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나를 엿보다

[도서] 나를 엿보다

정재곤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표지부터 무섭다. 에곤 쉴레의 작품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에 부제가 <정재곤의 정신분석학 에세이> 정신분석학?! 그건 무슨 말이지? 무슨 분야지? 어떤 학문이길래 어려워 보이지? 라는 반응이 나올 만한 제목이다. 심리학에 무척 관심이 많으니 주저하다가 신청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마 이 부제에 겁 먹고 선뜻 손이 가지 않을 것 같다. 다짜고짜 글의 시작을 이리 하는 이유는 실제 내용에 비해 무서워 보이는 부제가 널리 읽힐 수 있는 책인데도 많은 이들이 시도하지 않을까봐 걱정 때문이다. 실제로 나도 책을 펼치기 전까지 걱정이 많았고, 독서모임 단톡방에서 표지 사진을 공유했을 때 다들 반응이 걱정으로 가득 찼고, 나에게 너니까(?) 그런 거 읽는다는 말을 던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이렇게 겁 먹을 책이 아니라는 걸 알고 되려 내용이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여기 저기 추천했다. 좋은 구절은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게 가능했던 것이 단순히 정신분석학만 이야기 하지 않는다. 이 책은 궁리닷컴에 화요일의 심리학이란 이름으로 연재한 칼럼을 모아놓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이 생활 주변에서 글감을 찾았다. 이게 중요한 점이다. 저자는 심리학에 관심 없는 이들은 어려워할만한 그 분야의 내용들만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생활사를 기반으로 가볍게 심리학 관점을 덧붙였다. 그래서 이 부제로 인해 이 책에 겁먹는 사람들이 많이 없길 바란다. 그러기엔 이 책은 재밌고, 쉽고, 흥미진진하며,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볼만 한 주제들이 많아 일독할 만하니까.

특히 <1부 가족의 이름으로>는 심리 개념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아서 다른 칼럼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칼럼에 심리 이야기가 빠져 있는 건 아니다. 각 칼럼마다 해당하는 심리 개념이 들어가 있고, 그 개념을 마지막에 간략하게 추가해두어서 정리한다. 사건과 관련 심리 개념을 다루니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 1부만 읽고 거의 심리 개념이 들어가 있지 않은데 왜 굳이 거창하게 정신분석학을 붙였을까 고민했는데 뒤로 갈수록 심리 개념을 깊이 있게 다룬다. 왜 정신분석학 에세이라고 했는지 몹시 잘 알 수 있었지만, 리뷰에 그렇게 무서워할 만큼의 책이 아니라고 꼭 전하고 싶었다.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나는 주로 3, 4, 5부에서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다 다루고 싶지만, 그건 힘드니 꼭 다루고 싶은 5가지만 가져왔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종종 그 다름이라는 이름으로도 인정하기가 힘든 것들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저건 틀린 거 아냐? 당연히 이런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몹시도 당연하게 당연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는 걸 알 때마다 기겁하게 된다.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생각이 동일한 저자를 만나니 반가웠다. 게다가 몹시 논리적으로 심리학을 근거로 들어 마땅함을 설명하니 심하게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외국인들에 대한 과도한 차별에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낯선 존재, 타자와의 만남에서 미성숙한 면모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타자와 맞닥뜨렸을 때의 불안감. 우리 사회에서 여덟 달째의 불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44)

-       공연히 애꿎은 외국어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기보다는 좀 더 쉽고 명확한 우리말로 바꿔 썼으면 하고 바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악마는 디테일(세부적 사항)에 숨어 있다고 하질 않는가? (164)

저자의 글이 더 의미 있었던 것은 현 우리 상황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거창하게 인종을 차별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는 이들이 있다. 자신이 차별하고 있다는 의식도 없이 차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외국어로 도배된 문구들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나 또한 종종 습관처럼 쓰는 외국어들을 깨달을 때마다 놀란다. 어째서 내가 쓰는 모국어가 아니라, 다른 나라 말이 더 입에 잘 붙는 건지. 정확하게 대체될 단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외국어 단어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대한 우리가 쓸 수 있는 모국어를 활용할 수 있음 좋겠다.

-       그 밖에도 페티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개체의 수만큼이나 무척이나 다양한 까닭에, 개개인이 비밀스런 자신만의 내면공간에서 깊이 숭배하고 기리기도 하는 페티시가 어떤 것이고 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그 사람의 정신세계가 성장하고 형성되었던 개별성과 특수성에 긴밀하게 닿아 있다. (198)

-       가치관의 혼란과 온갖 종류의 모순으로 가득한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이런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 아이가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사는 셈이다. 따라서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생존을 위해 정신의 분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중의 잣대로 무장하고 위선의 가면을 쓰고 살아야만 한다. (233)

-       그 가증스러운 입은 가벼운 수다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성가시게 만들기도 하고, 때론 남을 씹고’, ‘헐뜯고’, ‘물어뜯기도 하는 험구가 되기도 하고, 때론 이달린 여성 성기(vagina dentate)의 이미지로 뭇 남성들의 거세 공포를 자아내기도 한다. (250)

몰카는 약과였다. n번방과 같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도 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기엔 관련된 사람들이 너무 많지만..) 몰카와 같은 관음증을 다루기 위해 페티시 개념을 설명한다. 저자는 지구 절반이 약간의 페티시가 있는 건 당연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 행위가 범죄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인간답지 않게 하는 모든 건 범죄다. 합당하게 처벌 받아야 한다.

그리고 지식이 몹시도 난무하는, 지식의 구렁텅이에서 우리의 가치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거세게 몰아치는 태풍에 이리 저리 휩쓸려 파도에 쓸려 다니고만 있는 건 아닌가? 나의 가치관은 어떤가? 언제나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입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가벼운 수다가 단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입의 용도인 물고 씹고 뜯는 기능도 한다. 물리적으로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쉽게 가능하다.

글을 하나 하나 읽으며 저자의 강연을 듣거나, 저자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쁠 것 같다. 사실 글에서 느껴지는 나이가 꽤나 젊다는(?)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으신 것 같아 놀랐다. 학문적 지식에 다양한 경험까지 두루 쌓고 있는 느낌이다. 본인만의 심리검사를 만들고자 하신다. 꼭 잘 이뤄내시길 바란다.




 YES24 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저는 서평단 당첨되어서 읽었는데, 주변의 일들, 내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더라구요

    2020.04.09 20:3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오잉?! 저도 서평단으로 읽었는데 분명 문구 넣었는데 안 들어갔네요?!
      저도 소재 자체가 무척좋았어요. 시골아낙님도 잘 읽으셨다니 좋네요 > _<

      2020.04.09 22:34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