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습관을 위한 인증 모임이 있다. 영어권 나라에서 꽤 오래 살고 계신, 외국인과 결혼하신 분이 들어오셨다. 우연히 그 분이 쓰신 글을 봤는데, 한국인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구나, 놀랐다. 영어로 글을 많이 쓰긴 했지만, 영어 실력을 본다기보다는 내용과 글의 짜임새를 보던 거라, 크게 문법상 오류가 없다면 상관 없었다. 내가 글을 원어민 초등 수준으로 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글을 쓴다는 건 저런 거구나 싶은 생각에 충격이었다. 좀 더 작문에 욕심이 생겼다. 영어를 잘 하고 싶은 욕구는 언제나 가득가득하다.
- 미국 대학생의 글쓰기를 지도한 한국인의 토종 한국인을 위한 가장 첵계적인 영작문 공부법
책 소개에 이미 반했다. 미국식이라는 단어에 끌린 게 아니라 수험서가 아닌 작문 책이라는 점에 끌렸다. 점수만을 위해 공부하던 내가 이 책은 단순 영어로 글쓰기 책으로 처음 만나는 기회였다. 미국 대학생을 지도했다는 것에 끌렸다. 언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면서 현지 학생을 가르칠 만큼의 글쓰기 능력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니 기대하지 않을 수가. 게다가 한국인을 위한 책이라, 한국어와 비교해서 소개해줄 것이 분명해 더 끌리지 않을 수가. 게다가 한국인들만이 특히 간과하는 측면들이나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살살 긁어 줄 거라 생각했다. 글을 읽는데 역시! 1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영작에서 중요한 것들을 소개하여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자신의 이야기들만 묶어서도 충분히 한 권의 책으로 낼 것 같다.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이 쌓였고, 글로 충분히 풀어낼 능력도 있으니.
저자는 지속적으로 외우고 쓰고 응용하고를 반복하여 영어 실력을 키웠다. 쓰기라고 해서 온전히 자신의 머리에서 나오는 글자 나열로는 나아질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기본 틀이 되어 줄 패턴을 외우고, 좋은 문장을 외우고, 지속적으로 쓰면서 그 문장들을 활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시험을 위한 영작을 공부했지만 매번 확인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 쓰기를 위해서는 언제나 누군가 첨삭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독학으로 어떻게 공부할 수 있는지 봤다. 저자의 공부 방식이 나와 잘 맞는 것 같아, 천천히 이 책을 읽으며 잘 공부해보고 싶다.
이 책은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영어 문장 하나 하나를 잘 쓰기 위해 신경 써야 하는 것들, 그리고 전체적인 글의 틀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한 2부, 마지막은 부록으로 50페이지 넘게 구성된 문법 파트까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마지막 문법 파트는 한국인에겐 어색하지만 영어를 잘 하기 위해, 영작을 잘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잘 소화 해야 하는 문법들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흔히 한국에서 들을 수 있는 설명 방식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이 문법 설명을 먼저 읽고 1부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마 이 책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문법은 조금은 익숙할 것이다. 문법을 좋아하는 나는 이 새로운 설명 방식이 흥미로워서 넋 놓고 읽었다.
1부에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영어 문장을 쓸 때 필수적인 사항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그에 대한 설명 그리고 연습할 수 있도록 과제를 제시한다. 내가 영작을 잘 못한다는 건 알았지만, 정말 이 부분을 보면서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와.. 이렇게 쓸 수 있구나. 이렇게 간단하게 표현되는 구나. 이렇게 세련된 문장을 구사할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좌절했다. 단어가 낯선 건 둘째치고, 제시된 단어들을 활용해서도 내가 영작한 문장은 저자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비록 나의 실력을 간파 당했지만 그만큼 어떻게 하면 늘 수 있을지 정확히 알려주는 책이라 무척 좋았다. 간만에 영작하면서 즐거웠다. 예문이 많아서 실제로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문장을 썼으면 이제 글을 써보자. 영어 글쓰기를 위해서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지면 좋을지 설명하고 있다. 물론 글의 장르에 따라 뼈대는 달라지겠지만, 이 책은 주로 논리적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니 실제 유학을 계획 중이거나, 토플이나 IELTS와 같은 공식적인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리라. 게다가 ‘영어’ 글쓰기를 위한 5가지 원칙으로 짚은 것은 한국어로 글을 쓸 때도 통용될 수 있지만, 사물 주어나 대등한 개념과 관련된 파트는 정말 영어 글쓰기용이다. 문화와 언어 특징을 알아야지만 활용할 수 있는 사항이다. 종종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그 언어 자체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구체적인 사항이 바로 저자가 이야기 한 내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뭐 하나 나에게 신선하지 않고, 놀랍지 않고, 유용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영어 관련 책을 꽤나 많이 봤는데 간만에 나에게 몹시 유용하고,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난 것 같다. 물론 초보자 용이 아니다. 초보라면 쉬운 패턴 책부터 시작해서 점점 문장을 키워나가는 것이 좋으리라. 중급 이상의 사람들에게 특히 학생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