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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도서] 당신이 옳다

정혜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무척 관심이 가 구매한지는 한참인데 이상하게 주변에 별로라는 사람이 많아서 손이 가지 않았다. (읽고 나니 왜 별로라고 했는지 1도 이해 못함) 요즘 갑자기 다시 인기가 많아져 생각난 김에 펼친 이 책은, 정말 옳다. 제목부터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온전히 다 옳다, 옳아. 이제야 봐서 안타까우면서도, 지금 이 시기에 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니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읽는 내도록 이건 정혜신 심리학이구나. 다른 어떤 학자들의 심리학보다 더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힘있는 이론이구나. 어려운 심리학 이론서들보다 (저자가 원하는 대로) 실질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정혜신 심리학이구나. 적정심리학이라는 단어보다 공감심리학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어쨌든 내게 정혜신이라는 이름만으로 앞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오랜 친구 하나가 생각이 났다. 내게 심리나 상담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이러 할 것이다라는 이미지를 심어 준 친구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린시절부터) 배워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온 몸으로 저자가 말하는 공감의 아우라를 뿜어내던 친구. 그 친구와 있으면 한 없이 편하고, 한 없이 포근한 느낌이다. 크게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해도, 수용해주고 이해 받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정확히 저자가 말한 그런 공감이다. 이제야 난 공감 받는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알고 있었구나 깨달았다.

  저자는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원인을 를 잃어버려서라고 한다. 내가 없으니, 공허해지고 채워지지 않은 마음으로 고통 받게 된다. 실제로 일어난 안 좋은 일들이 문제라기 보다는 대부분 그 고통으로 인해 내가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 진다.

-       무엇보다 자신의 아픈 몸을 아무것도 아닌 듯이 가볍게 여기지 않길 바라는 속마음이 있다. 자신의 고통을 진지하게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18)

-       내 상처의 내용보다 내 상처에 대한 내 태도와 느낌이 내 존재의 이야기다. 내 상처가 가 아니라 내 상처에 대한 나의 느낌과 태도가 더 라는 말이다. / 내 느낌이나 감정은 내 존재로 들어가는 문이다. (105)

현대 사회가 개인을 말살하듯이 힘들게 하는 부분도 있을테고, 개인적으로 겪는 일들이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들도 있을 테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를 하나의 객체로 존중하지 못하는 육아에서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니 서로 자기 고통만을 이야기한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깊은 웅덩이 같은 곳에서 아비규환처럼 고통스러워한다.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 그게 힘든 거야? 난 더 힘들다. 서로의 대화가 대화가 아닌 누가 누가 대회라도 벌이고 있다. 다들 힘들다고 해서 나의 고통이 사라지는 게 아닌데, 마이너스를 곱해 플러스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닌데도, 고통 내기만 한다.  

-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의 본 뜻이다. 그것은 확실한 내 편 인증이다. 이것이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이다. (49)

-       그 다음에 그런 맘을 들게 했던 그 일이 구체적으로 뭔데?”라고 묻는다. 그가 누구이든 어떤 상황의 하소연이든 예외 없다. (52-53)

-        소생술 혹은 심리적 CPR. 그의 에 초집중하고 그의 를 자극해서 그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101)

그런 상황과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사라지고 내가 고통스러운 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우리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순간이 바로 그 때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개별성을 무시하는 폭력적 시선, 내가 옳다는 걸 확인하지 못하고, 내가 없다고 느껴지는 상황이 그토록 괴로운 것이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은 아주 쉽다. 그저 그 사람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아 주면 된다. 그 사람을 알아 주면 된다. 그저 내가 너를 알고 고통을 알고, 아니 알진 못해도 네가 그렇다는 걸 인정해주기만 해도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살 수 있는 숨통이 된다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건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금물이다.

-       충조평판은 고통에 빠진 사람의 상황에서 고통은 소거하고 상황만 인식할 때 나오는 말이다. (106)

-       충조평판을 빼면 달리 할 말이 없어서다. 충조평판이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서라기보다는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일 때가 더 많다. (107)

-       그때 필요한 건 내 말이 아니라 그의 말이다. 그의 존재, 그의 고통에 눈을 포개고 그의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내가 그에게 물어줘야 한다. 무언가 해줘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봐야 한다. 사실 지금 그의 상태를 내가 잘 모르지 않는가. 물어보는 게 당연하다.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인정한다면 그에게 물어볼 말이 자연히 떠오른다. (107)

심리 치유 책을 즐겨보다 보니 문제가 있다. 어줍짢게 따라하게 된다는 거다. 혹은 그 상황을 고민하면서 더 섣불리 움직이거나 말하지 못한다. 이게 이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어쩌지, 괜히 상처를 더 건드리는 건 아닐까, 뭣도 모르면서 이러는 건 아닐까, 등 생각이 많아진다. 나도 모르게 상대에게 이런 저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주절 주절 충조평판이 나왔다.

