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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중독

[도서] 공부 중독

엄기호,하지현 공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별난맘 독서모임을 하다가 다른 분이 언급하시는 걸 듣고 마음에 들어서 샀던 책. 알고 보니 출간 당시 꽤 유명했던 모양이다.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다들 조기교육, 유학, 사교육 등 어느 하나 교육과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자기 자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커서 자신만의 길을 가기 위해 부모된 도리로 해줄 수 있는 일을 주로 교육으로 생각하니 말이다. 책에서 나온 것처럼 그저 학습된 육아 방식일 뿐. 그 허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에서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는 개인적인 측면. 사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보면서 많이 찔렸다. 계속해서 공부만 하고 있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공부만 하고, 배우러 다녀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지니고 있는, 두 분이 묘사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

-       똑똑하되 멍청하며, 언변은 좋되 무능하다. 시험 문제는 잘 풀되 삶의 문제를 대처하는 능력은 형편없으며, 남을 품평하는 데는 날카로운 날을 세우되 자신을 성찰하는 데는 무디기 짝이 없다. (6)

정말 나도 그런 거 아닐까? 똑똑하긴 하지만(똑똑이라도 하다면) 멍청하고, 입만 살아서 말만 잘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내가 나 스스로를 종종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는데 정말 찔리는 말이었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한 불안감, 믿음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정도면 자아 성찰은 잘 하는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일까?

-       배우긴 배우는데 뭘 배우는지 모르겠고, 배웠기는 배웠는데 할 줄 아는 건 없다. 배워서 알면 그 아는 것을 익혀서 아는 할 줄 아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할 줄 아는 것으로 만드는 익힘의 과정은 공부에서 실종된 지 오래다. (6)

-       배우면 익히는 게 아니라 배우고 바로 다음 배움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니 익히는 과정이 없어요. 그래서 배우긴 배웠는데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이죠. (47)

딱 이거다. 익힘의 과정이 없다는 것. 배운 걸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요즘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이 생각에 늘 사로잡혀 있다. 책을 읽어내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듯한.. 그렇게 그 책이 나에게 스며들 시간도 없이 자꾸만 읽고 읽고, 그렇다고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읽는 것도 아니고, 이것 저것 읽으면서 저절로 스며들겠지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다 보니 가장 두려운 건 바로, 온전히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       시험을 안 보면 좋은 게 실제 내 능력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저는 이것을 요즘 아이들이 정신 승리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통해서 나는 여전히 가능성 있고 굉장히 잘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거에요. 자기애의 훼손 없이 말이죠. (23)

내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언제나 자신 없어하고 뒤로 숨으려고 하고. 당장 나를 보여야 하는 순간을 어떻게 해서는 피하고 싶어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은 언제나 나에게는 일종의 공포였다. 그렇기에 그 전에 완벽해야 할 정도로 나를 닥달하여 드러낼 수 있는 정도(?)를 만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시험에 응하지 않는다. 나를 평가할 수 있게 하지 않으려고 언제나 피해 다닌 듯 하다.

나에게 필요한 문장들을 찾았다.

-       게임이나 환상이라고 얘기하는 가상 세계, 시뮬라크르일 수도 있는 이 세계의 완벽성과 달리 현실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57)

-       생각한 대로 진행되지 않은 과거에 대해서는 성찰하며 교훈을 얻고 그 교훈에 입각해서 다시 미래를 기획합니다. (60)

-       이걸 공부하는 것이 자신을 무엇으로 어떻게 성장시키는가에 대한 질문이죠. (188)

지속적으로 성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경험을 통해 미래를 기획하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 그저 닥치는 대로 마구잡이로 뭔가를 하고 있다고만 해서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 ‘바른 노력이 필요하다. 항상 뭔가를 하기 전에 내가 이걸 공부함으로써 어떤 점을 성장 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요점이다. 뭐든 시작 전에 내가 이것을 통해 뭘 얻을 것이고 그 얻은 것을 나에게 어떻게 적용시켜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고. 시험에 서는 걸, 배운 걸 드러내는 것이 두렵더라도, 시험대에 나 자신을 올릴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측면은 사회적인 모습이다. 이 또한 내가 씁쓸하게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뭐든지 교육 산업이 된다. 개인적으로 특히 영어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느낀다. 저자들은 원래 공부와 관련 없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죽도록 노력해서 결국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하는 일이 결국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다. 그렇게 죽도록 노력해서 영어를 잘 하게 되었으면 좀 더 큰 일을 할 수는 없는가? 가르치는 것도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건 안 되는 건가? 그래, 그나마 영어나 학습이 가능한 부분이라면 다행이다.

-       인성은 가르칠 수는 없고 삶의 과정에서 배워야만 하는 것이에요. (중략) 가르칠 수 없는 걸 가르치겠다고 하는 것, 저는 이게 정확하게 삶을 식민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120)

인성은 가정에서부터 가르쳐지고 체득되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장시키면서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다. 부모들은 왜 인성을 학교에서 바라고, 태권도 학원에서 바라는가?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하소연 하는 부분이 왜 인성교육을 학교에서가능하다고 생각 하는지이다. 아이들의 인성은 점점 크면서 (혹은 성인이 되어서도) 깨달아가며 배워야 하는 부분인데, 가정에서는 나 몰라 하며 교육 기관에 다 맡겨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인성 태권도라는 이해가 되면서도 납득하고 싶지 않은 기관들이 생긴다.

뭐든지 교육 산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하다. 게다가 수요가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육아에서도 그렇고, 아이들의 성숙도 면에서도 그렇고, 취직을 위한, 혹은 흡사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을 위한 교육이 있는 것 같다. 한국 사회는 교육으로 시작해서 교육으로 끝나는 사회가 되었다.

 

  두 화자들이 이야기 하는 것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아이가 진짜 필요할 때 서포트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       그 시간이 지나 아이가 스물두셋이 되어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할 때 그때 서포트할 수 있는 게 중요해요. 하고 싶은 게 없으면 그냥 좀 있어봐, 그 대신 이리저리 쑤시고 다녀봐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해요. 쑤시고 다닌다는 게 곧 디투어링이죠. 그게 인생의 낭비가 아니다, 도리어 지금은 그게 필요하다, 그게 공부다, 라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그러면 애들은 얘기하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면 어떡해요?” 제일 좋은 길, 절대 망하지 않을 길을 찾고 싶겠죠. 그런 길은 없어요. (152-153)

정답이 있는 게 아니고 내가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이가 지금 당장 뭘 해야 할지 몰라 탐험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할 때 밀어줄 수 있는 것. 그 때를 준비하는 게 부모가 할 일이 아닐까? 교육 산업에 아이를 내보이는 건, 어쩌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에 아이를 억지로 세워두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이 아니면 어떡하냐고 겁내지 않고 어떤 길이든 일단 가보고 아닌 길에서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베이스 캠프가 되어 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화자는 전체적으로 공부 중독이 아니라 교육 중독이 맞다고 결론을 내린다.

-       공부 중독인데 공부가 없어요. 그리고 결국 삶이 사라지고 있는 거죠. (127)

그리고 교육으로 우리의 삶이 사라지고, 식민화된 삶을 살고 있음을 꼬집는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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