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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도서]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리 오래된 책인지 몰랐다. (4년은 오래가 아닐지도) 친구가 필요하다고 해서 선물하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이 언급하는 걸 보기도 했고, 많은 이들이 읽는 책이라는 것만 알았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는 책인지는 몰랐다. 나중에 꼭 읽어봐야지 생각만하다가 예스 북클럽에서 보고 !’ 하며 열심히 읽는데, 1/3 읽으니 이건 소장각이다 싶어 당장 구매. 글을 쓸 때마다 틈틈이 참고하면서 봐야 할 책이다 싶었다. 아니다 다를까, 내 책이 31. 그만한 가치가 있고, 두고 두고 많은 이들이 쭉 사랑할 책이다.

 

줄 좍좍 그으면서 혼자 골머리 썩으면서 예문을 수정해보고 아니, 이렇게라는 차분한 가르침에 괜히 혼자 후두려 혼나면서 읽는 책이다. 특히 나는 영어 번역체에 몹시 찌들어 있어 이 책을 읽는 동안 몹시 찔렸다. 어찌 이리 하나 걸리지 않는 게 없는지이렇게나 엉망인 문장을 쓰고 있었구나 엉엉.. 심지어 어떤 예시는 도대체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모르겠다 싶은 것도 많았다. 그래서 구매를 결정한 것도 컸다. 내가 정말 몹시도 주구장창 달고 살면서 뜯어 고쳐야 할 문장들이 그득 그득.

 

저자가 얼마나 센스 있는지는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까지. 목차 이름만 봐도 충분히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고 뭘 잘못했는지 알게 만드는 멋진 (무서운) 표현들이다. 찾아보기도 수월하고 찔리기도 하고. 다만 중간에 소설형식으로 들어간 내용은 좀 어려웠다. 가볍지만 무거운, 맑은 검은색 느낌의 소설 내용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

 

가장 충격적인 건 비문이나 오문을 쓰는 대부분의 이유가 게으름과 관련있다.

-       ‘-이나 ‘-를 반복해서 쓰는 이유는 습관이 들어서거나 아니면 다른 표현을 쓰는 것이 귀찮아서이리라. (24)

-       표현을 더 정확히 하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니까. (68)

-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이라는 말 (71)

-       ‘-들 중 하나’, ‘들 중 한 사람’, ‘-에 인해’, ‘-으로 인한같은 표현들이 주로 지적으로 보이는 문장들에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71)

저자가 지적한 부분들 중 영어적 표현들이 많다. ‘-, -, -들 중 하나, -에 인해, -으로 인한과 같은 표현들은 영어문장으로 한 번에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영어 번역 그대로의 표현이다. 그래서 우리는 번역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고전책을 읽을 때 어려움을 겪나 보다. 종종 고전 번역서를 읽다 보면 화가 난다. 원문이 어떻게 쓰여 있는지 몹시 알 수 있게 번역을 해놨다. 몇 번 데고 나니 번역가를 꼼꼼히 살피고 출판사도 가리게 되었다.

어떤 책이 어려운 건 내용 자체의 복잡함도 있지만 그 내용을 전달하는 문장 자체에서 어려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자신이 설명하는 부분을 정확한 의미의 단어를 써서 정확한 문장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독자가 임의로 해석해야 한다. 하지만 ‘~에 인해라고 되어 있어도 문장 안에서 전달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내용 따라가기도 버거운데 문장까지 분석해야 한다. 고전을 이해하기 어려운 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라며 자위해본다.)

나 또한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썼다. 보던 문장들이니 편하게 그대로 썼다. 내 문장은 내가 책임자다.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지 살피어 잘 다듬어보자.

 

  한 가지 더 내가 다시 한 번 명심했던 부분.

-       문장의 기준점은 문장 안에 있지 문장 밖 글쓴이의 자리에 있지 않다. (166)

-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이다. 문장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거나 (왜냐하면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문장의 기준점을 문장 안에 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지점에 두게 되어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201)

문장 주어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나도 종종 한참 후의 내 글을 보면 무슨 말이지? 싶을 때가 있다. 이때의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명확하게 써놓지 않은 경우를 찾는다. 이는 문장의 주인을 착각해서이다. 그 글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그 글임을. 문장의 주인이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글의 주인공이 되어야만 진짜 글을 쓸 수 있다.

 

  소설에서 나온 여러 대화에서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지요.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저마다의 삶의 두께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120)

-       이해한 자는 풍경을 갖지 않습니다. 아니, 풍경을 가질 필요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해한 자는 자신과 이해된 것 사이에 거리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중략) 이해한 자가 갖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장면이죠. (147)

어려운 내용이라 뭔가 첨언하긴 어렵다. 저마다의 삶의 두께가 있으니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 이해한 자와 이해하지 못한 자가 가지는 차이. 그리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어쩌면, 나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것. 적당히 나만의 해석으로 풀었다.

 

  글을 쓸 때 간결하게 쓰라고 한다.

-       좋은 문장은 주로 빼기를 만들어진다. (33)

같은 맥락일 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글자들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내용에 혼돈을 줄 뿐이다. 간결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것,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지 않고, 정확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할 수 있는 단어들로만 구성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으리라. 빼기로 만들어 지는 좋은 문장은 그런 의미이리라.

 

이 글을 쓰면서도 여러 군데에서 움찔하며 책 내용을 떠올리며 수정했다. 알고 수정할 수 있는이 짜릿함. 책 씹어 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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