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방구석 미술관

[도서] 방구석 미술관

조원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내가 애증하는 두 가지, 바로 영어와 미술이다. 그 중 미술은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관심이 가서 책도 많이 보고, 직접 그려볼 시도(처참하게 깨졌지만)도 해봤던 분야이다. 귀로 듣는 뭔가 보다, 눈으로 보는 뭔가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그림은 숙명적이다. 책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내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나를 조금이라도 아는 지인들이라면 나의 회화 사랑은 당연하게 여긴다. 그만큼 잘 알고 싶고 궁금하기도 해서 다들 지겹고 재미없다는 서양 미술사 책을 그렇게 신나서 즐겁게 읽었다. 전시회를 가면 도록은 필수고, 다녀와서도 종종 넘겨 보며 안구정화를 한다. 호기심과 흥미가 어떤 경우에든 최우선이 된다는 걸 느낀 것이, (누가 뭐라든) 미술사 책은 언제나 즐겁고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낯설지 않았다. 내가 읽었던 여러 책들과 맥락을 같이 했다.

이 책이 나온지 거의 6개월만에 구입했었는데, 17쇄였다. 지금도 여러 버전으로 나오는 걸 보면 꾸준히 사랑 받고 있나 보다. 이 책이 출간되어 팟캐스트도 유명해졌을 때 들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누군가(내 사랑)에 의해 팟캐스트 듣는 것이 질이 들어 버려, 다른 팟캐스트는 듣기가 무척 껄끄러워서 한 편도 채 듣지 못하고 꺼야 했다. 그래서 팟캐스트는 어떤 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책을 읽으니 지금 이렇게 인기 있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림 없는 그림 이야기라니! 그럼에도 잘 풀어 냈음을 믿는다. 사실 미술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알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도 반 이상은 익숙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읽은 건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과 흥미로운 구성 때문일 것이다.

읽으면서 이 책은 스낵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편하게 한 챕터씩 뽑아보기 좋은,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충분히 기분 좋게 유익한 내용으로 가득 찬. 어쩌면 그림은 너무 어려워요, 사조는 너무 어려워요 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이런 거야, 라며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게다가 비슷한 맥락의 화가들을 소개하는 책보다 재미있게 썼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리라. 나라도 교양 미술서로, 미술에 대한 입문서로 이 책을 소개해줄 것 같다.  

그렇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이다. 완전히 사실만을 전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구성해서 저자의 생각을 기반으로 각 화가들을 풀어내는 것이다. 물론 사실에 기반하여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이지만, 읽으면서 저자가 생각하는 화가의 이미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불편했다. 관련 분야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면 이런 책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니 저자가 보는 화가의 관점이 답이 아님을, 이 책도 결국 저자의 생각임을 반드시 염두하고 읽었으면 한다.

-       그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평소 잊고 지내던 죽음을 한 번 소리 내어 불러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뭉크, 28)

흥미로웠던 부분들을 꼽아보자면, 샤갈과 뒤샹이었다. 샤갈이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진 않았지만, 그림을 좋아했었다. 그저 사랑꾼인 것만 알고 있어서 그림을 보며 기분 좋은 느낌만 취했었는데, 유대인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모습을 보며 인상적이었다. 샤갈에 대해서는 추후 따로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뒤샹은 사실 거의 이라는 작품 이야기 말고는 몰랐다. 아무래도 현대 미술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고, 회화적인 측면이 많이 사라져서 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       무의미의 미술사실 뒤샹 이전의 모든 미술 작품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신화, 역사, 종교 이야기, 동시대의 생활상, 하다못해 인물이나 정물을 보는 관점이라도 말이죠. (중략) ‘작품에 어떤 의미가 꼭 있으라는 법이 있냐?’ (마르셀 뒤샹, 325-326)

-       뒤샹은 작품에 무한한 의미를 부여하는 관객의 역할을 간파했고, 작품은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창조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관객을 관찰자가 아닌 창조자로 보았죠. (중략) 그는 작품에 어떤 의미를 의도적으로 담기보다 의미를 열어두기로 합니다. 그리고 관객이 스스로 자유롭게 해석하며 의미를 창조하기를 원합니다. ‘생각의 놀이터’ (마르셀 뒤샹, 326)

이렇게 멋있는 생각을 했다니? 새롭게 보였다. 창작자가 개인적인 의미를 담지 않고 열린 의미로 남겨두어서, 보는 이들이 자신만의 의미를 담게 해주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을 확장했다. 관람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전시관이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관찰자가 아니라 창조자가 될 수 있는, 스스로를 위한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생각의 놀이터. .. 정말 홀딱 반했다. 물론 그의 작품을 좋아할 수 있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의 생각 방식은 흥미로워서 꼭 그를 따로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너무 바빠서 미술 관련 책을 전혀 보지 못했는데,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내 갈증을 채워줬다. 역시 미술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크으~ 좋은 책 즐겁게 잘 읽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