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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도서] 천 개의 공감

김형경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저자의 책을 연달아 읽으니 마음이 무겁다. 이래서 심리 분석은 쉽사리 하는 게 아니구나.. 마음이 무겁고 힘들고, 자꾸 저 깊은 우물 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있다. 나를 알아 보는 건 이렇게나 무겁고 험난한 길이구나. 자꾸 발목 위까지 푹푹 빠지면서 점점 더 올라오는 그런 상황이 이어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진흙들이 내 목까지 올라올 순 있어도 그 위론 올라오진 않는다. 그러니 울 수도, 말을 할 수도, 소리 지를 수도, 고개를 세차게 저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빠져 나와 다시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렇게 여러 진흙탕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심리학을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물론 그렇다고 괜찮아지는 건 아니다. 그저 나아갈 뿐이다. 앞으로 나아가게 하면서, 점점 나 자신으로써 잘 걸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과정이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의 상담을 기록해둔 책이다. 소설을 통해 우리는 주로 타인의 입과 경험을 빌어 성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런 타인의 상담 기록을 보면서도 나를 찾을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공통 분모가 있다는 것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내 이야기를 정확히 타인의 이야기에서 찾은 이 느낌은 외롭지 않으면서도 씁쓸했다.

-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7)

저자도 그렇게 산다고 한다.

  앞날개부터 마음이 찌릿찌릿 저린다.

-       누구의 삶에나 가슴 아픈 진실이 있다.” (앞날개)

누구나 가슴 아픈 진실이 있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삶을 살기에, 혼자 살 수 없기에, 함께 어울려 살기에, 가슴 아픈 진실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 가슴 아픈 진실을 어떻게 가슴에 품어 살아가는 지가 관건이고,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게 아마 심리학이리라.

-       저는 책을 읽다가 심장이나 허파쯤에 달라붙는 구절을 만나면 밑줄을 그어두는 버릇이 있습니다. (6)

여러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가능할지도. 심리학일수도, 소설일수도, 혹은 자기계발서에서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의 문장에서 심장이 내려앉았다. ‘심장이나 허파쯤에 달라 붙는 구절’. 정말 딱 그 느낌. 나에게 의미 있다 정도가 아니라, 내 안에 들러붙어 내가 되어 버린 문장들이 있다. 이 책에서도 무척이나 많이 찾았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무력감에 자괴감이나 좌절감을 느낀다. 왜 주변 환경이 이렇게나 나를 괴롭히는 건지, 왜 다들 나를 못 살게 구는 건지 고통스러워한다.

-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반사적으로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습관이 있습니다. (중략)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관계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주는 행위입니다. 문제의 원인뿐 아니라 해결책 역시 상대의 손아귀에 있다고 믿으면서, 자신은 피해 의식에 사로잡힌 무력한 사람의 자리로 물러나게 됩니다. (26)

-       상대방이 더 큰 힘을 쥐고 있고 내가 그에게 휘둘리는 부수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114)

소름 끼친다. 나 스스로 책임지지 않았다. 관계에서 책임은 상대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책임 져야 하고, 내 몫은 내가 책임 져야 한다. 상대방에게 나의 몫까지의 책임이나 힘을 다 밀어주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낙오자 혹은 약자인 것마냥 군다면 그 관계에서 이득만 취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이기심일지도 모르겠다.

  이 문장들에서 나도 꽤나 뜨끔했다. , 나 또한 관계에 있어서 책임을 느끼지 않았던 걸까? 다른 사람이 우리의 관계를 판단하도록, 나라는 사람이 관계에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 평가하도록 내버려 두기만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는 징징징~ 어떤 관계든 내 몫만큼의 최선을 다하고, 감정도 내 몫만큼만 책임지자.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는 감정은 굳이 내가 처리할 필요는 없으니까.

 

우린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 다들 말하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자신에게 말을 해도,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그런 방법들도 나에게 와닿지 않았다. 나만 그리 생각하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       내면에 억압해 둔 어둡고 위험한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밝고 건강한 의식 속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양가감정을 통합한다고 일컫습니다. (67)

-       내면에서 시기하고 분노하는 마음은 바로 성장기에 상처 입은 어린 자기입니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뜻은 이제는 성인이 된 소울 님께서 아직도 내면에서 투정 부리며 돌봐 주기를 바라는 어린 자기를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268)

특히 내면 아이 치유와 관련된 책을 워낙 많이 보다 보니, 자신을 사랑하고 내가 나의 내면 아이를 안아 주라고 하는데 쉽지 않았다. 차근 차근 접근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낯설어서, 혹은 용기가 나지 않아서 아직 주저 주저 하고 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나의 내면 아이, 상처 받고 가녀리고 약하고 울고 있는 그 내면 아이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조차, 상처받고 약하기만 한 그런 아이를 안아 줄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아직 나의 내면 아이에게 접근할 수 없는 건 당연히 나의 경험치가 덜 쌓여서 일지도 모른다.

-       똑 같은 경험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동일한 수준의 성장을 이루는 건 아닙니다. 자신의 경험을 의식화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내부에서 찾아내고, 그것을 현실에서 반복해서 실천함으로써 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316)

제대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그 문제를 꼭꼭 씹어 체화시켰을 때 가능하다. 불필요한 감정이나 느낌 생각은 울분이나 분노로 표출해서 내 몸에서 쫓아내고, 그 안에 담겨 있던 중요한 의미만을 잘 담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면 아이를 치유하는 것도 이런 과정이 필요한 게 아닐까? 내면 아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온전히 내 문제들도 여러 경험들도 함께 잘 소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아마 내면 아이 치유의 첫걸음이리라.

  일 할 때 인정욕구가 너무 심했다. 그래서 분란을 만들기도 하고, 일을 잘(?)함에도 불구하고 미움을 사기도 했다. 일하는 것에 있어서 인정 받았으나 성격에서는 인정 받지 못했던 것 같은 이상한 상황에 종종 처했다.

-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이익과 만족을 위해, 생의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사회적 소명을 따르기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338)

으스대기 위해, 칭찬 받기 위해, 속말로 우쭈쭈~ 해달라고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잘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만큼 성과도 나오고, 인정 받기도 했음에도 독보적으로 잘하고, 최고가 되려고 발악했던 것 같다. 그저 내가 잘하고 있음을, 그만큼 결과가 생기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이 생기는 것에 만족하며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더 좋은 성과도 낼 수 있었을 수도, 더 좋은 유대감을 형성했을 수도, 나 자신에게 더 좋은 시간을 줄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어떤 무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 같지만, 누구든 함께 일하게 된다면 좀 더 신경 쓸 수 있을 것 같다. 온전히 일함에 있어 내가 하는 것에 집중하고, 협력하고 배려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보고 싶다.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       잔존 효과(after affect)”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스스로를 분석해 본 사람은 그 작업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든 경험과 관계를 분석적 관점에서 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뒤늦게 새로운 통찰이나 자각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21)

-       이 시련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 기도문 (167)

심리 치료를 직접 받으러 갈 자신은 아직 없지만, 부지런히 책을 읽고 나 자신을 돌아봐야겠다. 조금 더 용기가 나면 이 책과 여러 책에서 이야기하는 편지 쓰기도 시도해보고 좀 더 걸음을 옮겨봐야겠다. 마음이 힘들어 졌다가 나아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나 자신의 감정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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