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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도서] 모네

허나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단언컨데 모네의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네가 그렸다는 걸 몰랐어도, 몇몇 유명한 따뜻한 그림만은 분명히 알 것이다. 그만큼 모네는 유명하고, 모네의 그림만이 줄 수 있는 느낌과 영향력이 있다. 막연히 생애에 잘 살았던 혹은, 나름 편안한, 성공한 화가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예술가의 고난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 책이 바로 이 클래식 클라우드의 모네 편이었다.

-       모네의 그림에서 파스텔톤이 아름다운 색만 보는 것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과 같다. 균형을 맞추어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작품과 그 너머에 있는 예술가의 이야기를 함께 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작품에 가려져 미처 몰랐던 모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머물렀던 곳을 따라 여행해보고자 한다. (14)

모네가 가지는 따뜻한 빛, 강한 붓터치로 전체적인 그림의 느낌만을 즐기기엔 온전히 그 그림을 보고, 감상하고 있다고 표현하긴 아쉽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책이 중요하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만이 가지는 장점이다. 여행기도 아니면서, 평전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작품을 설명하는 책도 아닌 이 책. 주관적으로 그 인물을 평가하지도 않으면서, 건조한 어투로 일기를 나열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의 행적을 따라 모네의 삶을 살펴보는 건 물론이고, 모네가 바라보던 시선까지 따라가볼 수 있었다. 모네가 각 그림을 어떤 상황에서 그리고 있었는지, 모네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그렸는지 조금이라도 알아볼 시간이 되었다. 그래야 온전히 느낄 수 있으리라.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인상주의의 선구주자, 따뜻한 색감을 표현하는 화가 그 이상을 알 수 있다.

-       모네는 왜 그토록 빛을 그리고자 했을까?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한 빛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2-13)

천재는 영어로는 the gifted라고 한다. 하늘이 주신 선물 같은 존재라는 의미일지도. 하지만 그런 천재들이 하늘에 뚝 떨어진 건 아니다. 모네도 우리가 충분히 천재라고 여길만한 인물이다.

-       역사에 획을 그은 여러 천재들처럼, 모네 역시 선배들의 작품과 가르침에서 끊임없이 배웠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했다. (81)

하지만 처음부터 특출났던 재능만을 주목해선 안 된다. 그는 일생을 그림과 함께 했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어떤 순간에도 붓을 놓지 않았다. 그의 생애에서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숨 쉬듯 당연한 일이었고,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것 밖에 없는 양 그리고 또 그렸다. 어쩌면 하늘이 주신 선물을 일찍 알아차리고 그것만이 자신의 몫임을 알고 그 길만을 끊임없이 추구할 수 있는 의지가 gifted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       개인적인 고민이나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시도 붓을 놓지 않았던 모네 특유의 성실함이 이 작품에서도 드러나는 듯하다. (70)

-       모네가 붓을 놓은 시기는 거의 없었다. 인생에서 어떤 기쁘거나 슬픈 일이 닥쳐도 그는 당연한 듯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128)

  그토록 사랑했던 카미유가 죽었을 때도 고통 속에서도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 속에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녹여냈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려 파는 것밖에 없다는 걸 알듯이 그리고 또 그렸다. 혹자는 세잔이 그리 생각한 것처럼 그가 너무 돈을 밝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곧 죽어도 포기하지 않는 댄디한 모습을 보며 허세가 심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이 모네이고, 그러한 과정들이 모네의 삶의 일부였음을 부인할 순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 모네의 작품들도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이 모여서 완성되었으리라.

  그리고 다른 한 가지로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가 그렸던 것이다. 그는 그저 건초더미를 그린 것이 아니었고, 루앙대성당을 그린 것이 아니고 수련을 그렸던 것이 아니다. 그가 무엇을 그리고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분명했다.

