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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산다는 것

[도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

다산 정약용 저/오세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흠흠신서>라는 책을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제목이라도 들어봤을테지. 그 뒤로도 여러 번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낯설어서 응? 했던 책이다. 다산이 많은 집필을 하셨으니 그저 그 중에 하나겠거니 하고 말았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흠흠신서>의 주제와 내용 그리고 그 저의를 알 수 있었다.

편역자는 <흠흠신서> 중에서 조선의 사례를 담고 있는 상형추의, 전발무사의 사례를 선별하여 편역하였다. 다산이 여러 사건을 실었지만, 같은 형식의 글이 아니라서 최대한 관련 정보를 구해 이해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정조 때의 형법 판례집인 <심리록>을 많이 참조해서 책을 엮었다고 한다. <흠흠신서>를 읽기 전에 간략하게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그리고 그들의 진정성과 의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되어 줄 책이다.

일단 거의 다 살인사건을 가지고 왔다. 조선 시대에도 부검도 하고, 재검도 하고, 재심도 하는 등 오늘날의 법정 과정과 비슷한 것 같아서 신기했다. 편역자는 가장 먼저 사건을 서술한다. 그리고 정조의 판결이 있으면 그 다음에 싣고, 그 뒤에 다산의 비평, 마지막에 편역자가 들려주는 해설이 있다. 솔직히 현대에 살고 있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기준들도 많았기에 마지막 부분의 해석이 흥미로웠다. 왜 그래야만 했는지 알 수 있어서, 당사자들도 다산도 정조도 모두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먼저 살펴야 할 사항은 정조와 다산의 애민정신이다. 편역자는 지속적으로 정조가 최대한 공정하되 덕스러운 판결을 내리려고 노력하였다고 한다. 최대한 가벼운 형을 내리려고 했고, 실제로 정조가 직접 판결을 내린 1112건의 사건 중에서 사형 판결이 단 36(3.2%)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관용주의를 표방하여, 백성들에게 최대한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였다.

-       관용을 베풀어서 국왕에 대한 경외심과 복종을 끌어내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범죄인들을 사회 내로 포용하려고 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64)

큰 마음으로 포용하려고 했던 정조의 마음이 느껴졌다. 스스로 판결도 그렇지만, 석연찮은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해결하기 위해, 다시 점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다분히 드러났다. 소소한 일이라 치부하고 넘기는 법 없이, 최대한 많은 이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고통과 아픔을 알아주려고 노력한 임금인 게 느껴졌다. 솔직히 무적핑크(웹툰 작가)님이 왜 정조 팬클럽을 만들었는지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이해했다.

-       정조와 다산은 모두 법과 인정을 함께 고려하여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인정은 어떤 상황 속에서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지는 마음 상태와 감정을 말한다. (13)

이 둘의 조합 적극 찬성일세. 정조가 갑자기 죽지만 않았다면 둘의 케미를 더 볼 수 있었을 텐데.. 이 책을 보니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둘 다 법의 공정성을 최대한 지키면서 많은 백성들을 지키려고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둘의 판결이 다른 사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같은 마음인 듯 하지만, 조금의 기준이 다르다 보니 그들이 한 사건에 다른 판결을 내리는 경우도 많았다.

-       국왕은 사법 조직의 정수였지만 반드시 백성들을 납득시킬만한 판결을 내야 했다. 모든 판결에는 민심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했다는 얘기다. 법이 그렇기 때문에 법대로 한다기보다는 백성들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말은 정조의 판결문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13)

어쩜 이렇게 맞는 말만 하시는지놀랍게도 반박할 수 없는 이야기만 하신다. 하나 하나 조목 조목 따져가면서 밟아오는 걸음에 범인이 잡힐 수 밖에.. 꽤나 과학적(?)이고 추리력도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셜록 저리가신데..?

