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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도서]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저/신복룡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일단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판본부터 칭찬하고 넘어가자. 다른 출판사의 <군주론>을 보진 못했지만, 이 판본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작은 사이즈인데 두꺼워서 중간쯤 펼치면 책 기둥에 금이 갈까 걱정했다. 중간에 쫙 쫙 펴서 봤는데도 거뜬. 제본이 상당히 잘 되어 있나 보다. 표지 질감이 좋고, 종이 질감도 좋다. 필기할 때 사각사각도 형광펜 비침도 덜하다. 글자 크기만 조금 키워주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나는 대만족. 이래서 을유문화사 책을 많이들 읽으시는 구나, 했다. (러셀도 사야하나..)

거기에 작년에 전면개정판으로 새로 나와서 그런지, 번역 개정을 4번이나 하셔서 그런지 번역도 상당히 매끄럽다. 전면 개정판 서문을 읽으며 이 책에 얼마나 정성을 쏟으시고, 꼼꼼히 지속적으로 고민하시는지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정성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사실 고전은 내용도 어려운데 종종 번역 자체가 더 어려워서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나도 몇 권 그런 책을 만나 힘들게 읽어 보니, 고전을 고를 때는 번역을 제일 중요하게 본다. 옮긴이의 서문을 읽으면서 이 책의 시작을 잡을 수 있었다.

-       그가 진실로 메디치가에게 권면하고자 했던 것은 로마 제국을 이끌던 명인 재사들의 용맹함을 그 시대에 되살려 교황권으로부터의 종속을 벗고 흩어진 조국을 통일시키고자 하는 염원의 과정에서 구상한 이상향이었다. (중략) 고대 로마 제국을 이끌던 영걸들의 우국심을 지도자의 덕성으로 해석하는 것이었다. (15)

편지글 형식이라, 읽으면서 우리 나라에도 이런 글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여러 학자들이 왕에게 받친 책 같은 느낌이다. 왕이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를, 자신의 철학에 비추어 역사에 비추어 이야기 하는 책이다. 저자도 꼭 메디치가에게 하고자 했던 말이라기 보다는 당시 이탈리아를 잘 다스릴 수 있는 그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길 바란 것 같다. 이 절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기본적으로 성악설의 자세를 취한다.

-       인간은 두려움이나 미움을 느낄 때면 꼭 상대편에게 해코지를 합니다. (119)

-       인간의 본성이란 은혜를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은혜를 베풀 때에도 책임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143)

-       인간이 사랑이란 의무라고 하는 쇠사슬로 묶여 있는 것인데, 인간이란 본시 사악한 존재여서 의무라는 것도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언제라도 깨어버리는 것입니다. (210)

-       인간은 사악하며, 또한 그들이 전하에게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전하께서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부담을 갖지 않습니다. (221)

전체적으로 인간은 믿을 수 없으며, 그런 백성들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교묘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 같아 씁쓸했다. 누군가가 이야기 하는 개돼지까지는 아닐지라도 성격 나쁘고, 도덕이 조금 부족한 군중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 요지. 그래서 곳곳에서 인간들이란 어떤 존재인지 설명한다. 이는 자신의 사무국장이라는 일을 수행하고, 수모를 겪으면서 알게 된 점일테다.

하지만 백성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성악설이 아니길 바라는지라, 인간들이 나쁜 일을 하게 되는 건 그런 환경이 있을 따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열된 인간의 나쁜 특성은 상황이 그들을 그리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두려움이나 미움을 느끼고 해코지를 하거나 하는 본성은 짐승이라 당연하지만, 그 외에 은혜, 사랑이나 약속 같은 측면은 아니길 바라는 게 내 마음이다.

 

군주가 가져야 할 여러 능력을 소개한다. 워낙 딱딱하고 직설적으로 써놓고 변수를 많이 기록해서 읭? 싶다가도 이해 되는 측면들이 많았다. 첫번째 내가 언급하고 싶은 점은 역사 공부이다.

-       군주는 모름지기 역사를 읽고 거기에 나오는 위대한 선인들의 행적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그들이 전쟁에 처해서 어떻게 처신했는가를 알아야 하며, 그들이 승리한 원인과 실패함 원인을 밝히되, 앞의 것은 취하고 뒤의 것은 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군주는 위대한 지도자들이 지난날 취했던 행동을 본받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위대한 지도자들 또한 그들보다 앞서 역사의 칭송을 받았던 무리들을 본받고 또 그들의 업적과 행동을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191)

저자는 군주는 역사를 읽고 공부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선대에 칭송 받았던 이들을 본보기로 배울 수 있어야 백성들을 마음으로 깊이 따를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미래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에 예측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그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대비하는 편이 낫다. 그리고 당연히 가장 중요한 건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선인들이 가졌던, 자신들의 인생을 거쳐 쌓아놓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다음은 백성과 잘 지내는 방법이다.