-       모네는 대상 자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대상 사이에 있는 것을 그린다고 했다. 다시 말해 루앙대성당이라는 대상이 아니라, 루앙대성당과 자신 사이에 있는 공기, 바람, 안개, 온도, 습기, 시간 그리고 빛 등의 요소들을 그리고자 했다. 분명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거나 만질 수 없어서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던 요소들을 그는 주목했던 것이다. 모네는 이렇게 사이에 있는 것들을 덮개envelope’라고 불렀다. ‘덮개는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감싸고 있으며,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순간성을 지닌다. 덮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 있다. (203)

모네가 그리는 것이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것이라는 걸 알았다. 저자도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다(201)’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모네가 그린 것은 우리 주변에 있지만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모네는 정확히 자신이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알고 추구했던 것을 정확한 비유로 알려주었던 것 같다. ‘덮개.’ 자신과 대상 사이를 채우고 있는, 덮고 있는 그 무언가. 그 무언가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진 정확히 알 수 없는 그것을, 정확히 바로 그것을 모네는 그려낸 것이다.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 저항감이 먼저 이는 것은 인간이기에 당연하다. 하지만 그 낯선 것이 신선하면서도, 자꾸 끌리는 매력이 있기에 사람들이 점점 모네에게 끌렸을 것이다.

  여러 글에서 우리의 인생을 하루에 비교하는 문장들을 만났다. 모네가 그린 그림처럼 저자도 익숙하지만 낯선 비유로 모네의 인생을 하루에 비교했다. 각 목차로 확인할 수 있듯 모네의 인생을 해 뜨기 전의 여명에서부터 해가 저무는 노을에 비교했다. 그 비유가 몹시도 적절하면서도 모네와 어울려서 글이 더 잘 읽히고 이해가 쉬웠던 듯 하다.

-       그의 삶에서 지베르니의 정원을 가꾸고 수련을 그리던 때는 뜨거웠던 인생의 한낮을 지나,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시간이었다. 그의 예술은 이제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고, 더 이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상을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조용히 저무는 대신 자신이 가꾼 정원에서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펼쳤다. 저녁놀이 단순히 해가 지는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온전히 황홀한 순간인 것처럼 말이다. (218)

  이 문장 자체가 몹시도 황홀했다. 그의 삶에 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꾸준히 자신만의 평생의 방법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이 있었기에 그의 끝이 황홀할 수 있었으리라. 그는 그리고 또 그렸다. 남의 시선을 힘들어 하면서도 그렸고, 당장 8명의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그렸다. 언젠간 알아주길 바라며 그렸다. 그는 안정을 추구하며 그렸다. 그의 인생은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길을 따라 걸으며 그 길의 끝에서 해가 저무는 황홀한 풍경을 그의 온 인생으로 보여줄 수 있었으리라.

연작을 그린 모습은 대단하다는 생각만. 단순한 습작이 아닌 하나의 장면을 가지고 여러 모습을 담아냈다. 처음 <루앙대성당> 연작을 심리 분석 자료로 만났을 때는 뭔가 흉물스럽고 무섭다고 느껴져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저자의 입을 빌어 그가 이 연작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게 되면서 후에 꼭 방문해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같은 장면인지도 몰랐다. 내 눈에는 그가 그린 순간 순간의 루앙대성당이 다른 공간으로 묘사되었으리라. 그렇게 나는 작품마다 그가 이끄는 새로운 시공간에 머물 수 있었다. <수련>의 아름다움은 말해 무엇하리. 물을 사랑했던 그가 수련을 그리는 것 또한 당연하다. 정원의 아름다운 꽃들을 사랑했고, 물을 사랑했으니 그 둘이 조화를 이루는 수련이 있는 연못은 모네에게 가장 어울리는 소재다. 그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그것도 엄청나게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이 책을 보며 더더욱 화상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고흐를 보며 화상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했는데, 오늘날의 모네를 있게 한 것은 모네 자신의 노력도 엄청났지만, 분명 모네를 키운 뒤랑뤼엘을 무시할 순 없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진가를 알아보고, 자신의 사업 수단도 잘 활용했기에 뒤랑뤼엘도 성공할 수 있었으리라. 이 모든 것이 끊임없이 누가 뭐라든 자신의 길을 갔던 모네와 그런 새로운 역사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았고 그 바람을 타고 도약할 능력이 있었던 뒤랑뤼엘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 누구든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능력 있는 이라면 더욱 감사할 일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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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책읽는엄마곰

    헛. 벌써썻어. 나도 분발해야지!ㅋㅋㅋㅋ

    2019.12.18 15:3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분발해쒀?! ㅋㅋㅋㅋㅋ

      2019.12.19 08:2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