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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도서]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김창옥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안 맞는 책을 읽는 건, 안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처럼 불편하다. 못 입을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좋게 봐주는 경우도 있으며, 문득 나쁘지 않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안 입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누구를 주거나, 버리자니 아까우면서 혹시나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꾸역 꾸역 입게 된다. 이 책이 딱 그런 느낌. 책이 나쁜 건 아닌데, 나랑 안 맞아 꾸역 꾸역 읽으면서 혹여나 주옥 같은 문구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쉽사리 덮질 못했다. 분명 좋은 내용도 많고, 좋은 비유도 많고, 좋은 문구도 많은데 뭔가 읽는 동안 안 어울리는 옷을 입어 어색하게 움직이는 느낌. 그래서 읽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이렇게나 오래 걸리다니 -_-

추천 받아서 사면서도 살짝 걱정했는데 역시나 나랑 안 맞았다. 유명하신 분이지만 뭔가 거리감이 느껴져 강연을 본 적도 없고, 글을 만난 적도 없는데 역시나 책은 무리였다.

이런 마음으로 읽는데도 역시 나만을 위한 문장을 찾을 수 있었다. 책 전체가 나에게 완전히 들어맞는다면 대박인 책이겠지. 다 읽고 나니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서도 꽤 많은 구절 줄 친 걸 보니 중박 정도는 되는 책이다.

시작하지 못하는 나. 움직이기를 겁내고, 경험하기를 귀찮아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실패가 몹시 두려워 회피하고 있는 나.

-       두려움이 주는 경고와 주의는 받아들이되, 그 기운에 밀리지는 마세요. 사회는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인데, 기죽고 두려움에 짓눌리면 지금껏 배워온 지식들도 아무 소용이 없어집니다. (29)

-       셀프텔러자기 안에서 자신에게 말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입니다. (40) / 사람은 누군가 나에게 해줬던 말을 기억하고 그 말에 반응하고 그 말대로 하려 합니다. (43)

두려워하면 안 되고, 기죽고 밀릴 필요가 없는데, 왜 그렇게 쉽지 않은지. 직접 몸이 움직이는 게 낯설어서 그런 걸까? 해보지 않은 자라 그런 걸까? 아니면 몇 안 되는 실패의 경험이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든 걸까? 아이와 놀 때도 언제나 미술 활동은 어렵고 뭔가 시도해서 잘 풀린 적이 없는 것 같아 내가 그렇지 뭐’, ‘역시와 같은 패턴으로 끝나게 된다. 지금 내가 읽고 쓰고 하면서도 제대로 변화를 겪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 건 어쩌면 이 경험치를 끌어올리지 못해서인 듯하다. 그나마 책을 읽어서 이 정도라도 움직이는 걸 수도. 타인보다 나 스스로가 할 수 있다고,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괜찮다고 이야기 하며 일단 움직이는 걸 끌어올려야 한다.

-       오프라 윈프리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나의 두 번째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가르쳐주신 독서’, 그리고 두 번째는 진실이다.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 사실은 일어난 사건이고 진실은 일어난 사건을 인정하는 힘이다.” (87)

자주 인용되는 오프라 윈프리의 말. 독서와 진실. 정확하게는 독서를 하고 실천하면서 자기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 책 여기 저기서 이런 세뇌를 당하고 있었다. 의식하지 못하고 저자가 이곳 저곳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 해둔 내용이 스며들고 있었다.

문득 난 어떤 향기가 나는 사람일까? 향기는.. 향기는맞겠지…?

-       내 삶은 그동안 무엇을 먹었나? / 내가 본 책은 무엇이고 / 내가 들은 소리는 무엇이고 / 내가 본 영상은 무엇인가? / 나는 그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왔나? / 그것이 모두 모여 내 냄새를 만들었습니다. (150)

내 냄새를 만든다는 데 크게 공감했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책을 읽었고, 소리는 무엇이며 영상은 어떤 것일까? 내가 어떻게 사람들을 대해왔는지가 온전히 나이니, 나에게서 나오는 냄새는 어떨까? 몹시 궁금했다. 다분히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더 성장하는 스스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는 요즘, 이 냄새는 얼마나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여러 모로 자신에게 문제가 많아 혼자 있는 편이 낫다고 여기면서도 주변에 사람이 있기를 갈구하는 나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아니,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을까?

  그래서 허를 찌르는 문장들이 나와 깜짝 놀랐다.

-       자신이 알고 있으니까 그것을 했다고 착각하는 오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걸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23)

-       나는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많고, 소통을 공부하고,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면의 문제를 공유하니 내 안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과거의 모든 상처를. (226)

정말 내 이야기다. 가장 많은 관심 분야인 심리. 그리고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인문. 저자가 말한대로 나는 끊임없이 진단만 내리고 있는 느낌이다. , 난 어떤 사람이구나. 내가 이렇구나. 내가 저랬구나. 공부하고 있다는 명목으로, 아직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제대로 마주하진 않고 변죽만 울리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만하고 있는 것 같다. 알고 있으니 실천만 하면 이제 실천만하면 된다는 안일함. 혹은 알고 있는 것을 이미 나라고 생각하는 착각. 나를 점검하게 뼈 때리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하지도 시간이 아깝지도, 오히려 감사하기까지 했다.

좋은 책이고, 좋은 내용이기에 여러 문장들과 내용을 건졌다. 스테디셀러인 이유가 있고, 사랑 받는 강연인 이유가 있다. 책은 여러 방면에서 사람을 돌보아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더 절실하게 마음에 닿게 만들고,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꾸역 꾸역 읽으면서도 뭔가 약간의 이상한 죄책감(?)이 들었다. 아마 좋은 말씀해주시는 것에 내가 부응하지 못한 이유이리라. 하지만 에필로그를 읽으며 미소 지을 수 있었다.

-       사랑이 아닌 건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랑이 될 때, 때가 됐을 때 어느 날 마음속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271)

  저자는 내가 이렇게 고뇌하면서 ?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 읽은 나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기억되지 않는 건 잊히도록 내버려 두라고 한다. 그저 때가 되길 기다리면 된다고. , 나는 아직 이 저자와 소통할 때가 되지 않은 것뿐이구나. 우리가 안 맞는 게 아니라 어쩌면 아직 만날 시기가 되지 않은 것뿐이구나. 누군가의 책 제목처럼 우리는 언젠가 만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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