-       군주는 결과적으로 백성을 수탈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방어할 수 있고, 가난하거나 무시당하지 않고 내 손에 들어온 것을 오로지 움켜쥐려고 하지 않는다면, 설령 구두쇠라는 평판을 들을지라도 괘념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인색하다는 악덕이야말로 통치자가 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203)

  군주는 결코 수탈하지 않아야 하며, 인색해야 한다. 백성들 것은 백성들에게 주어야 하고, 자신의 것은 자신이 잘 관리하고 유지해야 한다. 자신의 탐욕을 백성들에게 향해선 안 된다. 미움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군주는 결코 백성의 아녀자나 재산을 수탈해서는 안 됨을 강조한다. 몹시 공감한다. 자신의 탐욕을 모든 것으로 향하게 했던 군주는 모든 곳에 적을 만들고 결국 무너지게 된다. 부디 군주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돈 많은 사업가라 돈에 욕심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이도 결국은 그 탐욕으로 나랏돈을 해먹었다. 이래서 이 책을 모든 군주들이 읽어야 하나 보다. 마지막은 소통이다.

-       전하께서 불평분자들에게 어떤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면 전하께서는 그들이 만족할 만한 어떤 기회를 그들에게 제공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하의 속마음을 알았단 것을 기회로 하여 온갖 이득을 취하고자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28)

  사실 소통에 관한 내용은 저자는 크게 강조한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제대로 꽂혀서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와 닿았던 모양이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길을 찾고, 혹은 마음이 후련해진다. 그런 공간을 열어 두고, 그들에게 귀 기울이는 군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이 진정 백성들을 위한, 백성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해 있는 군주가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은 군주가 아니라 대표자이고 그 시대의 군주와 다른 양상이지만) 우리는 이미 그러지 않았던 군주가, 이상한 사람하고만 소통했던 군주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고 있다. 이런 역사는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일이다.

 

  시국이 혼돈에 휩싸여있다. 그 중심점에서 살고 있다 보니 더더욱 이 책이 와닿는 점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주가 아니다. 오히려 군주를 만들어야 하는 공화국에 살고 있다. 마키아벨리도 공화국을 추구함에도 상황상 그게 어려우니 좋은 군주라도 있으면 군주정이라도 사람들이 더 잘 지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       일반적으로 인간은 손보다 눈으로 더 많은 것을 판단하는데, 모든 사람이 군주의 행동을 볼 수 있지만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224)

그런 의미에서 일반 백성인 우리는 어떤 군주를 만나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군주에 따라 많은 게 변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니 군주국이 아닌 공화정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군주를 뽑을 수 있다. 어떤 군주를 뽑을지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자신이 뽑은 군주를 믿고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우주신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병신 같은 짓까지만 아니라면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손바닥 뒤집듯이 칭찬과 비난을 번복한다면 군주가 일을 할 수 없으리라. 내가 생각하는 군주가 어떤 군주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기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전의 군주가 누구였는지 비교할 필요없이, 어떤 군주여야만 하는지, 급변하는 시기에 우리에게 어떤 군주가 필요한지를 고민하며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일이다.

 

  한 인간으로써 배울 수 있는 점들도 많았다. 중용과 지나친 확신, 그리고 의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       군주의 처신은 신중함과 인간미로 중용을 잃지 않음으로써 지나친 확신이 자신을 부주의하게 만들거나 지나친 의심으로 자신을 감당할 수 없도록 만들어서도 안 됩니다. (209)

-       인간이란 그에게 닥쳐오는 난관을 단 한 차례만으로써 모면할 수 없다는 것을 인간사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려가 깊다는 것은 자기가 겪고 있는 난관의 본질이 과연 어떤 것인가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과, 해독이 작은 쪽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274)

군주론을 읽으면서 군주가 아닌 한 백성으로,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한 개인으로 이 책에서 배운 점이다. 중용은 내가 평생을 원했던 측면이다. 한 쪽 측면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켜 양 측면을 다 살피며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게 쉽지 않은 게 인간이라지만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지나친 확신과 지나친 의심도 우리가 살 때 좋지 않은 건 분명하다. 둘 다 타인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자신의 성장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항상 자신을 돌아볼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나의 어리석음에 치가 떨렸다. (코로나가 만연한 시국이라 책이 손에 안 잡힌다고 하더라도..) 유럽 역사를 너무 모르고, 나오는 설명들이 이해가 쉽지 않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이름도 낯설고. 분명 내용 자체는 어려운 것 같지 않고, 글도 짤막짤막하게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꾸 이게 좋긴 한데, 그래도 이런 것도 있어라는 글의 진행 방식이 그래서 어쩌라고!!’를 남발하게 만들긴 했다. 읽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얼마나 이해했는지 말하기가 부끄럽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추가 해야겠다.

(글을 쓴 뒤 설민석 쌤의 방송을 봤는데, 그래도 대체로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아서 뿌듯. 그 분만이 답은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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