갖고 있는 생각이 몹시도 마음에 들어 그 생각을 담고 싶어 한 페이지 전부를 줄 치게 된다. 저자의 삶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저자가 삶에서 겪은 일들을 조금이나마 좋은 의도로 글에 담아내고자 하는 게 좋았던 것 같다. 저자가 원하는 만큼의 거리를 두고 호감을 표한다.

3장에서 급 무거워져서 놀랐다. 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내용 차이를 어떻게 하랴. 막연히 즐겁게 읽어야지 했다가, 생각이 많아져 무거운 머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       간접경험은 당연히 직접 경험만큼의 깊이는 없다.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진심으로 깊이 이해해본 적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은 남들의 삶을 읽기라도 함으로써 조금씩 조금씩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며 살아올 수 있었다는 점이다. (190)

-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눈을 감고 걷고 싶지는 않다는 생존 본능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몰라서 남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만은 하고 싶지 않다는 최소한의 윤리의식이기도 하다. (192)

-       타인의 입장에 대한 무지가 곧 악인 것이다. (193)

저자의 합리적 개인주의자 개념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저자의 인생관이 분명하다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리고 그게 싫지 않다. 자신의 기준을 놓치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도도 명확히 한다. 그런 점이 좋다. 옳은 것을 옳다고 여기고 굳건히 지키는 모습. 심지어 나를 반성하게 하는 그런 생각이라면 더더욱. 나는 간접경험조차 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테스><여자의 일생>을 읽으며 왜 이 여자들은 이러고 사는거냐며 아무런 감흥도 없이 던져버렸고, 타인을 이해하기는커녕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아 타인에게 피해를 줬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타인의 입장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는 악을 지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쾌락독서가 의미 있는 독서가 되는 순간들이다. 나와 같은 무지함에 대한 무지 정도는 깨워주니까. 그저 즐겁고 재밌어서 읽고자 했던 저자의 책에서 다시 한 번 나의 공감 능력을 좀 더 쌓아보고, 윤리의식을 키워보고, 타인의 입장을 고려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역시, 저자의 책은 내 취향이다.

저자의 책 두 권도 너무 너무 좋아서, 읽는 동안 즐거워서, 생각이 많아져서 놓고 싶지 않았다. 그런 기분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서 조금 두서 없지만, 글도 바로 쓴다. 책을 읽은 후 부유하는 나의 생각과 기분이 온전히 글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독후감이 된 것 같아 그건 그거대로 마음에 든다. 저자의 책도 그런 느낌이니까.

-       최소한 그 일을 하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면, 이 불확실한 삶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쓸모 있는 일을 이미 한 것 아닌가. (260)

그렇다. 나 또한 저자의 책들을 읽으며 즐겁고 행복했고, 글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그 느낌 그대로 남겨두고자 하는 쓸모 있는 일을 해낸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잘 보내고 있는 과정이다.

저자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걸그룹 책이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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