-       다산은 어떤 형사 사건을 처리할 때는 그것이 하나의 판례가 되어 향후에 사회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172)

-       다산은 <흠흠신서>에서 법집행은 인지상정에 맞아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인지상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통의 마음이라는 뜻으로, 법은 일반적인 사람들 사이에 널리 통용되는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173)

-       다산은 중범죄를 지은 자들에 대해서는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사회 기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권문세가의 범죄를 단죄할 때나 인간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죄를 지은 자들에게만 적용될 뿐, 죄 없는 백성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보면 어떻든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했다. (196)

하지만 그 기본 배경은 백성들을 위한 마음이었다. 백성들이 올바른 기준으로 흔들리지 않는 법 집행 하에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심지어 판례관련 이야기는 깜짝 놀랐다. 지금도 판사들이 이전 판례를 기준으로 많은 다른 사건들을 알아보는데, 다산은 이런 모습을 이미 잘 알아 그 위험성에 경고했다. 하나 하나의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강조하며, 어떻게 해야 백성들에게 더 좋은 기준점이 되어 줄 지 고민한 듯 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일반 백성이든 노예든, 그 누구든 법의 이름 하에 보호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었던 게 느껴졌다.

-       다산이 <흠흠신서>를 지은 이유는 백성들에 대한 흠휼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은 굽히고 공경하다는 뜻이고, ‘은 가엾이 여겨 돌본다는 뜻이다. 아무리 비천한 백성이라도 흠휼의 정신으로 대하는 인본주의가 <흠흠신서>를 지은 배경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보면 <흠흠신서>는 정약용이 평생을 통해 구현하려 했던 생명 존중 사상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7)

  일부러 넣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때문에 벌어진 사건들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 때문에 많은 살인사건이 일어났었다. 살인까지는 가지 않았더라도 술을 마시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사고를 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에 핑계 대는 사람들에게 고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       하지만 <주례>에는 술에 취해 벌인 난동에 대해 용서해야 할 사항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친 병은 하늘이 내린 재앙인데 반해 술에 취해 벌인 난동은 스스로 만든 재앙이기 때문에 용서해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미 술에 취한 후에는 비록 자유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자기가 원해서 술을 마신 것이므로 어찌 고의적인 범행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206)

  심지어 정조는 술을 마시고 그런 일이니, 고의성이 없다며 형량을 감해주었다. 그런 정조의 판결에 다산은 신랄하게 비평을 달아놓았다. 술에 취한 후 자유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다면 술을 마시기 시작할 때 애초에 마시지 않던지,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술 마시고 심신 미약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은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는다. 그 말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정상이란 이야기이고, 자신이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칠지 안 칠지 알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다산의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이 참 마음에 들었다. 술을 마신 시점에서부터 이미 나쁜 일을 할 지도 모른다는 고의성이 들어갔다고 한다. 술은 습관성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계속 하려고 한다 던지, 술을 마시면 시비를 건다 던지, 술을 마시면 감정을 이기지 못해 주변 사람들을 때린다 던지. 자신이 정상적인 모습에서 조금이라도 흐트러져 다른 사람에게 문제가 될 것 같다면 애초에 안 마시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사물 시리즈를 보는 것 같았다. 셜록처럼 다산과 정조가 콤비로 등장하는 시리즈물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 (어쩌면 벌써 나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사건들이 오늘날 봐도 흥미진진한 막장들도 많고,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도 많고 해서 더 재밌게 읽었다. 다산의 한결같고, 강직한 기준도 참 좋았다. 좋다 좋다 하니까 점점 더 좋아지는 분이다. 요즘 여러 한국사 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내가 이렇게나 한국사에 관심이 없었구나 싶었다. 이렇게 재밌는, 하지만 가끔 몹시 속이 쓰린 이야기에 더더욱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       그리하여 다산은 조선의 정치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안(경세유표), 지방 관리들의 폭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지침(목민심서), 그리고 형법과 법 행정, 살인 사건의 판례와 그에 대한 비평(흠흠신서)을 담은 책들을 차례로 발표함으로써 조선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12라 불리는 이들 3권의 책의 공통된 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일반 백성들에 대한 흠휼 정신, 달리 말해서 인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정신이 바로 다산 정약용을 후대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의 한 사람으로 꼽는 이유일 것이다. (198)

(각 장의 첫쪽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 ㅋㅋㅋ)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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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많이 외우던, 학창시절에 많이 외우던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가 생각이 나네요. 그만큼 다산의 대표작이란 뜻이겠지요. 우리나라의 저자 중 가장 방대한 서적을 남겼다고 알려져 있는 정약용, 아마 형법과 제도에 이야기로는 이 책이.......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던데요..

    2019.10.23 07:2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그러니까요 ㅠ 그냥 그렇게 외우기만 했지, 뭐라고는 생각을 크게 안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정말 저런 깊은 생각을 하고 다양한 책을 낼 수 있었던 능력에 감탄합니다. 흠흠신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네요^^

      2019.10.23 15:17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