이 책을 보니 전적으로 잘못하고 있다. 충조편판하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이는 그 사람의 외부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 제대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그 사람 자체, 그의 존재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렇게 관심 가져야 한다는 걸 몰랐던 거겠지. 그 일에 대해 도움을 줘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그에게 더 힘든 상황을 만들어 주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고통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 않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고, 그 상처를 덧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들어주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그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 어떤 감정인지, 어떤 슬픔인지 들어주고 수용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무거운 이야기를 들으면 나까지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다. 내 일이 아닌데도 그 상황에 몰입하거나 전이되어 마음이 힘들어진다.

-       언제나 나를 놓쳐선 안 된다. 언제나 내가 먼저다. 그게 공감의 중요한 성공 비결이다. (중략) 너를 공감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공감하는 일이다. 대개는 여기서 걸려 넘어져 공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람 구하는 일에서 결정적으로 실패한다. 상대에게 더 집중하려고 자기 감정은 누르고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감정 노동에 시달리다가 결국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120)

-       누군가를 공감한다는 건 자신까지 무겁고 복잡해지다가 마침내 둘 다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지는 일이다. / 너를 공감하다 보면 내 상처가 드러나서 아프기도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나도 공감받고 나도 치유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121)

-       너를 공감하는 일과 내가 공감받고 싶은 일이 있을 땐 항상 내가 공감받는 일이 먼저다. 내가 공감받아야 비로소 왜곡되지 않은 시선으로 너를 제대로 공감할 수 있다. / 타인을 공감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을 공감하는 일이다. 자신이 공감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274)

그 상황과 감정이 나의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감정과 힘든 상황이 내 안에 해결되지 못한, 혹은 공감받고 위로 받지 못한 슬픔을 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는 공감이라 함은 함께 해결해가는, 함께 나아가는 것과 같은 일로 묘사한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함께보다 더 중요하게 자신도 공감 받아야 하는 상황을 아는 것이다. 그렇게 흔들리고 힘들고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건 상대방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에게도 비슷하게 공감받아 다독여야 할 마음이 남아 있다.

  그래서 공감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안부를 물어보고, 서로의 고통을 들어주며 넌 그래서 힘들었구나, 그래 힘든 일이겠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 공감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과정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한, 서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이다.

  공감에 대한 개념과 더불어 나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이 바로 다정한 전사.

-       양자 모두가 이해받고 존중받으며 양자 모두가 부당한 대우나 불필요한 요구를 받지 않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선, 어디에서 다정하고 어디에서 전사가 되어야 하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딱히 가해자가 없는데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다정해야 할 데서는 전사로, 전사로 나서야 할 데서는 다정해서 얻게 되는 결과란, 백 퍼센트 아무도 원치 않는 결과다. (213)

내 귀한 사람들에게 다정해야 하고, 그 사람들을 위해 용감하게 전사처럼 맞서 싸워야 했다. 난 정말 그 반대로 내 사람들에게 전사처럼 혀와 태도라는 칼을 휘두르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한 없이 다정하려고 했다. 너무나, 몹시도, 어리석은 처사가 아니었던가. 이런 어이없는 태도로 인해 지금의 내 대인관계라는 결과물을 만났다. 이제 더는 아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어렴풋이 수정해가던 측면이었는데, 확고히 방향을 잡았다. 장래희망을 다정한 전사로 삼기로 했다. 언제나 난 다정한 전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리라.

  그 어떤 말보다 힘이 있는 질문.

-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58)

-       거부감 들지 않고 다정하게, 그러나 구체적인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공감 유발자다. 자세히 알아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공감할 수 있다.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습관이다. (129)

어줍짢게 따라하려고 노력하지 않기. 그저 그 존재 자체에게 관심 가지기. 공감이라는 건 타고나는 거라 생각했는데, 저자의 말대로 배우고 익히는 습관이다. 그리고 타인의 존재 자체에,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어떠한 충조평판도 하지 않고 대하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종종 물어보자. 요즘 마음이 어떠냐고. 나에게도 물어보자. 요즘 마음이 어떠냐고.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글을 잘 못 써서 오래 걸리는 편이긴 하지만, 이 책은 너무 오래 걸렸다. 몇 일에 걸쳐서 쓰고 있다. 처음에는 잠을 너무 못 자서 안 써지나 했는데, 읽고 정리하고 쓰는 과정에서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던 모양이다. 그 만큼 나에게 깊이 있는 무게감으로 다가온 책이다. 매해 반복독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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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정말 그렇네요. 힘이 있는 질문이라는 마음이 드네요. 사랑하는 와이프와 저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지금에 맞는 리뷰 만나 반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휘연님!

    2020.05.17 09:3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그렇지요^^ 그 사람을 본질적으로 만날 수 있는 열쇠 같은 질문인 것 같아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5.17 10:23
  • 스타블로거 Joy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마음에 닿았었는데, 휘연님의 리뷰를 읽으니 필독 도서로 목록에 올려야겠습니다^^

    2020.05.17 11:2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전 무척 좋았어요. 스테디인 이유가 있다 싶더라구요^^ 조이님께도 좋은 책인연이 되길 바라요!

      2020.05.1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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